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대학생 연합기숙사 설립, 김범수·김봉진 의장에 도움 청할 것" [세계초대석]

박지원 2021. 2. 2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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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이어 부산·대구 등 건립 추진
1000억 소요.. 민간기부 부족해 난항
지원해 줄 기업 찾아 어디든지 갈 것
복권기금 생겨 중고생 장학금 길 터
총 5500명 혜택 예정.. 학교당 1명 꼴
소외된 학생들 위해 지급 지속 확대
2인 가구나 5인 가구나 소득만 살펴
가구원 수 반영 공평한 제도 연구용역
2022년쯤부터 수혜 대상으로 반영 목표
창업지원형 기숙사, 심사통과 땐 무료
아이디어 다양.. 실리콘밸리 문화 기대
벤처 설립 등 채용 인원 100명 넘어서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에서 이정우 이사장이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 설립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등 정보기술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이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사회에 통 큰 기부를 하겠다고 밝힌 걸 보고 반가웠습니다. 대학생들을 돕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주거비 부담이 큰 대학생들을 위한 ‘연합기숙사’ 설립과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를 창업한 김 의장은 지난 8일 재산의 절반 이상(현재 약 5조원)을 기부키로 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을 창업한 김 의장도 18일 역시 재산의 절반 이상(약 5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고 2018년 8월 임기 3년의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 이사장은 마지막 역점 사업으로 대학생 연합기숙사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 이사장은 두 김 의장의 기부 서약을 언급하며 “기존 재벌과 다른 이런 신형 기업가 중에 대학생 기숙사 건립을 도와주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가수 홍진영씨의 꾸준한 기부도 전했다. 2018∼2019년 2억원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했던 홍씨가 지난해 석·박사 학위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을 때도 1억원을 선뜻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논문 표절은 명백히 잘못이고 옹호할 생각도 없다”며 “다만 재단에 아무 조건 없이 매년 1억원을 기부하는 그의 선행도 사회에 알려졌으면 한다”고 했다.

8조원 규모의 예산을 운용하고 수혜 학생이 10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재단을 이끌며 숨은 기부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이사장을 지난 19일 한국장학재단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취임할 때 세운 목표는 어느 정도 이루셨나.

“제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중·고교생 지원을 늘리는 것이었다. 마른 논에 물을 대야 하는데 현 장학금 제도는 소외된 중고등학생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취임 후 ‘복권기금 꿈 사다리 장학금’이 생겨 중·고교생에게도 장학금을 줄 수 있게 됐다. 기재부 복권기금 3500억원을 4년에 걸쳐 지원받는데 지금까지 2년간 1750억원을 받았고 이제 2년 남았다. 이 기금으로 총 5500명에게 매달 중학생 월 25만원, 고등학생 월 35만원의 학업장려금을 줄 수 있다. 전국 중·고교가 5800개에 달한다. 결국 한 학교당 1명도 지원해주기 어려운 수준이니 앞으로도 계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가장학금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국가장학금 지원에서 가구원 수를 반영하는 공평한 장학금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 지급에 있어 다자녀 우대를 해주지만 가구원 수는 반영하지 않는다. 2인 가구나 5인 가구나 똑같이 소득만 본다. 가구원 수 등을 고려하려면 형제자매 소득까지 봐도 되는지 동의를 얻어야 해 매우 복잡해진다. 지금까지 안 된 이유다. 현재 연구용역 중으로, 내년쯤 가구원 수를 반영하는 것이 목표다. 국가장학금으로 인한 낙인효과도 개선해야 한다. 이걸 받는 게 가난하다는 표지가 되고 낙인효과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 우수장학금을 국가장학금 안에 통합해서 우수장학금인지 국가장학금인지 표시가 안 나게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공수 장학금’ 기부가 화제가 됐다.

“지난달 파주 중소기업체 사장인 공수 김용호 선생이 전 재산 100억원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해주셨다. 아무런 조건 없이 자산을 현금화해서 재단에 바로 기부해주셨다. 대단한 분이고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 그분이 과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기부했고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기도 한데 전 재산을 기부할 곳을 오랜 시간 물색하신 끝에 한국장학재단을 선택하셨다. 기탁식에도 20년 된 양복을 입고 오셨을 만큼 검소한 분이다. 지금도 차도, 기사도 없고 서울에서 파주까지 시내버스로 매일 출퇴근하신다더라. 공수라는 호도 ‘공수래공수거(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에서 온 것이다.”

─청년 취업난에도 관심이 많다고 안다. 희망사다리 1·2 중소기업 취업연계형 장학금 실효성이 있는지·

“한국장학재단의 희망사다리 장학금 1유형은 중소기업에 취업하겠다는 대학생들을 도와주는 장학금이고 2유형은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했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대상이다. 1유형은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 약속하고서 안 가는 경우에는 회수한다. 2유형도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준다. 둘 다 2019년에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100대 50으로 절반 수준인데 일본은 100대 80 수준이라 중소기업에도 취업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 가는 걸 장려하고 중소기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경제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안다. 과거 인터뷰 등을 보니 ‘소득주도성장(소주성) 방향을 잘못 갔다’고 얘기한 적 있던데.

“경제정책을 놓고 ‘소주성’ 자체가 실패한 것처럼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교수가 ‘(경제 정책이) 이념 과잉 때문에 실패했다’는 칼럼을 쓴 것을 봤다. 소주성과 헨리 조지 이론 두 가지를 이유로 들어 문정부가 실패했다고 모 경제학과 교수가 썼다. 미안하지만 완전히 틀린 얘기다. 소주성은 본격적으로 하지도 않았다. 일찌감치 했다면 지금 경제는 훨씬 나았을 것이다. 헨리 조지 이론도 제대로 했으면 부동산 가격 벌써 잡았다. 문제는 둘 다 제대로 안 했다는 점이다.”

─현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공급은 보조정책일 뿐 근본은 보유세라는 걸 다시 명확히 하고 싶다. 처음부터 보유세를 강화하고 토지를 개인이 사유해 불로소득 얻어선 안 된다는 철학을 얘기했어야 했다. 또 불로소득을 벌었으면 1주택이더라도 양도세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는 1주택자를 너무 봐주고 있다. 미국은 일정 금액을 넘으면 1주택에도 과세한다. 우리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임대소득사업자에 특혜를 주는 식으로 갔으니 투기가 심해진 거다. 이미 걷잡을 수 없어졌다. 헨리 조지 본인이 와도 못 잡는다. 과거 노무현정부는 보유세를 줄기차게 강화했다. 그때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건 이전 정부의 여파였고 정권 하반기부터 부동산 가격이 잡혔다. 노 대통령은 “강남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라며 투기 세력을 향해 선전포고를 던졌다.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잡겠다는 의지를 그 정도로 강하게 보여야 한다. 노정부 때 어떤 교수가 날 비방하는 글을 썼는데 ‘청와대 가보니 정책실장이라는 자가 내내 보유세 얘기만 하더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보유세 말고 뭐로 부동산 투기를 잡겠나. 그게 핵심이다. 핵심을 안 찌르고 규제니 공급이니 변죽을 찌르니까 해결이 안 되는 거다. 현 정부도 원칙을 지키며 ‘욕먹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남은 1년이라도 그렇게 가면 좋겠다.”

─임기 마지막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대학생 연합기숙사 확대에 힘쓰고 있다. 유휴 국공유지 위에 민간기부를 받아 건설되는 기숙사에는 약 1000명이 2인 1실로 머무르며 식당과 체력단련실, 도서관, 멀티미디어실, 세미나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1호 기숙사가 2017년 경기 고양에 들어섰고, 2호 기숙사가 서울 용산 효창공원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다. 부산·대구·광주·대전에도 총 1000억원 정도가 드는 연합기숙사 설립을 추진 중인데 민간기부가 부족해 난항을 겪고 있다.”

─창업지원형 기숙사는 어떤 것인지·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거주비를 지원해주는 기숙사다. 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 5대 도시에 있고 정원은 199명이다. 대학 재학 중에 창업계획서를 내면 심사를 거쳐 무료로 기숙사에 거주하게 해준다. 필요하면 사무실도 무료로 임대한다. 창업에 뜻을 둔 학생들이 모여 살면 서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실리콘밸리의 문화 같은 것들이 생길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결 중 하나가 카페나 식당에서 만나 대화하고 교류하며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벌써 여러 가지 재밌는 아이디어 상품이 나오고 있다. 거주 대학생들이 벤처기업 등을 설립해 채용한 인원이 100명이 넘는다.”

─학생들에 주는 격려의 말이 있다면.

“지금 대학생들의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는 걸 잘 안다. 불행한 시대를 타고났더라도 멀리 내다보며 희망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갔으면 좋겠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스펙만 보는 게 아니라 인성·적성 등 종합적으로 훌륭한 사람을 뽑는다고 한다. 스펙에만 연연하기보다 종합적으로 보고 한 걸음씩 우직하게 걸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이렇게 뚜벅뚜벅 가는 청년들을 기다려주길 희망한다.”

대담=이강은 사회부장
정리=박지원 기자 g1@segye.com

이정우 장학재단 이사장은 ●1950년 대구광역시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경제학 석사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경북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대통령 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대통령 정책특보 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경북대 명예교수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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