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프리즘] 출판유통전산망, 출협 참여가 정답

신준봉 입력 2021. 6. 1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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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억 들인 숙원사업 9월 첫 가동
빠짐없이 참여해 보완해 나가야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출판대국인 이웃 일본에는 6년, 캐나다에는 20년 가까이 뒤져 있다. 독일 역시 우리를 훌쩍 앞서 있다. 민간조직인 엠파우베(MVB)가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년 전, 엠파우베가 형태를 갖춘 건 50년 전인 197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8년 연구 조사)

단순히 시작 연도를 기준으로 따지면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 출판계의 숙원사업인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말이다. 다른 나라들은 수년에서 수십 년씩 활용하는 출판 관련 통합전산망이 우리에게 없는 폐해는 크다. 정확한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출판산업 정책 수립이나 개별 출판사들의 순발력 있는 출판 기획 같은 일들이 우선 가능하지 않다. 기막힌 부작용도 있다. 아직도 서점들로부터 도서 주문을 팩스로 받는 출판사가 적지 않다고 한다. 서점들과 출판사들을 연결하는 주문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코로나 확진자 집계를 팩스로 한다고 코웃음 칠 일이 아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미 당기는 책을 발견한 서점이 출판사에 직접 연락해 책을 주문하고 싶어도 연락처가 없어서 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까지 발생하는 걸까.

이 지면을 통해 몇 차례 문제 제기도 하고 진행 상황을 소개도 했지만 우리도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18년부터 정부 예산 45억원을 들여 구축해 온 통합전산망이 드디어 눈앞에 있다. 9월 가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막판 삐걱거리고 있다. 아니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 가장 많은 회원사를 거느린 출판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일찌감치 참여를 거부해서다.

지난달 26일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통합전산망 사업설명회는 앞으로 전산망의 앞길에 어떤 어려움들이 도사리고 있을지를 경고하는 예고편 격이었던 것 같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바이브컴퍼니 송길영 부사장의 빅데이터 강연이 제대로 끝을 맺지 못했다고 한다. 전산망이 실제로 어떻게 구동되는지를 보기 위해 참석했지 빅데이터 강연을 들으러 온 게 아니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와중에 고성까지 오갔다. 진행 미숙까지 겹쳐 정작 최종 리허설에서 전산망이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을 진흥원이 보여주지 못한 점은 뼈아플 것 같다. “데이터와 핵심 기능에 집중하면 곧 좋은 대세 시스템이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거액을 투자한 결과가 고작 이거냐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래서 최근 출협의 기류 변화가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기자의 착각일까. 출협 양창섭 홍보팀장은 10일 “전산망 개발이 어디까지 왔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전산망 참여 여부는 개별 출판사들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기자에게 밝혔다. 나랏돈 들인 전산망의 구축 이후 운영주체는 민간, 그러니까 출판인들이 되어야 한다고 해서 갈등을 빚었던 종전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어차피 전산망은 출판인들을 위한 것이다. 나중에 독자들에게도 득이 되겠지만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수밖에 없다. 링 밖에서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링 안에 들어와 첫 전산망의 부족한 점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새로 쓰는 출판 창업』에서 5년 후 출판인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타서 책상 앞에 앉는다. 스마트폰으로 책 주문 내역을 확인한다. 물류회사가 전국 모든 서점의 주문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매일 데이터를 보내면…”.

손바닥 안에서 도서 발주·수주가 해결되는 꿈 같은 장면이다. 실현 불가능한 망상이기만 한 걸까.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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