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안먹어도 치킨 시킨다..'돈쭐' 내는 착한 영수증

최연수 입력 2021. 3. 2. 05:00 수정 2021. 3. 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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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사장님 힘내세요'라는 해시태그로 달린 영수증 인증. 사장님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세지도 함께다. 인스타그램 캡쳐

“추운 날씨임에도 배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작은 소비가 힘이 되면 좋겠어요!”
배달음식 영수증에 손글씨로 적은 응원 문구다. 최근 SNS에서는 ‘#사장님 힘내세요’라는 해시태그를 단 영수증 ‘인증’ 운동이 한창이다. 몇몇 인증 게시물 속 영수증 사진에는 ‘줄어든 매출에도 친절히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추운 날 배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식당 사장님에게 보내는 응원의 한마디도 담겨 있다.


자영업자 위로하는 '인증' 열풍

서울시 자원센터와 봉벤져스기획봉사단이 함께한 가치소비인증 캠페인의 인증 모습. 인스타그램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에 자영업자를 위한 시민들의 위로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영업 사정이 어려워지자 동네 식당의 음식 결제 영수증, 음식 사진 등을 인증하는 운동이다.

무너진 골목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사장님 힘내세요’ ‘#가치소비캠페인’ 등 해시태그로 SNS에 소비한 영수증 내역을 올리는 식으로 이뤄진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와 봉벤져스기획봉사단이 함께하는 이 캠페인은 영수증 인증을 하면 추첨을 통해 기념 배지를 증정하기도 한다. 대학생 김모(23)씨는 “내가 올린 글을 음식점 사장님이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SNS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에게 동네 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 기획자 이준희(28) 씨는 “적은 금액이라도 소비 자체가 소상공인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영수증 인증 캠페인을 고안하게 됐다”고 기획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한 식당 사장님이 SNS를 통해 캠페인을 접하고 감사하다며 손편지를 보내주기도 했다. ‘언제든 연락하면 배달로 서비스를 줄 테니 연락달라’는 글을 보고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사장님, '돈쭐' 낸다는 소비자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소비형태가 퍼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온라인에서 서울 마포구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가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대접해온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철인7호’ 홍대점주 박재휘씨에게 고등학생 A군이 보낸 감사의 편지가 공개되면서다.

이 편지에 따르면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던 A군은 코로나19로 식당에서 해고됐다. 배고픈 동생이 “치킨이 먹고 싶다” 말했지만, 5000원밖에 없던 사정을 알고 점주 박씨가 형제를 따뜻하게 맞이했다고 한다. A군은 “가게를 방문할 때마다 동생에게 치킨을 내어주고 미용실에서 동생의 머리를 깎여서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철인 7호 홍대점 사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손편지. 인스타그램 캡쳐

감동 사연이 퍼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게 점주님을 '돈쭐 내야 한다(돈으로 혼쭐을 낸다는 의미)’며 치킨 주문이 쇄도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 불우이웃을 보살피는 마음에 감동받았다. 조금이라도 사장님에게 보탬되기 위해 치킨 주문을 했다’ '치킨 주문했지만, 치킨은 안 보내줘도 된다' 등의 칭찬과 함께였다.


선한 영향력 주려는 ‘미닝 아웃’
전문가는 SNS 기반으로 이뤄지는 이러한 ‘소비 인증’ 현상을 밀레니얼의 소비형태로 분석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 소비 트랜드는 ‘미닝아웃 소비’라는 것이다. ‘미닝(Meaning·의미)’과 ‘커밍아웃(Coming Out·드러내기)’의 합성어인 미닝 아웃은 소비를 통해 개인의 취향과 선호,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형태를 말한다. 소셜미디어로 자신의 소비 습관을 알리면서 관심 있는 사회 문제를 환기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 가운데 본인의 가치관을 돈으로 투표하는 ‘달러 보트(dollar vote)’ 행위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의 소비와 인증으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선한 영향력을 불러일으키려는 움직임”이라며 “코로나19의 경기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은 될 수 없지만, 공동체 안에서 선한 영향력을 주려 하는 바람직한 소비행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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