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다 北 먼저 생각하나"..강원 산불 이재민들,'불 탄 승용차 끌고' 靑 앞 상경시위

권오은 기자 입력 2019. 6. 7. 11:35 수정 2019. 6. 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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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고성 산불 비대위 300여명, 청와대 앞서 집회
"정부 지원 철석 같이 믿었는데 지금은 절망 넘어 분노"

지난 4월 발생한 강원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과 소상공인들이 7일 청와대 앞에서 ‘상경(上京) 시위’를 했다. 이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속초·고성 산불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재민과 자영업자들은 정부 지원을 철석같이 믿고 재기할 날만 손 꼽았다"며 "두 달이 지난 지금은 절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7일 오전 강원 속초 지역 산불 당시 불탄 차량 2대가 청와대 앞 기자회견장에 놓여있다. /연합뉴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속초·고성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300여 명은 머리에 ‘한전 처벌’ ‘결사투쟁’이라고 적은 머리띠를 둘렀다. 이들은 "국민보다 북한 먼저 생각하는 정부 각성하라" "방화 책임 한전을 구속하라!" "정부 예비비 1조 8000억원 중 중소 상공인을 위한 지원 및 보상책을 즉각 발표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 장소에 속초에서 산불로 전소된 차량 2대를 끌고 왔다.

정부는 지난 4월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심의를 통해 1853억원의 긴급복구비를 확정하고 주민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재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주택복구비는 가구당 1300만원에 그쳤다. 정부가 중소상공인에게 2500만원씩 주겠다던 돈도 역시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고 비대위는 밝혔다.

장일기 공동 비대위원장은 "주거 보상은 그나마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일터와 관련해 이날까지 1원도 받지 못했다"며 "화재 피해 조사를 이유로 철거조차 할 수 없어,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성 지역의 손해사정은 오는 11일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장 위원장은 또 "돈을 받고 더 달라고 떼쓰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라며 "정말 무릎 꿇고 빌어야 하나 싶다"고 했다. 비대위는 지난 4월 산불 이후 한국전력공사 속초지사와 속초시청 등 앞에서 여러 차례 집회를 열고 피해보상과 정책을 요구해왔다.

강원 속초·고성지역 산불 이재민들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피해 보상 대책과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권오은 기자
이날 비대위 측은 청와대에 △피해민 피해금액 35%를 정부 예비비로 지원하고, 한전에 구상권 청구 △중소상공인 대출 한도 증액과 대출 기간 연장 △한전과 공정한 협상 △추경예산에 산불 피해민을 위한 실질적 지원액 마련 등을 제시했다.

집회를 마친 비대위 대표자들은 청와대 측에 요구안을 전달하고 청와대 쪽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까지 행진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 4월 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은 고성·속초 지역의 산림 1227ha(헥타르)를 태웠다. 주택과 상가 등 산불 피해를 본 가구의 피해액은 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성·속초 산불에 대한 경찰 수사는 진행 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달 한전이 관리하는 전신주의 특고압 전선이 바람에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아크(전기적 방전 때문에 전선에 불꽃이 발생하는 현상) 불티'가 산불 원인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3일 한전 속초지사와 강릉지사 두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전과 이재민 간 협상은 ‘2차 피해’ 보상 등에 대한 입장차가 커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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