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세계 기록을 2분이나 단축시키는 이 운동화를 어찌할꼬?
스포츠용품 제조사 나이키가 2017년 두꺼우면서도 가벼운 소재의 폼(foam)과 단단한 탄소섬유 플레이트(plate)를 장착했다는 운동화 ‘베이퍼플라이(Vaporfly)’를 내놓았을 때에, 스포츠과학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국내서도 26만~29만원대인 고가(高價)의 이 운동화를 팔려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계육상경기연맹(World Athletics)의 보건·과학부 책임자인 스테파니 버먼 박사는 22일 발간된 ‘스포츠·활발한 삶의 프런티어’라는 스포츠 학술지에서 “이 운동화를 신고 달린 마라톤 엘리트 여성 선수들의 기록이 2분10초 정도 단축되는 등, 엘리트 남녀 선수 모두 이 운동화로 기록을 상당히 단축했다”고 발표했다. 2019년 10월13일 시카고 마라톤에서 케냐의 여성 마라토너인 브리지드 코스게이는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이전 대회 기록을 90초 가까이 단축했다. 2019년 10월 남성 마라토너인 엘리우드 킵초게는 ‘변형된’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비엔나에서 1시간 59분40초를 달려, 비공인(非公認)이지만 처음으로 ‘2시간의 벽’을 넘었다. 이때 그가 신은 이 나이키 운동화는 이후 국제경기에서 금지됐다.
버먼 박사는 10㎞·하프 마라톤·마라톤 3개 종목의 2012~2019년 시즌별 남녀 최고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7년 나이키의 ‘베이퍼플라이 4%’라는 제품이 나온 이래, 통계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 단축이 일어난 것을 발견했다. ‘베이퍼플라이’가 시판되기 전인 2016년과 2019년 사이에 시즌 최고 기록이 여성은 1.7~2.3%, 남성은 0.6~1.5% 단축됐다. 2018~2019년, 남녀 하프마라톤과 마라톤 종목의 세계 기록은 모두 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달린 선수들이 수립했다. 2019년 세계 주요마라톤의 1~3등 선수 36명 중 31명이 나이키 베이퍼플라이를 신고 뛰었다. 결국 다른 제조사들도 이 기술을 모방했고, 작년 세계 하프마라톤 남자 기록도 탄소섬유 플레이트를 장착한 경쟁사 신발을 신은 선수가 이룬 것이었다.
논문 저자인 버먼 박사는 “시간 경기에서 이는 주요한 발전”이며 “엘리트 여성 마타토너에게 1.7%의 운동능력 신장은 ‘2분10초’의 기록 단축”이라고 밝혔다. 또 2018년의 하프마라톤 경기에서도 통계적으로 3~4%의 단축이 있었다. 여성이 ‘나이키 베이퍼플라이’의 효과를 더 본 것은 일반적으로 더 가벼워서, 신발의 폼(foam)과 탄소섬유 플레이트의 결합이 제공하는 강화된 리바운드 효과를 더 누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베이퍼플라이’의 시간 단축 효과가 더 두드러져, 약 5분에 해당하는 3~4%의 단축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 신발은 장거리 달리기 경기에서 ‘게임 체인저’가 된 것이다.
세계육상연맹은 ‘경기용 운동화의 목적’을 “발을 보호하고 안정성, 표면에 대한 강력한 그립(grip) 능력을 제공해야 한다. 선수에게 공정하지 않은 어떠한 도움이나 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버먼은 나이키 베이퍼플라이와 같은 제품이 운동능력을 크게 향상하는 것은 분명해졌으며, “이제 이런 운동화를 금지할 것인지, 지금처럼 규격을 따져 통제해야 하는 선에서 허용할 것인지 육상연맹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장거리 달리기에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하는 ‘혈액 도핑’은 시간을 3% 단축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당연히 금지됐다. 엘리트 남녀 선수들에게 각각1,2%의 시간 단축을 초래한 이 운동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물속 저항(drag)을 줄여주는 전신(全身)수영복인 ‘샤크스킨’ 소재의 수영복은 2009년 올림픽에서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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