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떻게 보수를 뽑냐" 이 정서 유독 강한게 40대男

손국희 입력 2021. 4. 8. 18:58 수정 2021. 4. 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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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전 세대 중 박영선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을 앞지른 건 40대가 유일했다. 박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 사무실을 찾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당사로 이동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40대가 현 정부에 가장 우호적이라는 사실은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다시 한번 입증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를 세대별로 나눴을 때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지지율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에 앞선 건 40대(박영선 49.3%, 오세훈 48.3%)가 유일했다.

세대에 성별 변수를 더하면 40대 남성의 박 후보 지지 경향이 확연했다. 40대 여성(박영선 47.8%, 오세훈 50.2%)은 오히려 오 시장 지지율이 더 높았는데, 40대 남성은 박 후보 51.3%, 오 시장 45.8%로 전 세대·성별을 통틀어 유일하게 박 후보 지지율이 50%를 넘겼다.

서울 25개 자치구를 빨갛게 물들인 정권 심판론이 유독 40대만 피해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권의 탄생과 몰락, 보수 정권 비토를 경험한 이들의 독특한 ‘정치 사회화’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노무현 서거 부채의식, 보수 비토 정서 여전”

2016년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요구 촛불시위. 중앙포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40대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병 시절 김대중·노무현 진보 정권을 경험했고,이들에게 표를 몰아줘 정권 탄생에도 일조한 세대”라며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거치며 진보 정치에 대한 부채 의식이 형성됐고, 박근혜 탄핵 등을 통해 보수 진영에 대한 비토 정서도 굳건해졌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40대는 의정부 여중생 장갑차 사망 사건, 노무현 탄핵, 광우병 파동, 국정농단 사태에서 모두 촛불을 든 세대로 ‘우리가 어떻게 보수 정당을 뽑냐’는 여론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40대는 선배 세대이자 이번 정권의 주축인 386세대의 정신을 동경하는 반면, 보수 세력에 대해선 거부 반응이 강하다”며 “40대 상당수가 현재 기업, 노조 등 직장에서 일종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았는데, 일종의 ‘같은 편’인 현 정부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준다는 인식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가장 큰 혜택 본 세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확인 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반면 정치적인 경험이나 이념을 떠나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거란 분석도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40대는 문재인 정권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세대”라고 했다. 그는 “특히 40대 직장인들은 52시간 근무, 주5일제 등에 더해 자녀 육아 등 각종 복지 정책의 수혜를 가장 크게 봤다. 다른 세대에 비해 만족감이 크다는 점이 배경일 것”이라고 했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했거나 내 집 마련이 어려운 20·30세대, 자녀와 은퇴 문제에 시달리는 50·60세대에 비해 40대의 경우 가정과 사회에서 느끼는 압박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40대는 직장에서 중간 관리자로 아직 퇴직 등의 부담이 크지 않은 세대”라며 “40대 상당수가 이미 내 집을 보유한 것도 부동산 이슈 등에 덜 분노하는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어 “50대 이상은 대부분 성인으로 접어든 자녀의 취업, 결혼 등 현실적 미래를 걱정해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40대는 대부분 자녀가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이런 부담에서 더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손국희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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