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 '클릭' 한번에..MZ세대, 경매시장 큰손으로 떴다

전지현 2021. 1. 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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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문화로 확산되는 미술품 온라인경매
온라인 선호 20~40대 컬렉터
투자보다 취미..소품·판화 선호
경매업체 순위까지 뒤바꿔
온라인 경매 3배 늘린 소더비
크리스티 제치고 10년만에 정상
국내 온라인 강자 케이옥션도
MZ세대 겨냥 매주 온라인경매
낙찰총액 창사후 첫 1위 등극
코로나로 비대면 경매 열풍 속
젊은 취향 맞춘 전략으로 급선회

◆ 2021 신년기획 Rebuild K컬처 ⑤ 미술품 온라인경매 ◆

글로벌 미술품 경매사 소더비가 언택트 시대 비대면을 선호하는 컬렉터들을 위해 도입한 영상회의 형식 온라인 경매 모습. 지난해 온라인 경매 380회를 진행한 소더비는 10여 년 만에 업계 1위를 탈환했다. [사진 출처 = 소더비 홈페이지]
온라인 미술품 경매가 언택트 시대 대세로 굳어지면서 경매사 업계 순위도 바꿔놨다. 미술품 경매사 소더비는 지난해 7월 발 빠르게 영상회의 형식 온라인 경매를 도입해 10여 년 만에 크리스티를 제치고 세계 정상을 탈환했다. 미술전문매체 아트넷에 따르면 2020년 소더비 매출액은 50억달러(약 5조5040억원)를 기록해 크리스티 매출액 44억달러(약 4조8422억원)를 넘어섰다.

두 회사의 희비를 가른 승부처는 온라인 경매였다. 소더비는 2019년 129회(매출 884억원)보다 3배 가까이로 늘린 380회 온라인 경매(6351억원)를 진행하면서 지난해 코로나 시대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의 지갑을 열었다. 크리스티도 온라인 경매를 2019년 87회(1005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려 지난해 203회(3562억원) 열었지만 소더비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술계 관계자는 "2019년 소더비가 프랑스 통신·미디어 재벌 파트리크 드라히 알티스 설립자에게 인수된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위기 대처 능력이 강해졌으며, 온라인 경매 횟수를 재빨리 늘려 코로나 시대에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절치부심한 크리스티는 올해 온라인 경매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경매에 온라인 응찰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경매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아울러 자사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각도로 출품작을 감상하고 상세한 작품 설명을 볼 수 있도록 개편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일찌감치 온라인 경매를 강화한 케이옥션이 설립 16년 만에 서울옥션을 앞지르고 업계 1위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났다. 케이옥션의 작년 낙찰총액은 526억원으로, 서울옥션 낙찰총액 436억원보다 20% 높았다. 2019년 낙찰총액은 서울옥션 971억원, 케이옥션 573억원이었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연간 4회(400억원대 규모) 개최하던 홍콩 경매를 열지 못해 타격을 받았고, 케이옥션은 온라인 경매 덕분에 '선방'할 수 있었다. 케이옥션의 온라인 경매 비중은 25%(133억원), 서울옥션은 17%(74억원)였다.

도현순 케이옥션 대표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2014년 하반기부터 온라인 경매를 강화했으며 2019년부터는 매주 '위클리 온라인 경매'를 열어 젊은 컬렉터가 늘었다"며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 직면하면서 저가와 고가 시장을 잇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주기를 격월(2달)에서 격주(2주)로 변경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케이옥션 1월 메이저 경매는 온라인으로도 응찰이 가능하도록 했다.
서울옥션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이달부터 매주 다양한 온라인 경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는 제로베이스(0원에서 시작)와 더불어 다양한 판화, 소품, 대작 등을 출품할 예정이다. 또 홍콩 현지 경매를 대신해 외국 컬렉터와 온라인으로 만나 작품을 소개하는 프라이빗 경매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케이옥션은 출품작과 작가 설명, 시장가치 등 정보를 영상·이미지로 제작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네이버블로그, 카카오채널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해 고객층을 늘릴 계획이다.

도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유입된 고객에게 담당자를 지정해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과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며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차별화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해 케이옥션에 대한 충성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이옥션 위클리 온라인경매 경매 페이지 캡쳐
두 회사 모두 온라인으로 시작해 오프라인 경매로 진입한 신규 컬렉터인 20~40대 MZ세대(모바일·최신 트렌드에 익숙한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들은 투자 목적보다 집에 걸어 즐기기 위해 그림을 사며, 원화보다 에디션(판화·프린트)과 소품을 선호한다. 도 대표는 "MZ세대는 취미에 집착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캣슈머' 성향이 강하다.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경매에 다양한 가격대 미술품과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미술품 경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옥션은 "MZ세대를 위해 그림 외에도 명품, 보석, 와인, 시계, 가구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오프라인 경매에서 2m 거리 두기 제약이 있기에 온라인 응찰 참여가 동시에 가능하도록 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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