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윤석열 검증 시작되나..사방에서 견제구

한기호 입력 2021. 6. 12. 01:13 수정 2021. 6. 1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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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風' 재확인에..공수처 고발사건 수사개시
野 원내지도부 "신독재 플랜, 尹 죽이기" 반발
"수사력" 주문한 이준석, "부메랑" 꼬집은 홍준표
하태경 출마 예고, 경선 앞당기나..尹 입당 시기는?
지난 6월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권 검찰총장'에서 '야권 유력 잠룡'으로 변모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점차 대권행보를 구체화하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연쇄 접촉한 데다, 보수정당 사상 역대급 흥행을 보인 당대표 선거가 맞물리면서 더 그렇다. 석달 간 잠행과 '전언(傳言)정치'로 여론에 '피로감'이 확산되며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마저 주춤하는가 했지만, 다자대결에서 35.1% 선두로 지지율 최고치를 경신(리얼미터·오마이뉴스 의뢰·지난 7~8일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돼 '윤풍(尹風)'을 재확인했다. 현충일을 계기로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나라 만들기' 메시지, 천안함 생존장병을 직접 찾아가 "천안함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들, 희생된 장병들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을 겨누는 '안보' 메시지를 발산하며 보수야권 대권주자로서 면모를 구축해갔다.

뒤이어 9일 윤 전 총장은 서울시 주관의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직 사퇴 후로는 처음으로 공식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으로부터 접수한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 2건(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방치 의혹·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혐의 수사 방해 의혹)에 각각 '공 제7호'와 '공 제8호'의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엿새 전(4일) 정식 입건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일으켰다. 사세행은 지난 7일에는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을 불법 작성하고 이와 관련한 수사를 막았다며 윤 전 총장 등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 의혹은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수사를 촉구한 지 불과 사흘 만에 고발장의 형태로 날아든 것이다.

민주당 인사들이 이어오던 '윤석열 때리기'도 거세졌다. 송영길 대표는 1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발탁 은혜를 입었는데, 이를 배신하고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다"며 "이회창씨(전 한나라당 총재)는 김영삼(YS) 정부에 의해서 감사원장·총리로 발탁됐고 YS를 배신하고 나와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배신자' 프레임을 걸었다. 여권 대선주자 중 한명인 정세균 전 총리는 11일 SNS로 "지도자의 도덕성은 국가의 도덕성이다. 두 범죄인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의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며 "범죄의혹 수사는 여든 야든, 지지율이 높든 낮든, 장관 후보든 대통령 후보든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윤 전 총장을 저격했다. 특히 법무부 장관 재임 중 윤 전 총장을 '부하'로 규정하고 대립했던 추미애 민주당 전 대표는 같은 날 KBS라디오에서 "정치검사가 대권으로 직행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악마'에게 던져주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즉각 공수처를 질타하며 윤 전 총장 비호에 나섰다. 10일 당대표 후보 자격일 때 낸 입장문에서 '당심(黨心) 강세'의 나경원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시절) 저와 우리 당이 온 몸을 던져 막으려 했던 그 공수처는 이렇게 철저하게 '야권 탄압'의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며 "신(新)독재 플랜"이라고, 주호영 의원도 "이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온 직권남용 혐의란다. '윤석열 찍어내기'에 이은 '윤석열 죽이기' 플랜"이라고 각각 밝혔다. 당일까지 중앙당 대변인직을 수행한 배준영 의원도 논평에서 "이제 정권에 밉보인 인사들은 단지 친정부 단체에 의한 고발만으로 그 명운이 좌우되는지"라고 목소리를 보탰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11일 전당대회 직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를 찍어누르기 위한 정치공작이 시작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묘한 반응도 있다. '윤석열 구애'와 거리를 뒀던 이준석 신임 당대표는 후보 자격이던 10일 SNS에서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에 대한 수사라고 주목한 뒤 "공수처가 '권력의 압박에서 자유롭게' 이 사안을 다룰 수 있는지, '수사능력'이 있는지 국민들이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된 11일 오후 YTN인터뷰에서도 "공수처라는 조직은 국회 내에서 굉장히 치열한 토론 과정을 통해 많은 국민들의 상당한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며 "국민들은 그 기관이 공정하길 바라고, '수사력'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제했다. 이어 "(윤 전 총장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우려를 가진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그에 더해 과연 '수사력'을 발휘해서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계속 대선 국면까지 질질 끌고 갈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사건 처리 방향보다 시기에 주안점을 두고 '수사능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전대 경선 국면에선 윤 전 총장에 관한 △"별의 순간" 평가를 거둬들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재영입 의지 △대선 경선 버스 정시출발론 △장모 사건 '10원 한장' 변호발언 책임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형사처벌 분리 평가론 등에 입각한 발언으로 경쟁 주자들로부터 '윤석열 배제설'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야권의 또 다른 잠룡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전대 마무리로 국민의힘 복당이 가시화한 11일 SNS로 "윤석열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장, 청와대 수석, 장관 등 박근혜 정권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했던 그 직권남용죄를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게 적용해 수사한다고 한다"며 "(윤 전 총장에게) 혐의가 있다면 부메랑"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어쨌든 윤 전 총장에게 (정권발 탄압이라는) 천운이 온 것 같다"고 상황을 평가하는 한편, 전날부터 돈 '대권 도전설'을 "다음 주에 (출마 선언을) 할 생각"이라고 확인했다. 이 대표도 "원희룡 제주도지사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 외에 하 의원도 출마 의지를 밝혔다"고 언론에 거듭 전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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