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일협정은 2:1싸움..日총리 "생큐 미국"[한국 역사를 바꾼 오늘]

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입력 2021. 6. 22. 05:03 수정 2021. 6.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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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비밀문서로 본 65년 한일협정 체결비사③
한일협정 체결 당시 미·일은 끈끈한 동맹 관계
협상 사전교감 가능성, '오프 더 레코드' 서신도
1965년 1월 13일 열린 미·일정상회담. 사토 총리(왼쪽)가 존슨 대통령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출처:The Lyndon B Johnson Presidential Library, Austin, Texas.(LBJ도서관)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들은 1965년 6월 22일 체결된 한일협정이 미국의 주도하에 체결됐을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미국 기밀문서 원문 PDF 파일은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美비밀문서로 본 65년 한일협정 체결비사' 글 싣는 순서
①한일협정은 美작품…미군감축카드로 朴압박
②美 한일협정 회유…韓여론용 차관 미끼 고안
③한일협정은 2:1싸움…日총리 "생큐 미국"
④美 뒷탈많은 한일협정 밀어붙인 이유

그런데 CBS노컷뉴스가 미국 뉴저지 버겐(Bergen) 커뮤니티 칼리지 이길주 교수를 통해 확보한 또 다른 당시 여러 기밀문서들을 보면 한일협정 전에 미국과 일본은 '단일팀'으로 움직인 정황이 다수 발견된다.

우선 미국은 1964년 6월 26일 미국 정부의 종합적인 대(對) 일본정책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미래에 관한 국무부 정책 보고서'를 펴낸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존재를 미국의 기본적인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미국과 일본의 관계 설정, 미국이 일본에 취할 접근법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보고서다.

64년 6월 26일 '일본의 미래' 보고서를 펴내면서 딘 러스크 국무장관이 펴낸 발간사. 발간 과정을 짧게 설명한 뒤 이 보고서 검토 결과로서 취해지고 있는 향후 조치들을 열거했다. 두 조치를 옮기면 이렇다. "a)국무부와 국방부는 미국이 추구하는 일본 군대의 적절한 임무를 보다 정확히 정의할 합동 연구를 수행한다. b)국무부는 미국의 외교당국과 일본 정부 사이의 보다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서양정책조언그룹(APAG)에 비견할 만한 처리방식을 통해, 일본과 함께 탐구한다." 출처:The Lyndon B Johnson Presidential Library, Austin, Texas.(LBJ도서관)
보고서는 일본을 아시아의 지도자국으로 만든 뒤 중국에 대항마로 키우기 위한 여러 방책들을 담고 있다.

특히 서문에는 "미일 사이의 보다 긴밀한 관계 구축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조직처럼 과제를 탐구한다"는 향후 과제까지 명시돼 있다.

미일 동맹을 나토 동맹처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65년 6월 한일협정 체결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미국은 미일동맹의 청사진을 마련해 움직이고 있던 셈이다.

더욱이 1965년 1월 22일 백악관 NSC의 비밀메모는 미국이 일본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65년 1월 7일 NSC 참모인 체스터 쿠퍼, 제임스 토마스가 상관인 백조지 번디 특보에게 올린 비밀메모.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일정상회담을 앞두고 NSC가 에이사쿠 사토 일본총리의 의중을 정리했다. 결론적으로 일본을 영국과 같은 동맹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안을 담고 있다. 출처:LBJ도서관
비밀메모는 메모 작성자들이 주일미국대사와 면담을 통해 사토 총리의 의중을 NSC상관에 보고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주일미국대사는 1965년을 미일 관계를 위한 결단의 해로 간주하고 있다"며 사토 총리를 실권을 장악한 지도자로 묘사한 뒤 "미국이 그의 요구를 허심탄회하게 들어준다면 그는 일본을 영국처럼 장기적으로 종속적인 미국의 동맹으로 이끌 것이지만 만약 우리가 그렇지 않는다면 그는 일본을 (미국의) 동맹에서 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어 중국 공산당 문제에 대해 사토 총리가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를 원하며, 미국이 속마음을 털어놔 준다면 중국과 대만을 향해 조율된 접근을 할 수도 있다고도 제안했다.

또 다른 기밀문서에서는 미일 양국이 당시 한일협상 진행 과정에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1964년 2월 29일 미국 국무부와 주미일본대사관 사이의 만남을 기록한 대화록이 그것이다.

64년 2월 29일 국무부와 주미일본대사관 사이의 대화록. 3 페이지짜리 대화록은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 비밀문서에서 해제됐다. 삭제된 부분은 주로 타케우치 대사의 발언록이다. 출처:LBJ도서관
이 만남에는 미국에서는 딘 러스크 국무장관, 로버트 바넷 차관보, 로버트 피어리 동아시아국장 대리가, 일본에서는 류지 타케우치 주미일본대사, 마사오 가나자와 정치고문이 참석했다.

국무부가 이날 만남을 정리한 비밀 대화록에는 러스크 국무장관이 "한일 정부는 미국이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과거사) 청산의 이득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막대해서 협상 타결이 눈에 보이면 누구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고 독려하면서 협상 진행 과정에 대한 정보를 묻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다케우치 대사의 발언록은 삭제(sanitized)돼 있어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케우치 대사의 답변을 받은 러스크 장관은 "서로 관련해 기술적이고 정치적인 논의를 모두 일정화하는 것이 실현 가능한지, 그래서 양 당사자들이 원하는 종류의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대화록에는 적혀 있다.

이어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며 협상에 훈수를 두는 듯한 말을 하면서 "오히라 외무장관에게 미국의 조기 타결 바람을 전달해 달라"는 말로 만남을 마친 것으로 돼 있다.

물론 미국 국무부가 주미한국대사관 측과도 만나 한일 협상 관련한 진행 과정을 공유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미국이 일본에 경도됐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한일협상이 체결된 이후 작성된 비밀문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65년 6월 24일(한일협정 체결 이틀 뒤) 주일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전문. 일본 사토 총리가 주일 미국대사관을 통해 존슨 대통령에게 보낸 '오프 더 레코드' 메시지가 적혀있다. 출처:LBJ도서관
주일미국대사관에서 국무부로 보낸 비밀 전문이다.

전문은 "내각 비서실장인 하시모토 장관이 나(주일미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와 사토 총리가 다케우치 대사를 통해 일본과 한국 간 합의에 대해 축하의 메시지를 담은 서신을 존슨 대통령에게 보내라고 했지만 나를 통해서도 존슨 대통령에게 추가로 아래와 같은 '오프더 레코드' 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했다"고 적으면서 해당 메시지를 인용했다.

"대통령 각하와 미국 국민들에게, 이번 협상 과정에서 우리에게 제공해준 도의적 지원에 대해 우리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취재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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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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