정신분석가가 본 SKY캐슬.."부모에 복수한 영재는 실화"
「대한민국 부모」
「 상처 떠나보내기」
등 10권의 책을 썼다. 드라마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는 그는 영재 얘기부터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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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수험생 아들방에서 3년간 매일 백팔배한 엄마
A :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엄마의 소원대로 의대에 진학한 아들이 인턴을 마치고 엄마에게 전화해 ‘당신의 아들로 산 세월은 지옥이었다. 더 이상 연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고 선언한 뒤 잠적했다. 엄마는 미쳐 날뛰다 거의 죽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엄마는 아들이 고3 때부터 삼수할 때까지 3년간 매일밤 아들방에 들어가 아들이 자는 옆에서 백팔배를 했다고 한다. 아들이 미치도록 숨막히지 않았겠나. 영재처럼 엄마가 가장 기뻐하는 순간에 잔인한 복수를 한 거다. 부모의 강권에 못이겨 적성에도 안맞는 의대에 진학한 수학천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마지못해 의대 공부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 수학학원을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영재는 현실에도 많다. 이런 친구들이 과연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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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가서 멘붕된 공부기계들, 정신상담 받는 사례 급증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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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스트레스를 이지메, 성관계로 푸는 아이들도 있어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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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통제, 아빠의 부재…아이는 어른돼도 심리적 유아
A : "강 교수(정준호)나 우 교수(조재윤)처럼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의 가족 내 포지션이 굉장히 애매하다. 대부분 아이교육을 엄마가 주도하면서 아버지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 자식교육이란 명분하에 가족구조가 바뀌어버렸다. 교육은 학원이 담당하고 관리는 엄마가 한다.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 역할 밖에 없다. 아버지가 엄마와 아이의 결탁관계에 개입해 엄마와의 관계를 분리시키고 아이를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시켜야 하는데, 아버지의 포지션이 모호해지다보니 결탁관계가 끝나지 않고 아이는 20살, 30살이 돼도 신생아 상태로 남아있게 된다. 자발성의 씨앗이 발아돼 성장해야 하는데 엄마가 모든 걸 통제하니까 스스로 성장하지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마주치는 난관·시험·갈등 등 사회적 자극은 아이의 정서 상태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유학 가거나 직장인이 되면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퇴행한다. 신경증·강박증·공황장애 같은 증상도 발현된다. 히키코모리가 되기도 하고, 자해하는 경우도 있다. 자해하며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는데, 바꿔 말하면 정신적으로 죽어있다는 거다. 기저귀를 누가 먼저 떼나를 놓고 엄마들끼리 경쟁하는 게 한국 사회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숨막힌다."
Q : 자식이 대학생, 직장인이 돼도 매니저 역할을 하는 엄마들도 많다고 들었다.
A : "몇년 전부터 20대 초반 남자들이 상담받으러 많이 온다. 엄마가 자식의 상담신청을 한다. 자식이 성인이 됐는데도 상담까지 엄마가 관리하는 거다. 그런 엄마들이 상담진에 꼬치꼬치 묻는 거 보면 숨막힌다. 아이들이 저 엄마 밑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애처로워진다. 엄마의 통제에 짓눌려 숨쉴 구멍 없이 자란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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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 재산'… 부모의 관리틀에 안주하는 아이들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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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정글세계 그대로 옮겨놓은 사립초교
A :
A : "목표대로 서울대 의대 진학해서 의사가 된다면, 의사윤리 보다는 처세를 중시하는 아빠처럼 되지 않겠나. 어릴 때부터 배워왔던 익숙한 세계니까. 법조계 얘기를 들어보면, 공부 기계로 관리돼온 아이들이 판검사가 되면 사회적 맥락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구형과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폐지 줍다가 실수로 남의 물건까지 가져온 노인에게 훈방을 줘도 되는데, 법리만 따져 절도죄 형량을 내리는 식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상참작 같은 건 안중에 없다. 반면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계급문화, 상명하복에 익숙하기 때문에 권력의 속성을 잘 알고 적극적으로 순응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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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부모 욕망의 꼭두각시로 살아선 안돼
Q :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야만의 정글’에서 벗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 "입시제도만 바꾼다고 달라지진 않는다. 임금구조ㆍ복지제도 등 사회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SKY캐슬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엔 부모 욕망에 잠식된 아이들이 너무 많다. 예서는 부모 욕망에 할머니의 욕망까지 이식됐다. 자기는 사라지고 욕망만 남은 아이다. 부모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가 정신분석학자로서 내 화두다. 부모의 욕망이 아이에게 최대한 덜 이식돼야 둘 다 행복해진다. 아이가 부모 욕망의 꼭두각시로 살아가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가 먼저 자신의 욕망을 알아야 한다.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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