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해외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이유 있었네" [알쓸소비]
"맛있는걸 어떡해" 수출용 라면에는 넣어
대상 '미원라면' 용기면 매출 10위 등극
식품업계는 건더기 양보다 스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주인공은 'L-글루타민산나트륨'(Monosodium L-glutamte), MSG다. 감칠맛을 내는 MSG는 해외 수출용 라면 겉포장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내수용 라면에서 사라진 까닭은 무엇일까.
라면 MSG 논쟁은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TV 먹거리 고발 프로그램은 '착한 식당'을 선정하면서 MSG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뒀다. 아무리 맛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도 MSG를 사용했다면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돼지갈비, 냉면, 감자탕 등 유명 식당들이 착한 식당에 도전했다가 MSG를 넣었다는 이유로 탈락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시청자 게시판은 MSG 논쟁으로 금세 뜨거워졌다. MSG를 과다 섭취하면 뇌신경세포가 파괴되는 등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과,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당을 정제한 것뿐이라는 논쟁이 벌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195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연구한 결과,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실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은 2007년부터 라면에서 MSG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당시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천연 조미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도 팔도 '틈새라면'과 GS25 '오모리김치찌개면' 등 일부 제품에만 MSG가 들어간다. 반면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팔리는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등 수출용 라면에는 MSG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다만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신라면에는 MSG가 없다. 1968년 중국 음식을 먹으면 두통이나 소화불량이 생긴다는 '중국집증후군'을 시작으로 미국 내에서도 MS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MSG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이 됐는데, 찝찝해하는 소비자들이 있어 쉽사리 재사용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이 승부수를 던졌다. MSG인 '미원'을 내세운 '미원라면'을 출시한 것. 육개장 베이스 국물에 미원을 넣어 감칠맛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GS25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출시 이후 미원라면은 150여 종의 용기면 중 매출 10위를 기록했다. GS25 관계자는 "용기면은 베스트 상품이 많아 순위 변동이 많지 않다"며 "이례적인 인기"라고 설명했다.
MSG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라면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로 미원 한 꼬집을 넣으면 된다는 레시피가 공유되기도 한다. 스테이크를 미원에 절이는 드라이에이징 방법도 화제가 됐다. 대상은 미원의 '부캐(부 캐릭터)'인 '흥미원'을 선보이고 MZ세대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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