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를 정치논리로 다루지 말라

2021. 1. 2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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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올해 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극복 여하에 따라 세계 각국은 절망과 희망이 엇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세계 경제의 급격한(V자)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위기의 장기화를 경고했다.

정부는 경제성장 3.2%와 15만 개 일자리 창출 등 올해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중요한 건 낙관적 전망이 아니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 동력을 창출할 구체적 정책의 제시다. 좋은 정책은 예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최선의 결과를 이뤄내는 것이다. 메피스토펠레스 식의 해학을 빌린다면 '위대한 비관은 위대한 낙관'으로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를 제때 제대로 못했고 접종시기와 그 효과도 아직은 불투명한데 문 대통령은 11일 신년사에서 "올 상반기 우리 경제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며 한국은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듣기에는 좋은 이야기 같지만 그런 다짐이나 약속은 희망고문이나 다름없다. 1년 전 신년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다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를 생각해보라. 주식시장의 호황을 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오판해서도 안 된다.

복잡한 도심의 교통흐름이 원활한 것은 곳곳에 설치돼있는 신호등 때문이다. 자유세계의 시장경제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신호등에 따라 작동한다. 그런 시장경제의 작동원리를 모르는 정치인들이 경제정책에 개입, 신호등 대신 손짓으로 경제흐름을 희망하는 방향으로 이끌면 교통정체와 충돌사고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일자리 감소, 실업자 증가, 자영업 초토화가 그런 경우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 해소 등 경제에 정치가 개입해서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그런 결과를 낳았다. 부동산 폭등도 시장경제의 신호등을 무시하고 온갖 규제조치만 남발한 결과다.

여당에서는 또다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들먹인다. 지난 총선 때 재난지원금의 짜릿했던 맛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걷은 세금으로 하든 재정적자로 메우든, 돈 뿌려야 하고 또 뿌리고 싶은 일이 어디 한두 곳이겠는가.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처럼 국가채무 발생 이유와 상환계획을 밝혀야한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지 않는 정치인은 없다. 하지만 돈을 뿌리거나 지원정책을 수립해도 지켜야할 원칙과 기준은 있어야한다. 표만 의식한 포퓰리즘은 재정파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스나 베네수엘라가 처음부터 나라를 망치려고 그런 정책을 펼친 게 아니다. 포퓰리즘에 일단 빠지면 탈피하기 어렵다. 계속 퍼주기를 하지 않으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벌어진 미국 의사당 난입 사건은 미국의 민주주의에 위기가 닥쳤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도 일부 정치인들과 극렬 정치적 지지층이 편 가르기를 하고 반대편을 무차별 공격하는 등 퇴행적 행태를 보이며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검찰총장 퇴진이 법원에서 제지당하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제압하려 한다며 검찰과 판사들을 압박한다.

선출된 권력이라고 우쭐대는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어떤지를 그들 정치인은 모르는 모양이다. 19세기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모든 미국 정치인들은 개자식이다"라는 글을 썼다가 항의와 사과 요구가 빗발치자 "어떤 미국 정치인들은 개자식이 아니다"라고 문장을 고쳐 대응했다.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인지는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국회는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기업규제 3법, 노동조합법, 중대재해법 등 기업의 발목을 묶는 각종 규제법을 쏟아냈다. 규제법안이 코로나보다 무섭다는 게 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한국경제는 코로나사태 이전부터 내리막이었다. 코로나사태는 한국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코로나사태 극복은 급선무이지만 그렇다고 경제가 활기를 띠는 게 아니다.경제 살리는 일에 모든 노력을 쏟아야한다. 지금은 경제난과 부동산 폭등을 가져온 '실패한 정책'부터 버리고 기업을 뛰게 할 정책을 총동원할 때다. 경제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면 경제는 죽는다. 국민은 나라 장래를 고민하는 정치인이 있는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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