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는데 만졌다" 대학기숙사 침입, 변장한 재학생 짓

정진호 입력 2021. 1. 24. 07:00 수정 2021. 1. 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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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에 있는 4년제 국립대인 목포해양대 여자기숙사에 침입한 한 남성(A씨·25)이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새벽 시간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피해자의 기숙사에 침입한 A는 변장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청 로고. 연합뉴스



"기숙사서 자는데 누군가 만졌다"
A씨가 여자기숙사 방에 침입한 건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5시 30분쯤. 피해 학생이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엉덩이를 만졌다”고 이날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놀란 피해자가 잠에서 깨자 A씨는 다른 층에 있는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도망쳤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복도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한 남성이 기숙사에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버려진 외투·모자서 지문 나왔다
CCTV에 잡힌 남성은 모자를 눌러쓴 데다 안경에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침입자의 신원을 특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드러난 얼굴과 옷차림 등을 토대로 했을 땐 A씨와 흡사했다. 그러나 그는 평소 안경을 끼지 않았고, A씨의 기숙사 침입 당시 입었던 외투도 발견되지 않았다. A씨도 자신을 의심하는 경찰에 “나는 여자기숙사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기숙사 내 한 빈방에서 CCTV 속 침입자가 입었던 외투와 모자 등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버려져 있던 외투에서 A씨의 지문 등이 나왔다. “침입하지 않았다”는 A씨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은 A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했다. 침입 당시 쓰고 있던 안경은 방에서만 쓰던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으로 조사됐다.


"안 들어갔다"→"어깨 만졌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진술을 바꿨다. 그는 “자고 있던 학생의 어깨를 만졌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침입은 맞지만, 추행은 아니라는 취지다. 그는 “외부에서 술을 마시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이성 친구가 ‘방에서 룸메이트와 술을 마신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여자 기숙사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A씨가 언급한 친구가 아닌 그 룸메이트였다.

지난해 1월 중국에서 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과하는 여행객.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전남 목포경찰서는 지난달 14일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가 진술을 번복했고, 경찰에 신고한 추행 혐의 피해자는 뒤늦게 언급한 친구가 아닌 그 룸메이트였다는 점 등을 고려해 진술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해서다.


대학 측 "수사 끝나면 징계 결정"
A씨는 기숙사 학생이면 성별과 관계없이 내부에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학생임을 인증하고 1층 입구만 통과하면 여자기숙사가 있는 층으로 제한 없이 갈 수 있다. 목포해양대 측은 “A씨의 신원을 학교에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수사가 끝나면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여학생 거주층마다 입구에 게이트를 설치하는 등의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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