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에게 욕하는 장면" 증거 공개.. "상처 줘 죄송" 결국 고개 숙인 맥라렌 차주

정은나리 2021. 3. 2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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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렌 차주 "내가 보복운전 피해자" → "모든 처벌 달게 받을 것"
미니(MINI) 운전자가 공개한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서 발생한 이른바 ‘해운대 맥라렌’ 사건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전개되다 결국 맥라렌 차주가 사과문을 올렸다. 앞서 맥라렌 운전자는 어린아이들을 태운 미니(MINI) 차량에 모욕적인 말과 보복운전을 했다는 게시글이 공개되며 일파만파 논란이 확산했다.

먼저 보복운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나선 이는 미니 차주 A씨다. 다둥이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부산 해운대 갑질 맥라렌’이라는 제족의 글을 올려 지난 13일 오후 7시쯤 아내와 세 아이를 태우고 귀가하던 중 맥라렌 차주로부터 보복운전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A씨는 맥라렌 운전자 B씨가 차에서 내린 뒤 선루프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아이들을 향해 “‘너희 아빠 거지다. 그래서 이런 똥차나 타는 거다’ ‘평생 이런 똥차나 타라’”라며 주행 신호가 켜질 때까지 욕설을 퍼붓고 차량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아이들은 그날 큰 충격을 받아 ‘아빠 우리 거지야?’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물어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최근 사업 부진을 겪다 원룸으로 이사하고 기존 차량을 처분한 뒤 아내가 타던 미니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며 “조그마한 차에 다섯명이 타고 있으니 신기하고 우스웠을 것”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B씨가 선루프 사이로 아이들에게 욕하는 장면”이라며 도로 CC(폐쇄회로)TV 영상 캡처 화면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도로 한가운데 자주색 스포츠카가 세워져 있고, 그 옆 차량에 선 남성이 허리를 숙인 채 무언가 말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공개된 사진을 토대로 볼 때 B씨의 차량은 2017년 2억6500만원에 국내 출시된 ‘맥라렌 570S’로 추정된다.

그는 “모든 자료를 보여드리기엔 고소장이 접수된 사건이라서 수사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썬루프 사이로 욕하는 장면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A씨는 협박 혐의로 B씨를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멕라렌 운전자가 공개한 영상.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이에 B씨는 22일 해당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먼저 욕설과 보복운전을 한 건 A씨 차량”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B씨는 “제 차량이 빠른 속도로 굉음을 울리며 급정차하며 끼어들었다는데 아니다. 천천히 진입했다”며 “뒤에 있던 미니 차주가 비켜주지 않으려고 제 차량을 가로막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여자친구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반려견이 타고 있어서 조심해서 운전했다”면서 “A씨가 먼저 욕을 해서 저도 감정조절이 잘되지 않아 같이 욕을 하게 됐다”고 했다. B씨는 “A씨의 아내가 ‘어린놈이 어디서 렌트해왔냐’ 등 욕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며 “그래서 제가 선루프에 대고 ‘애들 있는 거 보고 참고 있다. 애가 뭘 보고 배우겠냐. 그러니까 거지처럼 사는 거다’라고 말한 게 자극적으로 와전된 듯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보복운전을 할까 봐 여자친구 휴대전화로 동영상까지 촬영하면서 갔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저속 주행하는 A씨 차량 뒤로 B씨 차량이 천천히 따라가는 모습이 담긴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됐다.

B씨는 “단순 운전시비였고 그마저 당한 것 저희 쪽이었다”면서 “제 신상은 물론 여자친구와 주변인, 저와 친구가 차린 매장까지 전부 피해를 봤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보복운전 및 명예훼손으로 미니 차주와 (차주의) 아내를 모두 고소해서 제 무고함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B씨 해명에도 차에서 내려 아이가 탄 차량 선루프에 대고 욕설과 막말을 한 것은 명백한 보복운전이라며 B씨 행동을 질타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B씨는 결국 사과 글을 올리는 것으로 태도를 바꿨다. 

B씨는 사과문을 통해 “잘못의 경중에 있어 제 잘못이 많이 크고 잘못된 거라 깨우쳐주셔서 감사하다”며 “어젯밤부터 우리 가족 모두 단 1분도 눈 붙이지 않고 제 잘못에 대한 생각, 제 잘못된 처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혀야겠다는 그런 고의적인 나쁜 생각은 하지 않았고, 제가 화난다는 그 짧은 생각 하나로 가족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며 “모든 처벌은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교통사고조사계가 아닌 형사계(강력팀)에 배정해 보복운전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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