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 안했는데 배 '빵빵'.. 지속되면 위험신호

민태원 입력 2021. 4. 1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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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겪는 '복부 팽만', 이럴 땐 꼭 의심을
게티이미지뱅크


잘못된 식습관 등 일시 증상 많지만 체중감소·복통 등 동반 땐 질환 의심
변비·혈변·황달 나타나면 암 가능성… 원인이 복수일 때는 간경변 징후
3일 이상 계속되면 정밀진단 필요

직장인 K씨(55)는 술과 모임을 즐기는 편이지만 그간 체중관리를 통해 날씬함을 유지해 왔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배가 불룩해지면서 바지가 맞지 않았다. 처음엔 ‘술배’가 나온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건강검진 초음파 검사에서 복수가 찼다는 진단을 받았다. 심각한 간질환인 간경변 말기였다. 건강검진이 아니었으면 계속 술배인 줄로 착각하고 지나갈 뻔했던 것이다.

복부 팽만은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증상이다.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속이 더부룩하고 배에 가스가 차서 풍선처럼 팽창된 느낌으로 표현된다. 아시아 지역 연구에 따르면 15~23%의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뱃살로 불리는 복부 비만과는 구분된다.

이효영 노원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2일 “X선 영상을 찍어보면 비만인 경우 하얀 지방이 보이는데, 소·대장에 가스가 차면 까맣게 표시된다. 아울러 진찰을 통해 복위(복부의 가장 큰 둘레)가 증가하고 배가 단단하고 빵빵해진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팽만감이 심한 경우 횡격막과 폐를 압박해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 교수는 “평소 이맘때면 바깥활동이 많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복부 팽만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복부 팽만을 일으키는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과 활동량 감소, 폭식, 과식, 육류·지방식 섭취 등이 거론된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일시적 증상으로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하지만 팽만감이 오래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장증후군, 만성 변비 같은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96% 정도가 팽만감을 호소하고 절반 이상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기능성 위장장애 환자의 절반이 복부 팽만감을 함께 겪는데, 여성에게 흔하다.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주로 아침에 괜찮다가 오후로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생리기간에 예민해져 복부 팽만감을 빈번히 호소하는데, 이땐 벨트를 느슨하게 하거나 헐렁한 옷을 입는 것이 도움된다.

문제는 더 심각한 병이 근본 원인인데도 K씨처럼 뒤늦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복부 팽만과 함께 체중감소나 빈혈, 혈변, 복통 같은 증상을 동반한다면 복강내 병이거나 전신질환의 위험신호일 수 있다. 다이어트나 생활습관의 변화가 없는데도 살이 지나치게 빠지는 것은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뜻한다. 특히 복부 팽만이 있으면서 6개월간 몸무게가 10% 넘게 빠진다면 소화기관에 악성 종양을 의심해야 한다. 암 덩어리가 내부 장기를 압박해 평소보다 덜 먹게 되고 암에서 나오는 물질은 식욕을 떨어뜨린다.

복부 팽만과 아울러 변비나 혈변, 황달이 나타난다면 대장암이나 담도암, 췌장암이 꽤 진행됐다는 신호다. 복부 팽만과 함께 골반 쪽이 아프다면 난소암의 징후일 수 있다

배에 복수가 차서 복부 팽만이 나타나면 대부분은 간경변 등 간질환 때문이다. 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10% 정도 된다. 복부 팽만과 황달이 함께 진행되면 암이 간 쪽으로 퍼지는 과정일 수 있다.

심한 복통과 팽만감이 함께 올 경우, 특히 구토나 설사가 동반됐다면 장 폐색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장이 막히는 폐색은 장에 구멍이 생기는 천공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배의 왼쪽 아랫부분에 심한 통증이 있으면 게실염(결장의 염증)일 가능성이 있다. 복부 팽만이 있으면서 하혈을 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기간이 아님에도 질 출혈이 발생하면 자궁암일 수 있다. 이처럼 복부 팽만이 지속되면 무엇보다 심각한 기저질환 때문은 아닌지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 처방에 따라 혈액검사, 위·대장내시경, 복부CT검사도 필요하다.


기능성 위장장애에 의한 복부 팽만은 식이조절이나 심리치료(최면치료·인지행동치료), 약물 치료(위장관 운동 촉진제·항우울제 등)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식이요법의 경우 ‘저 포드맵(FODMAP) 식사’가 권장된다. 포드맵은 탄수화물 중에서 소장과 대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돼서 가스와 액체를 만들어 복부 팽만, 불편감을 일으키는 성분들이다. 대표 식품으로 사과, 수박, 액상과당(콜라·사이다),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생마늘, 생양파, 양배추, 올리고당, 콩, 자일리톨껌 등이 있다. 대신 바나나, 포도, 오렌지, 고구마, 당근, 유당제거 우유, 올리브오일 등은 저포드맵 식이에 적합하다.

이 교수는 “50대 미만 건강한 사람에서는 복부 팽만이 기능성 소화불량일 가능성이 높지만 만성 질환자나 고령인 경우 다른 심각한 병이 원인일 위험이 높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식사량을 줄이고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는 등 흔한 원인을 제거했는데도 3일 이상 복부 팽만이 계속되면 정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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