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의 경고 "화웨이 쓰는 국가와 동맹 힘들다"

김봉기 기자 2019. 2. 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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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순방중 밝혀.. 블룸버그 "미국·중국 중 선택 최후통첩"
양국 사이 낀 한국에도 파장, 정부 개입땐 '제2의 사드보복' 우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1일(현지 시각) 동맹국들을 향해 중국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의 제품을 더는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는 최후통첩(ultimatum)을 했다"고 했다.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를 따져 동맹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이런 입장은 우리 측에 아직 공식 전달되진 않았지만 파장이 닥치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한국이 '사드(THAAD)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화웨이 사용 문제로 미·중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유럽 5개국 순방길에 나선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첫 방문국인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취재진과 만나 '화웨이 문제와 관련해 정확히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화웨이 장비가 우리의 중요한 미국 (통신) 시스템과 함께 쓰이게 된다면 우리는 그들(해당 국가)과 파트너 관계를 맺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독립국들은 (화웨이 장비와 관련한) 자신만의 결정을 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는 그들(해당국)에게 그 장비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된 기회와 위험을 확실히 인식시키고 싶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2일 슬로바키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이룩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체제의 발전에 대한 쌍둥이 위협(twin threat)"이라고도 했다.

헝가리 통신망의 약 70%는 화웨이가 책임지고 있고, 화웨이도 헝가리의 통신망 구축에 12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미국 정부의 '반(反)화웨이' 전선이 동유럽에서 도전에 직면했다"며 동유럽 국가들이 대규모 투자 카드를 흔들고 있는 중국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화웨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의 화웨이 장비에 도청과 정보 유출이 가능한 장치가 숨겨져 있으며 이런 정보가 중국 정부에 제공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미국은 기술 절도 혐의 등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 부회장 인도를 요청했고, 지난달엔 미국 화웨이 연구소를 압수 수색했다.

중국 정부는 발끈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과 다른 나라의 관계에 노골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이간질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런 행위는 불공정하고 부도덕해 대국의 위상이나 품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 파장'은 한국에도 닥칠 전망이다. 국내 통신 3사 가운데 LG유플러스는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이용해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의 5G(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을 구축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LTE(4세대 이동통신) 기지국에도 화웨이 통신 장비를 사용했다. 국내 LTE 기지국 가운데 화웨이 장비 비중은 약 12~ 15%로 추산된다. 당시 미국이 반발하지 않도록 수도권 미군 주요 시설 주변 기지국에는 화웨이가 아닌 삼성전자나 노키아 장비를 사용했고, 화웨이 장비의 국제 보안 인증을 따로 받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 장비는 통신업체들이 직접 선정하는 것"이라며 "국내 일부 통신 업체가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는 데 대해 미국 정부가 아직 우리에게 우려를 전해온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선 한국의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는 얼마 전 "미국과 한국은 중국의 무역·기술과 관련한 문제에서 한편"이라며 "SK텔레콤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통신 업체들에 화웨이 장비의 사용 중단을 요청할 경우 중국의 반발로 제2의 '사드 보복'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반면 일각에선 '화웨이 제재'로 경쟁 업체인 삼성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주홍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한국은 안보 문제만큼은 혈맹인 미국과 맺은 관계를 중시하며 지역 동반자인 중국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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