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 박성호 인기협 총장 "규제족쇄 채우면서 4차 산업혁명 견인하라니"

이진영 2021. 3. 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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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와 행정부, 인터넷기업 규제 입법 경쟁 지나쳐"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인터넷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 공룡의 공세 때문만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법, 이익공유제 등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규제 법안과 압박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회·경제 변화에 맞춰 적절한 법과 제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치다는 게 인터넷업계의 중론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개별로 나서 반박하기는 여의치 않다. 대신에 2000년 조직된 인터넷기업협회가 어느 때보다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중심에서 박성호(55) 인기협 사무총장이 활발히 뛰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2018년 인기협 사무총장에 취임해 현재까지 협회 실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정부와 국회가 글로벌 경쟁을 통해 4차산업혁명을 견인해 달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고 강화된 규제만 열심히 신설하고 있다"며 "현재의 모순된 상황은 마치 소에게 족쇄를 채우면서 더 열심히 밭을 갈라고 하는 것과 같아 매우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규제 이슈에 대해 조목조목 짚었다.

최근 추진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은 사실상 '유럽 베끼기'로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자국 플랫폼이 힘을 못 쓰는 유럽은 일정 부분 미국 테크 기업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관련 법을 만들었지만 한국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고 본 것이다. 토종 플랫폼 기업이 잘 버텨주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식 온라인 플랫폼법을 섣불리 도입하면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플랫폼법이 공정거래위원회+국회 정무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의 규제 권한 다툼으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처간 규제 경쟁과 소위 칸막이 행정의 사례로 꼽으며 국회와 국무조정실이 나서 중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 이익공유제' 법제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이미 이익 공유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면서 "국가 예산으로 운영해야 할 부분을 강제로 기업에게 떠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회의 과도한 규제 입법 활동을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입법영향평가제도'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아래는 박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인터넷 기업들의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이라고 파악하고 있나?

: 세계경제에서 인터넷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산업의 온라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신성장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영역은 특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누가 빨리 옮기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입법부와 행정부는 이 산업에 대해 기존처럼 통제하고 관리자 역할을 하기 위해 과열 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을 시작하고 키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입법부와 정부는 '통제자'다는 '촉진자'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해 달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고 강화된 규제만 열심히 신설하고 있는 현재의 모순된 상황은 마치 소에게 족쇄를 채우면서 더 열심히 밭을 갈라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추진되는 온라인 플랫폼법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현재 제출된 법안과 논의 방식에 대해서 기업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 국내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규제를 도입하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법안들의 모델이 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규제는 5년 이상의 조사와 논의를 거쳐 시행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과정은 생략한 채 EU의 규정만을 선례로 삼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 신뢰도 높은 데이터도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포함하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해야 한다.

◆플랫폼 중개거래가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는 시각이 있다. 급성장하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바람직한 법·제도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 ‘플랫폼 중개거래’의 정의·형태·내용 등이 규정되지 않아서 법적 사각지대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여전히 가변적이므로 법에서 미리 선제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나중에 기술·서비스 변화에 따라 또 다른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별개의 세상이 아니다. 기존의 거래 양태는 현행 법령으로 충분히 해석되고 적용되고 있다. 특히 약관에 대한 일반사항, 일반 불공정거래행위의 기준, 대규모유통의 원칙 등을 현행법에서 자세히 정하고 있고 이러한 대원칙하에서 운용되면 충분하다고 본다.

◆온라인 플랫폼법을 입법하는 과정에서 정부부처 간 규제 권한 다툼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글로벌 경쟁에 놓여 있는 국내 기업들의 규제관할권을 놓고 공정위, 방통위 그 외 여러 부처들, 국회 상임위 간 경쟁상황을 보면서 심히 우려스럽다. 법은 나라와 국민을 위한 것이다. 부처 간 규제 경쟁과 소위 칸막이 행정은 소통을 생명으로 하는 오늘날에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다. 국회와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

또 어느 부서가 하든 이 문제는 향후 대한민국 신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전 실태조사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곧 대선인데 차기 정부에서 이 분야의 극심한 혼란을 조정하는 정부조직기구에 대한 개편논의가 필요하다.

◆이익공유제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 그리고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어떻게 전망하나?

: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확산으로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올랐고 수익 증대 효과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순익이 마이너스인 곳도 적지 않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사회 공헌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이익 공유에 인색했다는 선입견을 주면서, 국가 예산으로 운영해야 할 부분들을 사실상 강제로 기업에게 떠넘기는 이분법적인 설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시다시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경제는 플랫폼이 소상공인과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모델이어서 이미 이익공유 상태로 볼 수 있다. 별도의 이익공유제 논의는 참여 대상자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ICT 법안 815건 중 규제법안이 73%, 이중 의원발의 법안이 92%, 위원장 법안까지 합치면 97%를 차지한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 명분과 기본원칙만 정한 법이 국회에서 마구잡이로 통과되고 있다. 그후 정부부처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드는데 이때 정부부처가 법의 구체적 위임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다른 내용의 시행령을 제정하는 경우 국민이 견제 및 통제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추상적인 규범에 대한 통제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시행령에 대하여 법규 위반 소송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사실상 고칠 방법이 없다.

법안의 발의 개수보다 규제로 인한 파급 효과와 영향 등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분석할 수 있는 절차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엔 소위 입법영향평가제도가 국회입법절차에 없다. 입법영향평가의 제도화가 과도한 입법을 견제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박 사무총장 약력

▲1967년 출생 ▲고려대 법학 학사 ▲2018년~ 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전 컴투스 이사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전 한국게임학회 부회장 ▲전 전자상거래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전 NHN 대외협력실 실장, 이사 ▲전 NHN 법무감사실장

☞공감언론 뉴시스 min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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