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백운규 전 장관 영장 기각.."검찰권 남용" 비판 직면
수사 챙긴 윤석열도 타격..채희봉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윗선' 소환 차질 가능성도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백운규(56)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고발 이후 논란 속에 3개월여간 진행된 검찰의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과도한 정치 수사'나 '검찰권 남용'이라는 거센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윗선인 청와대 관계자 등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직접 챙긴 윤석열 검찰총장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백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백 전 장관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범죄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여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월성 원전 자료 삭제 등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 2명이 이미 구속 기소된 데다 이들의 진술도 확보된 상태여서 백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백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및 그 관계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월성 1호기 관련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검찰 주장인데, 백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이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완전히 증명되지는 않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오 부장판사는 "확정적이지 않은 개념을 요건으로 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해석·적용할 때에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해석 원칙과 최소침해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백 전 장관이 원전 즉시 가동중단을 지시하거나 경제성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는 상황에서 검찰이 혐의를 모두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에서 청와대 지시 및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이 낮다'는 취지 평가 보고서 생산 등 주무 부처의 의사결정권자였던 백 전 장관을 이번 사건 핵심 피의자로 분류하고 조사했던 검찰은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 여부를 최종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인물로 백 전 장관을 꼽았던 터라 영장 기각 결정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검은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긴 어렵지만, 더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는 짤막한 공식 반응을 내놨다.
앞서 검찰은 월성 원전 자료 삭제 등 혐의로 기소한 산업부 공무원 3명 공소장에 산업부가 원전 조기 폐쇄 결정 전에 청와대에 사전 보고한 정황이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산업부가 이사회 날짜와 함께 회의 결과까지 담은 내용을 미리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이 수사 결과 드러난 상황이어서, 백 전 장관이 교감 하에 주요 진행 상황을 챙겼을 것이라는 게 검찰 시각이었다.
이 때문에 백 전 장관의 영장이 발부되면 어느 정도 수사 정당성을 확보한 만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이른바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게 검찰의 계획이었다.
영장 기각으로 검찰은 수사 동력이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애초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거센 반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백 전 장관도 전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직전 대전지법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로,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백 전 장관을 상대로 관련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전후로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측됐던 채희봉 전 비서관에 대한 출석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 3명 첫 공판일인 3월 9일 전까지는 주요 피의자 조사를 마무리해 기소 명단을 추린 뒤 공소 유지에 나설 예정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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