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못 말리는 '입'.. "미국판 조희팔" 분노

남정훈 입력 2021. 5. 17. 20:01 수정 2021. 5. 17. 20: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Indeed..정말이야" 트위터 한 마디에 비트코인 8% 폭락
가상화폐 투자자들 비판 봇물
테슬라 비트코인 전량 처분 의혹
방송들도 "보유분 매각" 힘 싣자
비트코인 2월 이후 최저치 찍어
머스크 가상화폐 오락가락 평가
전문가 "시세조종 사기꾼" 비판
국내 커뮤니티엔 "사형" 청원도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입에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이번엔 알파벳 여섯 철자 한 단어에 가상화폐 시장이 또 한 번 크게 출렁였다. 처음엔 머스크의 행보를 유머와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으로 받아들이던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발언이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하자 그에 대한 감정이 분노로 바뀌는 분위기다.

17일 가상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전날에 비해 8% 이상 급락하며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알파벳 여섯 자 ‘Indeed’ 때문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6일(현지시간) ‘암호화폐 분석가’를 자처하는 블로거 ‘미스터 웨일’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CryptoWhale)에 글을 올려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분 나머지를 처분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책할 것”이라며 “머스크에 대한 증오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나는 머스크를 탓하지 않겠다. 그가 이미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머스크는 약 1시간 이후 이 트윗에 “정말이야(Indeed)”라는 댓글을 달았다.
머스크의 말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비트코인을 전량 처분한 것이 “정말이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비트코인을 전량 매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자신은 머스크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대해 “정말이야?”라고 다시 되물어본 것일 수도 있다. 미국 CNBC방송 등 경제 매체들은 “테슬라가 나머지 비트코인 보유분을 팔았거나 팔 수도 있다는 점을 머스크가 암시했다”고 풀이했다.

비트코인을 전량 처분한 것이 “정말이다”라는 의미라면 머스크의 답변은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는 최근 입장과는 180도 달라진 뉘앙스다. 머스크는 지난 13일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해 만든 전기가 많이 들어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을 통한 테슬라 자동차 결제 중단 방침을 돌연 발표했다. 머스크는 이후 “비트코인을 매각하기보다는 보유할 것이며 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비트코인 채굴이 이뤄지는 즉시 거래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팔지 않겠다고 했으나, 불과 나흘 만에 아무런 해명이나 자세한 설명도 없이 달랑 여섯 철자 댓글 하나로 비트코인 처분을 시사했다는 해석을 낳게 했다.

머스크는 ‘Indeed’ 트윗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며 수많은 트위터 누리꾼들이 이에 대해 묻자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며 커진 논란을 수습하는 트윗을 게시했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은 이전 가격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머스크의 발언이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하자 시세 조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비판은 물론,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머스크에 대한 감정은 분노로 돌아서고 있다.
벤처캐피털업체 유니언스퀘어벤처스를 창립한 프레드 윌슨은 “머스크는 게임을 하고 있다”며 “그가 자신의 재능으로 한 일에 깊은 경의를 표하지만, 그가 트윗으로 하는 일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내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는 “머스크를 사형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도 등장했다. 진짜가 아닌 패러디 게시물이지만,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머스크에 대한 분노를 짐작하게 하는 사례다. 머스크를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에 빗대 ‘미국판 조희팔’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비트코인은 머스크 등장 이전에도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로 ‘대장주’ 노릇을 했지만, 도지코인은 머스크가 직접 띄운 코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머스크의 일거수일투족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머스크의 행보가 도지코인 띄우기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처음 언급한 것은 2019년 4월 만우절에 자신이 선호하는 암호화폐로 도지코인을 꼽은 것이다. 이후에도 머스크는 트위터에 ‘도지코인의 아버지’란 의미를 담아 스스로를 ‘도지파더’로 칭하기도 했고, 도지코인을 ‘우리 모두의 가상화폐’라고 부르며 응원했다.

이밖에 로켓이 치솟는 사진과 라이온킹 장면을 패러디하는 것은 물론 아들을 위해 도지코인을 구입했다고 트윗했다.

머스크의 도지코인 띄우기는 확실히 성공했다. 2019년 4월 0.002달러에 불과했던 도지코인의 가격은 올해 초 0.04달러에 이어 4월 0.36달러를 거쳐 5월 초에는 0.6달러 선을 넘기도 했다. 불과 2년여 만에 가격이 300배가량 상승한 것이다.

다만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가격을 올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미국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은 사기”라고 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농담조의 발언이었지만, SNL 이후 도지코인의 가격은 30% 이상 폭락했다.

남정훈·유태영 기자 ch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