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비빔밥 비켜주세요, 이젠 떡볶이·라면이 'K푸드' 주인공

변희원 기자 2021. 1. 2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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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공식품 수출 작년 27% 급증
수출 대상국 2위는 미국.. 中 제쳐
BTS 지민의 '포장마차 떡볶이'에
베트남 즉석음식 매출 1위 떡볶이
K팝·K드라마가 K푸드 전도사

떡볶이, 라면, 냉동 만두, 과자…. 국내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한국 음식이 지난해 세계에서 ‘K푸드’ 열풍을 일으켰다. 김치나 비빔밥을 내세운 한식의 유행이 ‘K푸드 1.0’이었다면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한국 간편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K푸드 2.0’ 시대가 왔다.

베트남에 진출한 편의점 GS25에서 떡볶이를 주문하는 현지 소비자들(위 사진). 떡볶이는 베트남 내 83개 GS편의점의 2020년 즉석 음식 매출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리온은 러시아인의 입맛에 맞춰 잼을 넣은 초코파이로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다(아래 사진). 지난해 K푸드는 코로나로 인한 간편식 인기와 업체들의 발 빠른 현지화, K컬처의 인기 등이 맞물리며 수출 대박을 터뜨렸다. /GS리테일·오리온

작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으면서 조리하기도 편한 가공식품과 간편식의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문정훈 교수는 “코로나 이전부터 현지화를 통해 기반을 다져놓고 있던 K푸드가 지난해 상승세에 올라탔다”고 평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에 비해 7.7.% 늘어난 75억7000만달러(약 8조3648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가공식품의 활약이 뛰어났다. 라면(6억400만달러)과 떡·즉석밥 등 쌀 가공식품(1억3760만달러)의 수출이 전년에 비해 각각 29%, 26.9% 올랐다.

닭고기 넣은 만두, 잼 넣은 초코파이, 현지화에 성공

CJ제일제당이 내놓은 냉동 만두 ‘비비고’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겼고,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했다. 미국 내 매출은 2019년 이미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미국인들이 익숙한 중국식 만두인 ‘덤플링’은 만두피가 두껍고 고기 함량이 높은 편. 비비고 만두는 ‘얇은 만두피에 채소가 많이 든 만두’라는 점을 내세우며 건강한 음식이란 인상을 줬다. 여기에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닭고기, 고수를 넣어 현지화에 성공했다.

2017년 수출액이 줄기도 했던 과자도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17.7% 증가했다. 기호 식품인 과자의 성공 비결도 현지화였다. 오리온의 경우, 러시아에선 잼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베리잼이 든 ‘초코파이’를 내놔 인기를 끌었다. 중국 향신료를 활용한 ‘꼬북칩 마라룽샤(새우)맛’, 진한 초콜릿 맛을 좋아하는 베트남 시장을 겨냥한 ‘초코파이 다크’ 등도 한국에 없는 현지 맞춤 상품이다.

K푸드 2.0 주요 가공식품 수출액

미국이 처음으로 중국(11억4000만달러)을 제치고 수출국 2위에 올랐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지난해 미국(12억달러)에 대한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보다 38% 증가했다. 동남아 지역(15억6000만달러)에 대한 수출도 9.1% 증가했다. 수출 대상국 1위는 전년에 이어 일본이 차지했지만 수출액은 전년 대비 6.2%가 줄었다. 미국과 동남아 수출의 강세는 K드라마, K팝 등 한국 대중문화가 K푸드 2.0을 이끌면서 생겨난 변화다.

BTS가 끌고 기생충이 밀고, K문화 수혜

2020년 농심의 미국 법인(3억2600만달러)이 중국을 누르고 해외 사업 1위가 된 데에는 영화 ‘기생충'의 역할이 컸다. 농심의 라면 제품을 섞어 만든 ‘짜파구리’는 ‘기생충’이 북미와 유럽에 개봉할 때마다 유튜브와 SNS에서 화제가 됐다. 6월에는 뉴욕타임스가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농심의 ‘신라면 블랙’을 꼽으면서 한국 라면은 1년 내내 화제 중심에 있었다.

그동안 K푸드에 끼지 못했던 분식 ‘떡볶이’도 K팝과 드라마 덕분에 동남아시아에서 급부상했다. 2019년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먹는 사진이 나온 데 이어 매운 음식 ‘먹방’이 유튜브에서 유행하면서 떡볶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 베트남에 83개 편의점을 낸 GS리테일에 따르면 현지 점포의 작년 즉석 음식 중 매출 1, 2위는 각각 매운 떡볶이와 짜장 떡볶이가 차지했다.

작년 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한식 1위에 꼽혔던 소주도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수출액은 전년에 비해 오히려 24% 늘었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 지역에선 소주를 ‘맛'이 아니라 ‘멋'으로 마시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사는 샨티 판자와남(35)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야외(포장마차)에서 국수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코로나로 한국 여행을 못 가기 때문에 한국 라면에 한국 소주를 먹으면서 대리 만족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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