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은 '꿈'만..'전세대출' 빚만 늘었다

엄형준 2021. 3. 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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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해 212조 10.3% 늘어
전세 보증이 35조4000억 차지
전셋값 상승 따른 수요 증가 탓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도심 아파트 일대. 뉴스1
문재인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 세입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과 관련된 가계·기업의 빚으로 볼 수 있는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279조원으로 전년보다 10.3%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에 따르면 실물경제 부진 속에서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증가세가 확대돼, 지난해 말 기준 2279조3000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118.4%까지 상승했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의 부동산 관련 가계여신 및 기업여신,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의 합계로 일부 투자 성격이 있지만, 큰 틀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빚의 총합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관련 가계여신은 89조2000억원이 증가했는데, 이 중 35조4000억원이 전세 관련 보증으로 39.7%를 차지했다. 정책 모기지론은 21조1000억원 늘었다. 기타보증 및 주택연금도 16조8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보증 및 주택연금에는 신규 아파트 중도금과 이주비가 포함된다. 금융기관의 부동산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소폭인 15조9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은 이처럼 전세 관련 보증 수요가 증가한 데 대해, 전셋값 상승 및 거래 증가 등으로 전세자금대출보증 및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높은 전세가 상승률과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가 금지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집을 사지 못한 실수요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금융 관련 기업여신 증가액은 81조4000억원으로 이 중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 증가액이 45조6000억원을 차지했다. 상가 임대가격 하락 등에 따른 운영자금 조달과 규제 강화 이전에 법인을 활용한 투자 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 대출 증가 속에 2020년 말 가계·기업신용을 아우르는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 기준·추정치)은 414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GDP 대비 2배가 넘는 215.5%로, 전년 대비 18.4%포인트 증가했다.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기업신용은 2153조5000억원으로 10.1% 증가했다. 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을 평가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4.4배로 전년의 4.1배에 비해 개선됐지만, 수출 호조를 보인 전기·전자를 제외한 타 업종의 이자보상배율은 3.1배로 전년의 3.4배에서 오히려 낮아졌다. 기업 부채비율도 79%로 전년의 76.4%에서 악화했다.

◆살 집 구하기 위해 빚 더 낸 세입자들

지난해 집값 상승 속에 집주인들은 재산이 늘어났지만, 세입자들은 살 집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져야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25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정기위원회를 열고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한 결과, 부동산 관련 가계여신은 89조2000억원 증가한 1166조3000억원이었다.

증가한 부동산 가계여신 중 전세 관련 보증이 35조4000억원으로 39.7%를 차지한다. 전세 관련 보증은 2018년 33조3000억원, 2019년에는 44조6000억원까지 늘어났었다. 2020년 증가폭이 2019년보다 축소됐지만, 두 해의 자금은 다소 성격이 다르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2019년 이전의 경우 전세를 이용해 다른 집을 구매하는 소위 ‘갭투자’에 전세 관련 자금이 쓰였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이를 차단한 만큼, 지난해 전세 관련 자금 대부분은 전세 실수요자가 빌린 대출금으로 볼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전세 관련 보증 대출이 폭증한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2015년의 전세 관련 보증은 4조6000억원, 2016년에는 10조3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전셋값도 많이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11월 주택 전세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2019년 7월 전셋값은 96.6이었지만 지난해 1월에는 97.2로 올랐고, 12월에는 101.4까지 치솟았다.
한은은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임대차 보호법 시행, 실거주 규제 강화 등에 따른 수급불균형 우려 등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정부가 전세 세입자 권리를 강화하면서, 오히려 전세 물건이 줄고, 전셋값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동안 주택매매 시장은 수도권 및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높은 가격 상승세를 지속했고, ‘집주인’의 재산은 늘어났다. 특히 서울의 주택 가격소득비율은 지난해 4분기 16.80배로 2019년 4분기 이후 상승세를 지속했다.
실물과 자산 시장의 괴리 속에 가계의 위험자산 투자는 크게 늘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금융자산 투자액 중 주식 비중은 전년 9.8%에서 38.2%로 폭증했고, 예금·펀드·보험·연금 등의 비중은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 같은 가계의 금융자산 투자 변화는 자산 다변화 및 기업의 자본조달 여건 개선 등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가계의 차입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그 속도도 너무 빠르다는 점에서 향후 가계 손실 위험이 상승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엄형준·김준영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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