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놓치나" 포모증후군..동학개미, 3시간만에 3조 사들였다

권혜정 기자 입력 2021. 1. 11. 12:37 수정 2021. 1. 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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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단숨에 3260까지 치솟아..불안심리에 과열 징후
신용융자 잔고 20조↑..전문가 "자칫 폭탄돌리기 주의"
코스피가 장 초반 3,200선을 돌파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57.28포인트(1.82%) 오른 3,209.46을 나타내고 있다. 2021.1.1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직장인 A씨(32)는 요즘 점심시간이 싫다. 벌써 1년째 점심시간의 주제는 '주식'이다. 1년 전만 하더라도 '00종목이 좋을까, 000종목이 좋을까?', '000을 10주 정도 샀다'였던 이야기는 새해 들어 '오늘 주식이 10%나 올랐다', '오늘 하루에만 몇백만원을 벌었다'는 등의 이야기로 변했기 때문이다. "다들 돈 버는데 나만 못 벌고 있나"라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주식 시장에 뛰어 들어야 하나, 싶다가도 치솟은 코스피 지수에 낙담하길 수십번이다.

코스피 지수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새해 들어 사상 첫 3000선을 넘은 코스피 지수는 3100에 이어 3200까지 연달아 돌파하는 등 거침없는 사상 최고 행진을 벌이고 있다. 새해 들어서만 코스피 지수는 무려 4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진격의 코스피' 원동력은 개인 투자자, 즉 동학개미다. 개인은 11일 주식시장 개장 3시간만에 역대급인 3조원 넘는 돈을 코스피에 쏟아 부었다. 코스피 지수는 이에 힘입어 단숨에 장중 3260선까지 올랐다. 새해 들어 지난 8일까지 5거래일 동안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무려 3조5000억원이 넘는다. 코스피 시장에서 1조7677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조7440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 주식 매수 열풍은 지난해 코로나19발 폭락장 이후 V자 상승장을 주도했다. 급기야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11월 이후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자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포모 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FOMO)으로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도 크게 늘고 있다.

30대 직장인 B씨는 "동료가 신용대출로 2000만원 가량을 받아 삼성전자를 8만2000원대에 샀다고 자랑을 하더니 벌써 1주일 만에 250만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며 "한달 노동수입에 버금가는 수익을 실현했다는 소리에 배가 아프고 일도 손에 안 잡힐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C씨도 "주식은 사상 최고가라고 하는데 다른 세상 이야기인 것만 같다"며 "지금이라도 주식에 뛰어 들어 대형주부터 사들여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미 주식을 시작한 이들에게도 '포모 증후군'은 남의 일이 아니다. 10년 이상의 주식 경험이 있는 D씨는 "삼성전자가 8%대 오르자 삼성전자를 이제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하마터면 '패닉 매수'에 나설 뻔 했다"며 "코스피 지수는 매일 오르는 데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은 그대로라 당황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너도 나도 '포모 증후군'에 주식으로 향하면서 과열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말 중단됐다가 새해들어 재개된 신용대출의 잔액은 5대은행 기준 4거래일만에 4500억원이나 늘었다. 이중 상당부분이 주식시장에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9월 17조9023억원까지 치솟은 후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지난해말 국내 증시가 다시 상승랠리에 나서자 동반 증가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18조, 19조를 연달아 넘어섰다. 지난 7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20조1222억원으로, 코로나19 폭락장 당시 잔고 저점이던 3월25일 3조941억원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늘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로의 개인들의 유동자금 쏠림 현상이 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과거의 시각으로 본다면 과열 조짐이 보인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시장이 불과 일주일 사이에 10% 이상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추세 반전이 있으면 조정 받는 속도나 폭은 클 수밖에 없다"며 "자칫하면 시장 전체에 '폭탄 돌리기'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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