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 [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헬스조선 편집팀 2021. 5. 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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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신생물

누구든 암을 진단받으면 마치 사망 선고를 받은 것처럼 놀람과 두려움을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라며 암과 죽음을 같은 선에 올려놓고 죽음에 대해 본격적으로 걱정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와 ‘병기에 따른 생존율’의 숨은 의미를 알고 있다면 본인과 가족들이 겪는 암에 대한 두려움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

유명한 죽음 학자인 Elizabeth Kubler Ross는 인간이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말한다.

‘부정(denial)’은 죽음에 대한 통지를 받은 후 나타나는 첫 번째 반응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뭐라구요? 아니에요! 잘못되었을 겁니다”라면서 사실을 강하게 부정한다. 사실 부정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부정반응은 충격적 소식에 대한 심리적 완충작용으로 자신을 가다듬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한다.

‘분노(anger)’는 부정에서 “왜 하필 내가?”라며 분노와 원망의 감정으로 바뀌게 되는 두 번째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의료진과 가족에 대한 분노를 먼저 표출한다. 자신의 존재를 강조하며 나는 아직 잊히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해가 부족하면 이 시기에 의료진과 가족들 사이의 갈등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타협(bargaining)’은 어떻게든 불행을 뒤로 미뤄 보겠다는 심리적인 노력 과정이다. “이제부터라도 회개하고 봉사해볼까?”라며 신에게 은혜를 구하거나, 헌신 봉사에 따른 보상을 받고자 노력하는 단계이다.

‘우울(depression)’은 스스로 회복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객관적으로 질병이 나빠졌을 때 나타난다. “혼자 있고 싶어요”라고 하며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생각에 슬픔을 느낀다. 우울은 자신의 신체적, 사회적 기능 감소에 대한 두려움과 생계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온다. 최후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예비적 수단이기도 하다.

‘수용(acceptance)’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더 이상 분개하거나 우울해하지 않는 단계이다. 갑자기 일어나는 죽음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준비되었습니다” “편안합니다”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람에 따라 죽음 회피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수용 단계에 도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폐암 1기와 4기의 5년 생존율

암의 병기는 먼저 조직, 장기 등 기원세포의 ‘분화’ 정도를 가지고 이름을 붙이고 ‘국소침습’ 특성을 고려하여 암의 깊이와 크기(primary Tumor; T)를 측정한다. ‘전이’ 특성을 고려하여 주변 혹은 멀리 떨어진 림프절의 암세포 유무(regional lymph Node; N)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검사를 통해 다른 장기로의 전이(distance Metastasis; M)를 확인한다. 이 세 가지(TNM stage)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악성종양(암)의 병기를 1~4기로 결정한다.

폐암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 병기에 따른 폐암의 5년 생존율은 1기 약 60~70%, 2기 30~50%, 3기 10~20%, 4기 10% 미만으로 보고 있다. 폐암 1기로 진단된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산다. 4기면 10명 중 오직 한 명이 5년 이상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실 1기, 4기라는 병기는 다른 사람들의 결과일 뿐이다.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해 보면, 죽느냐, 사느냐, 50대 50의 비율이다. 결국, 5년 생존율은 본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폐암 1기’로 진단받은 환자는 10명 중 7명이 5년 이상 살 수 있으니 일단 안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망하는 환자도 3명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초기 암이니까 치료 후 걱정 없다고 긴장을 풀게 되면,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른다. 반대로 ‘폐암 4기’로 진단받은 환자는 5년 동안 사망한 사람보다 ‘생존하는 한 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 한 명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이때는 질적으로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루를 일 년’처럼, ‘일 년을 십 년’처럼 밀도 있게 행복하게 보낸다면, 분명 본인도 그 한 명이 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수용 단계의 행복한 시간’ 그 자체도 자신과 가족에게 큰 의미 있지 않을까?

/기고자: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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