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전쟁 속 한국의 길] ⓷"시간은 내 편"..美에 대한 中 속내는

김정률 기자 입력 2021. 2. 24. 07:00 수정 2021. 2. 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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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패권을 놓고 충돌지점을 향해 마주 달리고 있다. 美 싱크탱크들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방치한다면 10년 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한 국가의 국력을 군사·경제·기술·통치체제·인적자원으로 평가했을 때 이르면 2023년 미중의 글로벌 패권이 교차하는 지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선택이 아닌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고, 미중 간 충돌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우리로선 미중 가운데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아니면 양자택일 없이 마지막까지 '중립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스1>은 앞으로 7회에 걸쳐 미중 패권전쟁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입장, 우리는 미국과 중국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아니면 중립외교를 계속할지 등을 놓고 지면을 통해 우리 외교에 화두를 던질 계획이다. [편집자 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라 정치·경제·군사·외교·문화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의 쫓고 쫓기는 패권 경쟁 2라운드가 막을 올렸다.

중국은 겉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고강도 대중 압박을 반면교사 삼아 미국과 충돌이 아닌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내심 "시간은 내 편"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아시아 패권을 넘어 세계 1위 미국을 넘보는 중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은 101조원 위안(1경7287조원)을 넘어섰다. 미국 GDP의 70.67%로, 30년 전 미국 GDP의 6.62%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홀딩스와 영국의 싱크탱크 CEBR은 2020년 중국의 성장세를 지속되면 2028년 미국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당장의 맞대결은 힘들지만 미국과 비슷한 영토 크기에 4배가 넘는 인구수를 바탕으로 한 튼튼한 내수시장과 국가주도 경제라는 이점을 살려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하는 등 미국을 잡는 것은 결국 시간 문제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호주 시드니에 있는 로이연구소가 발표한 '아시아 파워 인덱스(API)'에 따르면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 외교적 영향력, 방위망 등 8개 부문에서 종합 76.1점을 기록했다. 중국은 2019년 전년대비 0.2% 오른 반면 미국은 81.6으로 2.9 포인트(p)나 떨어져 양국간 격차는 2019년 8.6 p에서 5.6 p로 대폭 좁혀졌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의 힘이 쇠퇴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방해하려 한다고 믿어왔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은 미국을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 죽어가는 사람"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생각은 거침없는 성장세와 맞물려 시진핑 주석 체제의 중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 주석은 2012년 집권할 때 패권국가의 상승과 쇠퇴라는 역사적 패턴을 언급한 것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현지시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공로자 표창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중국 급부상, 미국의 견제 불러 1972년 닉슨 미 대통령의 방중 이후 시작된 미·중 관계는 긴장과 정상화를 거듭해왔다. 양국은 1990년대 이후 전략적 이익에 기초해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복잡한 관계를 유지했다.

미·중은 경제적 의존관계도 있지만 지역안정에 대한 공동의 전략이 앞섰다. 미국은 냉전 이후 유일한 강국으로 동아시아에서 유리한 세력 균형을 위해 중국을 포용해 중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게 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치르면서 막대한 재정 적자를 입은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경제도 휘청거리는 사이에 중국은 초고속으로 G2(주요 2개국) 반열에 올랐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태평양은 넓다"라는 발언은 그동안 중국을 평가절하했던 미국에 일종의 '존재감을 인정해 달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2013년 팜스프링에서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광대한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 같은 두 대국을 위한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발언은 태평양, 즉 동북아를 넘어 이제 세계로 뻗어나갈테니 미국에 우리의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일종의 도전과 같이 느껴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부랴부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을 폈지만 외교의 중심을 아시아로 완전히 옮기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중국을 막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쏟아낸 홍콩, 남중국해, 대만, 신장 등 중국의 아킬레스건 건들기와 무역전쟁은 양국 관계를 악화일로로 만들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자료사진) © AFP=뉴스1

◇중국, 아직은 때가 아니다, 시간은 우리편…미국 전방위 압박에 일단 '협력' 강조

양국의 대치 구도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하고 있다.

애초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완화된 대중 정책을 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와 기후 변화 등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지만 안보와 인권 분야에서는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대통령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정책은 자국내에서 여전히 불만을 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이 오바마 행정부를 넘어 인권 등에서는 강력한 압박책을 펼치는 것이 이 같은 영향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 11일 통화에 여전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중·미가 화합하면 서로에게 유리하고, 싸우면 모두가 다칠 수밖에 없다"며 "협력이야말로 양국의 유일한 선택지이며, 중·미가 맞서 싸운다면 양국은 물론 세계에도 재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홍콩, 신장과 관련된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에 관련된 사안"이라며 "미국 쪽은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주권과 영토 등 이른바 '하나의 중국'이라는 주제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경제를 비롯한 다른 분야는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중 경쟁에서 공세를 취하기보다는 수세적인 입장이다. 비록 수년 내에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여전히 미국와 맞상대하기는 껄끄럽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미국은 중국 견제용 4개국(인도, 호주, 일본) 안보 협의체 쿼드(Quad)의 첫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동맹국을 활용한 미국의 지정학적, 경제적 압박 전략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국가' 체제 인 중국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環求時報) 등이 주요7개국 정상회담(G7)과 쿼드를 '배타적 패거리' '아시아 나토(NATO)' 불가라고 비판하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을 풀이된다.

중국 언론 및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 회복을 바라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양국의 갈등이 불거진 만큼 중국이 아닌 미국이 나서 그동안 미국이 중국 기업들을 압박했던 것 등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션이 복단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중국 관찰망 기고문에 미국에 정책적 오판을 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했다. 또 '정상외교 회복'은 "미중 관계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은 중국이 아니라 트럼프 정부 4년 동안에 있었다"며 "미중관계 회복은 미국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이 같은 다소 모호한 입장은 결국 시간은 중국의 편이라는 판단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한국 등 전통적인 동맹국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한다고 해도 동북아에서 경제적으로 중국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는 자신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홍콩 명보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당장 중국과 화해하는 태도를 취할 수 없다"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단칼에 자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왕 교수는 미중 관계를 '얼음이 석 자나 언 것은 하루 추위에 다 언 것이 아니다'는 중국 속담에 비유하며 "(양국 관계가) 4년 넘게 얼어 붙었는데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에서 "중국과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미국에 중국 못지않은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한국과 유럽, 일본은 미국의 비현실적인 야망에 기꺼이 돈을 걸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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