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날 버리려한다"는 김어준..정작 오세훈도 손 못댄다

이지영 입력 2021. 4. 8. 11:01 수정 2021. 4. 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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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의 간판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캡쳐]

이번 선거에서 TBS는 줄곧 화제몰이의 주역이었다. 구독 캠페인 ‘#1합시다’가 기호 1번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에서 시작해 간판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야당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만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편향성 문제가 불거졌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대, 서울시 출연재단인 TBS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오 시장은 지난 2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TBS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고, 지난달 28일엔 “김어준씨가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단 교통정보를 제공하시라”고 발언한 바 있다.


① 예산을 줄일 수 있나?
서울시 산하 사업소였던 TBS는 지난해 2월 미디어재단으로 독립하면서 서울시 출연재단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하지만 전체 예산 중 70% 이상이 서울시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예산 구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재단법인 허가를 하면서 상업광고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TBS의 올해 예산 515억원 중 375억원이 서울시 출연금이다.
이론상 서울시가 TBS 출연금 예산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출연금 규모는 시의 시민소통담당관과 예산담당관에서 검토해 시 예산에 편성한다. 하지만 예산이 확정되려면 시의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 109명의 시의원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출연금 삭감ㆍ폐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시는 TBS로부터 결산보고를 받고 매년 경영평가를 한다. 다음해 예산편성 등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치다.


② 인사권 휘두를 수 있나?
TBS가 재단으로 독립하면서 서울시장의 인사권 행사 범위도 크게 축소됐다. 사업소 시절에는 시 인사위원회에서 대표를 뽑았고 직원에 대한 인사권도 시에서 갖고 있었지만, 이젠 직접적인 인사권은 없는 셈이 됐다.
현재 TBS의 대표와 이사장 등 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복수로 추천한 후보 중에서 시장이 임명하도록 돼있다. 임원추천위원회 위원 7명은 시의회와 시장ㆍTBS 이사회가 각각 3명, 2명, 2명씩 추천해 구성된다. 또 임원을 해임하려면 TBS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 이강택 TBS 대표의 임기는 2023년 2월까지이고, 유선영 이사장은 2024년 1월까지다. 지난 1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보궐선거를 3개월 남겨두고 유선영 성공회대 교수를 이사장으로 임명해 ‘알박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직원에 대한 시의 인사권은 TBS 350여 명 전체 직원 중 서울시에서 판견된 직원 5명에 대해서만 남아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소속 유승수 변호사(왼쪽)와 정우창 미디어국 팀장이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TBS 유튜브 100만 구독 캠페인 #1합시다'와 관련, 김어준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③ 논란 프로그램 폐지할 수 있나?
7일 TBS 개표방송 진행자로 나선 김어준씨는 야당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제작진이 벌써 나를 버리려고 한다”는 농담을 던졌다. 야당 시장 시대가 되면 방송 프로그램 편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암시다.
하지만 방송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어떠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 시장이 TBS 프로그램 편성에 관여한다면 이는 방송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교통방송으로 출발한 TBS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난 5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전문편성 사업자인 TBS가 시사 보도하는 것은 불법방송”이라고 주장하자, TBS는 공식 반박자료를 내고 “1990년부터 줄곧 ‘교통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 사항 전반’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TBS가 시사ㆍ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건 적법한 행위”라고 했다. TBS는 재단으로 독립하면서 사명을 ‘서울특별시 교통방송’에서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로 바꾼 상태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본질적인 문제는 방송을 지자체가 직접 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점”이라며 “지자체장이 특정 정당 소속인 상황에서 지자체가 방송을 소유하면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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