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적자 문제 삼으면 테슬라도 쿠팡도 없다 [특례상장 이대로 괜찮나]

이진석 입력 2021. 2. 24. 17:54 수정 2021. 2. 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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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 등 실패사례 있지만
모험자본 공급 더딘 국내시장
유니콘 육성 위한 제도 꼭 필요
사전 규제보다 사후 규제에 초점
공시 등 의무 강화해 지켜나가야


한 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올랐던 신라젠과 헬릭스미스는 설립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기술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두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유예 기간이 지나자 수차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재무요건을 맞춰왔다. 코스닥 바이오 신화로까지 불렸던 이들이 결국 주가 급락에 이어 증시 퇴출 위기까지 겪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험자본 공급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특례상장 제도를 축소하다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례상장으로 '공룡' GM 제친 테슬라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는 지난 2003년 설립된 후 17년만인 지난해 19억4400만달러(약 2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를 냈다. 6분기 연속 흑자행진이다. 향후 전망도 장밋빛이 그려진다.

테슬라의 반전은 당장의 실적보다 성장성에 주목하는 미국 증시의 유연함이 밑바탕이 됐다. 지난 2010년 6월 포드 이후 자동차 기업으로는 54년 만에 뉴욕 증시에 상장한 테슬라는 투자자들의 기대 속에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며, 연구개발(R&D)에 집중할 여건을 마련했다. 이후 2017년 4월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굴지의 자동차 공룡기업'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자동차 업계 시총 1위에 올랐다.

2016년 GM의 매출액이 1660억달러, 테슬라는 그 5%에도 미치지 못한 70억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히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셈이다.

테슬라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우리 정부도 2016년말경 특례상장 요건에 이익미실현 즉, '테슬라 상장'을 추가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적자기업이라도 R&D나 생산기반 확충 등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한 것이라면 상장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테슬라 요건을 통해 상장한 기업 수는 6개로, 제도가 활성화됐다고 평가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현재까지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122개는 약 3조원의 공모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교수 "현재 국내의 상장요건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규제가 완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례기업의 영업적자를 문제 삼다가는 향후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을 키워낼 수 없다. 쿠팡만 해도 소프트뱅크가 아니었다면 이미 죽었을 기업이었다"고 지적했다.

■특례상장은 필수, 사후규제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특례상장 제도가 중소·벤처기업들의 도약에 필수라면서 사전규제보다는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후규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재무적인 평가가 아닌 잠재력과 성장성을 바탕으로 상장한 특례기업들에 문제가 생기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도 "특례상장은 세계적인 추세로, 사전적으로 규제를 막는다면 선의의 피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일반투자자의 정보비대칭, 부실률, 불법행위 등에 대한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진규 동국대학교 교수는 "특례기업이 원래 취지에 맞게 영업을 하는지 사후관리가 필요하고, 공시나 회계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을 때는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등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일스톤 공시 재검토 필요

지금은 사라진 마일스톤 공시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마일스톤 공시란 기술성장 특례로 상장한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이 수행하는 사업의 내용, 사업계획 진척상황 및 영업성과 예측치 등을 반기별로 공시하도록 한 제도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2년 1월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공시효과가 미미하고, 기업에게는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2015년 폐지됐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특례가 아닌 시장 중심의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사실 출시도 안 된 기술을 평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신생창업기업들이 정부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을 것이 아니라 쿠팡의 사례처럼 시장에서 기관 등을 설득해 자본조달을 할 수 있도록 모험자본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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