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정경심 PC, 방배동에 없었다"..IP 공방, 통신 3사에 물어보니

유설희 기자 입력 2021. 05. 16. 17:48 수정 2021. 05. 16. 21:17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향신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 캡처.


일부 여권 지지자들이 최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교수 변호인단이 표창장 위조 범행에 사용된 PC가 방배동 자택이 아닌 동양대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를 항소심에서 새로 찾았다는 것이다. 이 증거가 항소심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2013년 6월16일 방배동 자택에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이 무력화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이달 초 인터뷰 등에서 “검찰이 증거를 일부러 숨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문제제기를 하며 ‘증거조작설’로 번졌다. 이 증거는 항소심을 뒤집을 반전카드가 될 수 있을까. 경향신문은 이에 대한 변호인단·검찰 입장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양측 주장이 타당한지 통신 3사와 전문가에게 물었다.

문제의 증거는 사설 IP(Internet Protocol) 할당 기록이다. 검찰이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제출한 증거에는 2012년 7월부터 2014년 4월까지 ‘192.168.123.137’ 형식의 IP가 22건 할당된 기록이 있는데, 변호인단이 2012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192.168.123.112’ 형식의 IP가 14건 할당된 기록을 자체 포렌식을 통해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 IP들은 공인 IP가 아니어서 사용 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은 양측 모두 인정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직접 관리하는 공인 IP는 세계에서 단 하나만 존재하는 주소로 사용 장소 특정이 가능하다. 반면 사설 IP는 1개의 공인 IP를 할당받은 공유기가 여러 컴퓨터가 인터넷을 나눠 쓸 수 있도록 여러 가상 IP 주소를 임의로 할당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 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 이를테면 공인IP는 한 회사에서 부서별로 유선전화를 개통한 것과 같다. 사설IP는 회사 대표번호만 유선전화를 개통하고 부서별로는 내선번호를 쓰는 것과 같다. 즉 사설IP는 내부용으로만 쓰이는 주소이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검색이 안 된다.

1심 재판부도 사설 IP 기록만으로는 사용 장소를 특정할 수 없지만 다른 증거들에 비춰 PC가 범행 전후에 방배동 자택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2013년 11월9일 오전 2시에 한국투자증권(정 교수가 계좌를 개설한 곳) 홈페이지에 접속한 이력이 있었던 점, 동양대에서는 ‘192.168.22.XXX’ 형식의 고정 IP를 사용하는데 이 PC에는 고정 IP가 할당된 기록이 발견되지 않은 점, 이 PC에 정 교수와 가족들이 PC를 사용한 파일은 발견됐지만 동양대 직원·학생들이 사용한 파일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렇다면 정 교수 측은 무슨 근거로 PC가 동양대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변호인단은 PC가 이전에 할당받았던 유동 IP를 재할당받는 경우가 많은데, 특정 기간에 다른 유동 IP가 잡혔다는 점에 주목했다. PC가 방배동 자택에서 동양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공유기가 다른 공유기로 바뀌었거나, 공유기·PC의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에 ‘137’을 할당받다가 ‘112’로 끝나는 IP를 할당받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공유기·PC 위치 등과 관계 없이 유동 IP 주소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를테면 다른 PC가 ‘137’을 선점하고 있으면 비어 있는 ‘112’가 잡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향신문이 유동 IP의 변경 원인에 대해 통신 3사인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에 문의해 받은 답을 종합하면, 양측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공유기 변경, 공유기 위치 이동, 다른 PC의 기존 유동 IP 선점 가능성 모두 유동 IP의 변동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통신 3사와 전문가들은 유동 IP 기록만 가지고는 유동 IP 변경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컴퓨터의 전반적인 정보를 봐야지 IP 주소만 가지고는 (공유기 위치가 옮겨졌는지 등을) 판단할 수는 없다”며 “너무 단순한 정보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 IP 기록만 가지고는 이 PC가 방배동 자택에 있었는지, 동양대에 있었는지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부(재판장 엄상필) 심리로 지난 10일 열린 정 교수의 항소심 2차 공판에서 검찰 측은 증거조작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IP 문제로 쟁점을 흐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2013년 6월16일 오후 4시20분부터 오후 5시1분까지 표창장 위조가 이뤄졌는데, 범행 전후 PC에서 발견된 문서파일 작업 내역으로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다는 취지다.

1심 판결문 291쪽에 인용된 브라우저 사용 내역을 보면, 범행 전에는 오후 2시25분 딸의 호텔 인턴십 확인서 열람, 오후 2시57분 딸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확인서 열람, 오후 3시53분 딸의 자기소개서 수정 내역이 확인된다. 이후엔 오후 5시21분 딸의 동양대 보조연구원 연구활동확인서 열람, 오후 5시30분 딸의 단국대 인턴십 확인서 수정 내역이 확인된다. 검찰 측은 “(정 교수 측은)동양대에서 제3자가 위조를 주도했다고 주장하는데, 우렁각시가 위조한 것이냐”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