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묵은 국회 시스템에 허찔린 한국당.."허탈한 속임수"

허남설 기자 입력 2019. 4. 26. 19:57 수정 2019. 4.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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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6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상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14년 묵은 국회 시스템에 허를 찔렸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릴 ‘개혁법안’ 접수를 막기 위해 한국당은 25~26일 이틀 동안 물리력을 동원했지만, 여야 4당이 26일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이란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이날 각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법안으로, 두 법 모두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개혁법안’이다. 한국당이 의원, 보좌진, 당직자를 총동원해 법안 접수를 받는 국회 7층 의안과 사무실 안팎을 점거하며 법안 접수를 막았지만, 이 법안들은 국회 전자입법발의시스템으로 접수됐다.

접수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농성 중이던 한국당 관계자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하면서 술렁였다. 이틀간 노력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셈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즉시 장소를 옮겨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우리는 오늘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결국 우리가 이들의 ‘꼼수법안’을 철저하게 막자 그들이 한 행태는 국회법 해설에도 없는 방법을 등장시킨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전자시스템을 이용했다고 한다. 그런 시스템이 있었다고 한다. 편법과 불법, 꼼수 법안 접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전자시스템으로 법안을 등록하는 것이 합법적인 방법이라면 어제(25일) 그렇게 하지, 왜 오늘에야 했겠나”라며 “불법적인 법안 등록이자 날치기”라고 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가 3일 밤을 지새우며 지켰던 마지막 장소가 허탈한 속임수로 뚫렸다”며 “제1 야당과 국민을 철저히 속이고 기만한 여당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은 2005년 도입됐지만, 실제 이 시스템을 이용해 법안 발의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접수 직후 의원총회에서 “지난 국정감사 때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한명도 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여야 4당은 법안 발의를 한 직후 이날 오후 8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패스트트랙 절차를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이 물리력을 동원한 회의 저지를 예고해 충돌이 예상된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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