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발언 뒤집은 정경심측 "재판은 사실관계 맞추는 과정"

이수정 입력 2021. 6. 30. 05:01 수정 2021. 6. 3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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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ON] 조국 부부 2라운드 ⑨
조국 전 법무부장관(왼쪽)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28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심담·이승련)는 정 교수의 ‘증거 관련 범죄’에 대해 심리했습니다. 그간 재판부는 정 교수의 혐의를 크게 ▶입시비리 ▶사모펀드의혹 ▶증거범죄로 나눠 심리했는데, 마지막 주요 파트에 대한 공방이 끝난 셈입니다. 다음 달 12일이 최후 변론입니다.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의 시간을‘귀한 시간’이라 언급하며 변론에 총력을 쏟았습니다. 정 교수도 변호인과 필담을 나누며 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죠. 검찰과 변호인이 팽팽히 맞붙은 28일 오후 서울고법 303호 법정을 중앙일보 法ON이 한 장면씩 되짚어보겠습니다.


정겸심, '사모펀드 및 입시 비리' 증거 인멸·은닉·위조시켰나

정경심 교수 증거관련범죄 1심 판단. [중앙포트]

‘증거 관련 범죄’는 크게 ①증거인멸교사 ②증거은닉교사 ③증거위조교사 3가지입니다. 증거인멸교사는 정교수가 코링크PE 직원들에게 사모펀드 자료 중 동생인 정모씨와 관련된 것을 지우라고 시켰다는 혐의입니다. 증거은닉교사혐의는 자산관리사인 김경록씨에게 방배동 자택의 하드디스크 및 동양대 PC를 따로 보관하게 한 혐의고요. 증거위조교사는 코링크PE직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 준비단에 위조된 펀드운용보고서를 내게 했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정교수 입장에서 1심의 판단을 요약하면 2승 1패입니다. ①혐의만 유죄가 나오고 나머지 ②·③혐의는 무죄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무죄가 나온 ②·③혐의도 판결을 분석해보면 사실관계는 ‘유죄’의 근거와 다름없고, 1심이 법리를 오해해 무죄로 판단했다고 주장합니다.

먼저 증거은닉교사죄를 보겠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김경록씨에게 하드디스크 및 PC를 숨기라고 ‘시킨 것’에 방점을 둡니다. 반면 변호인은 정 교수와 김씨가 ‘함께’ 하드디스크를 떼고 따로 보관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피의자 본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것은 형량에 불리할 순 있어도 직접 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남에게 내 증거를 없애라고 시켰다면 ‘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1심은 정 교수를 하드디스크 은닉의 ‘공범’으로 판단해 정 교수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씨도 자신의 재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다음 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정 교수의 변호인은 ‘의도적인 증거 은닉’이 아니라 나중에 찬찬히 살펴보기 위해 따로 보관하라고 했을 뿐이란 점도 주장합니다.

증거위조교사죄는 어떨까요. 2019년 조국 전 장관 청문회 준비 당시 코링크PE 직원들은 청문회준비단에 블루펀드와 관련한 펀드운용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정 교수와 자녀, 동생과 그 자녀가 출자한 블루펀드는 정관상 주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운용보고서를 보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죠. 청문회준비단이 코링크에 운용보고서가 있는지 물었고, 정 교수 측과 긴밀히 소통해오던 코링크 측은 운용보고서를 부랴부랴 만들고, 예전에 만들어진 것처럼 꾸며 청문회준비단에 보냅니다. 이 ‘2차 운용보고서’는 청문회 대응단의 해명 근거가 됐고, 조 전 장관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쓰였죠.

이 보고서에는 ‘블루펀드는 상생발전 펀드’, ‘블라인드 펀드로 투자대상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모두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당시 주요 의혹에 반박 논거가 됐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의 지시로 이 보고서가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위조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1심은 “의심스럽긴 하지만 교사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합니다. 변호인 역시 “정 교수가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SNS 메시지나 이메일, 하다못해 관련자 진술이라도 있어야 입증이 될 텐데 아무것도 없다”며 정 교수가 시켰다는 검찰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사라진 조국 PC하드디스크 어디 있느냐"엔 "추후 의견 내겠다"
1심에서 유일하게 유죄가 인정된 증거인멸교사죄는 변호인 측이 적극 변론에 나섰습니다. 김강대 변호사(LKB)는 항소심 초 꺼냈던 ‘가족오락관 변론’을 정 교수가 처한 상황에 빗댔습니다. 정 교수는 청문회를 앞두고 사모펀드 관련 자료에 자신과 동생 이름이 언급되면 반대 측의 공세가 걱정된다는 추상적인 우려를 말했을 뿐인데, 이 말이 코링크 직원들에게 순차적으로 전달되며 증폭돼 원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결과가 나온 거란 말입니다. 코링크 직원들은 정 교수와 관련된 자료를 지우고, 노트북 하드디스크 등을 교체합니다. 변호인은 “코링크 자체의 횡령 이슈 등 문제 될 사안 때문에 일을 벌여놓고, 정 교수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측이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주최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며 공개한 동영상 중 조민씨의 모습(붉은 원안). 1심 재판부는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정 교수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의 변론이 끝난 뒤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 교수 측에 ‘사라진 조 전 장관 PC 하드디스크’의 행방을 물었습니다. 정 교수는 김씨에게 일부 하드디스크만 보관하라고 주고 조 전 장관이 쓰던 PC의 하드디스크는 직접 보관했는데, 이게 2심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행방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재판부는 정말 ‘나중에 살펴볼 목적’이었다면 지금쯤은 어디 있는지 밝힐 수 있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정 교수 입장에서는 다소 뜨끔할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정 교수 측은 즉답은 피한 채 추후 의견서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청문회 때 "딸 인턴 확인서 만든 적 없다"→"주무교수 재량으로 써"

조민 ‘7대 허위스펙’ 1심 판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해명을 뒤집는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딸 조민씨의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와 관련해서입니다. 정 교수 측은 항소심에서 “조민이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활동한 서울대 인턴십 확인서는 주무교수이던 조 전 장관이 그간의 활동을 고려해 재량으로 써준 것”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인사청문회 때 조 전 장관은 “제가 이런 문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거나 제가 스스로 만들어서 이 직인을 위조해서 찍었거나 이런 것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항소심 답변은 인사청문회의 조국 교수 답변을 일부 부정하는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변호인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과거 많은 의혹과 공격 속에서 방어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고, 1년이 넘는 재판을 통해 기억을 되살리다 보니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정 교수 측 설명처럼 재판은 부정확한 기억과 왜곡된 사실관계를 조금씩 맞춰가는 과정인 걸까요. 항소심에서 맞춰진 ‘사실관계’는 1심의 그것과 달라질 수 있을까요. 이제 정 교수에게는 다음 달 12일 최후 변론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재판에서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는 진실의 조각들을 [法ON]에서 상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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