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경고, 현실 됐다..20억짜리 청년몰 4년만에 다 폐업

김방현 2021. 6. 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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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청년구단 20개 점포 모두 문닫아
청년 창업을 돕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했던 대전 전통시장 청년몰(청년구단)이 문을 닫았다. 2017년 6월 출발한 지 4년 만이다.

청년구단이 입주한 전통시장 건물(중앙 메가프라자) 옥상에 대형 냄비가 걸려있다. 이 냄비는 가로 3.82m, 세로 2.54m이며 뚜껑도 덮여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청년구단 사업은 동구 원동 전통시장인 ‘중앙 메가프라자’ 20개 점포를 20~30대 청년에게 임대한 것을 말한다. 청년 창업자 대부분은 이곳에 음식점을 열었다. 음식점 메뉴는 커피·파스타·막걸리·스테이크밥·철판요리·초밥·치킨브리또 등이었다. 사진관·옷가게를 창업한 청년도 있었다.

청년구단은 정부 공모 사업으로 시작했다. 국비 7억5000만원과 대전시 예산 등 총 20억원이 투입됐다. 중앙 메가프라자 상인회도 1억5000만원을 부담했다. 투입된 예산 대부분은 점포 리모델링과 무인 공동 결재 시스템, 냉난방기, 엘리베이터 등 시설물 설치에 쓰였다.

청년구단 점포는 상인들이 영업하는 공간을 리모델링해 임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임대료는 1년간 면제해주고, 이후에는 한 달에 16만5000원을 받았다. 청년 대상 창업 강의도 열었다.

청년구단 출입구에 리뉴얼을 알리는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9200만원짜리 초대형 냄비도 설치
또 청년몰이 입주한 건물 옥상에는 9200만원을 들여 초대형 냄비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 냄비는 가로 3.82m, 세로 2.54m이며 뚜껑도 덮여 있다.

청년구단이란 이름은 전통시장 한쪽에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홍보 공간을 만들면서 붙여졌다. 대전시 관계자는 “청년이 좋아하는 프로야구 구단 홍보 공간을 만들면 청년몰도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구단은 생각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리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원도심에 있는 데다 인근에 한복 점포 등 음식점과 성격이 맞지 않는 업종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원인으로 지적됐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리적 한계가 있고 주변 상권과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년구단은 출범 1년 만인 2018년에 8개 점포가 매출 부진 등으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백종원 "2~3년 안에 주저앉을 것" 경고
게다가 2년째 지속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는 치명적이었다. 이곳 남완우 상인회장은 “청년구단 출발 당시만 해도 일부 점포는 영업이 그런대로 되는 편이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모든 점포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나머지 입주업체 10여곳도 한두곳씩 문을 닫다가 지난 5월 모두 폐업하거나 이곳을 떠났다.

청년구단(청년몰)이 입주해 있는 대전시 동구 원동 전통시장 건물. 프리랜서 김성태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 백종원도 청년구단 미래를 비관적으로 봤다. 2019년 8월 ‘백종원의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 편에서 백종원은 "한 가게에서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면 다른 가게와 중복되기 때문에 그 청년몰은 끝난 셈이다. 반드시 2~3년 있으면 주저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점포 사장들을 전원 소집해 임대료가 적은 데도, 높은 가격을 책정한 데 대해 쓴소리를 했다. 백종원은 2018년 첫 방문 이후 1년 뒤 기습점검 차원에서 청년구단을 다시 찾았다. 청년구단 점포는 점포당 평균 3~4개 메뉴를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백종원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대전시 업종 변경 시도
대전시와 중앙 메가프라자 상인회는 공예품이나 예술 작품 전시·판매 등으로 청년구단 업종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입점 청년 상인 모집 공고를 냈지만, 아직 계약자는 없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홈페이지. 중앙포토


한편 정부가 추진한 청년몰 가운데 상당수는 휴·폐업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39곳 673개 청년몰 점포 중에 498개 점포가 운영중이다. 나머지 175개(26%) 점포는 휴·폐업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현재 영업중인 점포 가운데 상당수도 다른 자영업처럼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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