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시진핑 바지 잡고 버티려는 김정은
올 7월은 中 공산당 100년이자 ‘북중 우호 조약’ 60년이기도
中에 식량·군사 지원 요구할 것
김정은이 노동당 대회에서 북중 관계를 유달리 강조했다. “다섯 차례 북중 정상회담으로 동지적 신뢰를 두텁게 했다”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친선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운명”이라고 했다. 반면 5년 전 당 대회에선 ‘중국’이란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에 당 국제부장에 기용한 김성남은 대표적 ‘중국통’이다. 김일성·김정일의 중국어 통역이었다. 대신 대미 외교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당 중앙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시켰다. 5년 전 미국·핵 전문가 리용호를 외무상에 앉혔던 것과 확실히 비교된다.
김정은의 메시지는 당분간 남북, 미북보다 북중 관계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당 보고에서 현재 경제난이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했다. 보고의 절반 이상을 경제 분야에 할애했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봉쇄와 대북 제재로 북한 무역이 전년보다 90% 쪼그라들었다. 작년 말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총살할 정도로 외화 부족도 심각하다. 북이 아무리 ‘자력갱생’을 외쳐도 원시 농경 사회가 아닌 이상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지금 미국은 코로나와 트럼프 탄핵 때문에 북한을 쳐다볼 여력이 없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진용과 정책도 5~6월이 지나야 틀을 잡을 것이다. 한국이 제재 현실을 무시하고 북이 원하는 만큼 퍼주기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기댈 곳은 중국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올해 7월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년을 맞는다. 시진핑은 ‘사회주의 중국 굴기’를 과시하려고 성대한 잔칫상을 차릴 것이다. 여기에 북중의 ‘당 대 당’ 밀월이 빠질 수 없다. 노동당 총서기가 된 김정은에게 가장 먼저 축전을 보낸 것도 시진핑 총서기였다. 북은 100주년 선물로 넉넉한 식량 지원 정도는 기대할 것이다. 7월이면 작년 추수한 곡식도 거의 소진될 시점이다. 코로나가 관건이지만 중국 관광객이 몰려와 위안화를 뿌려주면 외화 가뭄도 해갈될 수 있다. 중국 통인 신임 국제부장이 맡아야 할 과제들이다.
올 7월은 ‘북중 우호 조약’ 체결 60년이기도 하다. 10년 전 중국 관영 매체는 “이 조약은 1981년, 2001년 자동 연장돼 현재 유효 기간은 2021년까지”라고 보도했다. ‘20년마다 갱신’이란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뜻이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 자동 개입’ 조항이 핵심인 이 조약도 7월 전에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북이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던 2017년 만해도 중국 선전 매체는 “북중 우호 조약을 꼭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며 북을 압박했다. ‘중국은 북을 버려야 한다’는 칼럼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미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 포위’ 전략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북중 모두 이 조약에 손댈 이유가 없다. 오히려 60년을 계기로 북중 군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시진핑은 작년 6·25 참전 70년을 맞아 “중국군과 북한군이 긴밀히 협력해 미군을 패배시켰다”고 했다. 김정은도 당 대회에서 공언한 핵 추진 잠수함이나 극초음속 무기 등을 만들려면 중국이 핵심 부품 밀수를 눈감아줘야 한다.
북은 환상으로 대외 전략을 짜지 않는다. 냉철하게 현실을 계산한다. 가진 것이라곤 핵뿐인 최빈국이 생존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노이 미북 협상 때 오판한 북 간부들은 숙청됐다. 냉철한 현실 인식은 북의 전술핵 위협까지 받는 한국에 더 절실할 것이다. 그런데 통일부 장관은 남북 쇼를 기대하며 “우주의 기운” 운운하고 여당 의원은 “김정은 답방”을 외쳤다. 외교부는 희한한 사고만 치고 있다. 그러니 북이 ‘머저리’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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