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세금은 왜 뜯나"..은성수 후폭풍, 심상찮다

홍지은 2021. 4.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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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가상자산 소득 중 250만원 넘으면 세금 20%
"해외 코인 ETF도 나오는데..산업 이해 부족한가"
"투자자 보호는 했나..이득만 누리려는 놀부 심보"
"국민을 개, 돼지 교화대상으로 보나..엘리트주의"
은성수 자진사퇴 청원글도..민주당 내부서도 비판
[그래픽]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못박으며 거래소 폐쇄 가능성까지 내비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 직후 거센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4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코린이'(코인투자+어린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초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1세기 쇄국정책", "새로운 화폐 흐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국민이 개, 돼지인가" 등의 비아냥이 쏟아졌고, 은 위원장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은 위원장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은 위원장 발언에서 시작됐다.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자산 가치로 보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투자한 투자자들까지 정부가 보호할 의무가 없고, 암호화폐 투자를 '잘못된 행위'로 못 박은 것이다.

은 위원장은 "주식시장이나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가 있고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이 가상자산에 들어간 이들까지,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다 보호해야 될 대상이냐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며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 발언이 알려진 직후 코린이들 사이에선 거센 비난이 나오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소득세법에 따르면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 중 250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20%의 세금을 거두도록 하고 있다. 화폐가치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세금을 걷는 행위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30대 직장인 유모씨는 "세금은 걷으면서 투자자는 보호하지 않겠다는 게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며 "해외에서는 코인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산업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기양상을 보이는 건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하지만 점점 화폐의 흐름이 변하는데 이걸 당국이 못 따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장시키는 등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암호화폐를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해외 모습과 달리 시장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금융 당국의 인식이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2021.04.23. park7691@newsis.com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진지 한달 정도 돼간다고 한 최모(26)씨는 "'보호할 수 없다'는 말 자체가 무슨 이미인지 이해가 안간다"며 "그동안 주식시장에선 투자자를 보호하기는 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코인 투자자 그 누구도 나라에 투자자를 보호해달라는 말을 한 적 없다"며 "그저 이런 위협적인 발언으로 거래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 보호도 안할거면서 세금은 왜 뜯어가려고 하는가"라며 "국가가 해야할 역할은 안 하면서 자본 이득만 누리겠다는 놀부심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투자자 정모(35)씨는 "은 위원장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국민이 개, 돼지로 보이는지 물어보고 싶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어 "국민을 교화대상으로 보는 것인가, 엘리트주의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책없이 암호화폐를 때려잡겠다는 소리로 들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3년 전에도 박상기(당시 법무부장관)가 대책없이 암호화폐를 건드렸다가 벌집을 쑤셔놓은 적 있었는데 이번에도 또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18년 당시 박 장관은 "가상화폐는 도박이다. 매우 위험한 거래다. 그래서 거래소를 폐쇄하는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실제 은 위원장 발언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출렁였다. 전날(23일) 비트코인 가격은 600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도지데이'로 주목받으며 급등했던 도지코인은 사흘만에 반토막이 났다. 업비트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 7시께 개당 287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20일 한때 535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사흘만에 약 46.35% 하락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글까지 올라왔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2. photo@newsis.com

청원인은 "국민의 생존이 달려있는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괜찮고 코인은 투기로 부적절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글은 게시 하루만에 3만1585명이 동의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글은 내려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은 위원장의 발언이 현실과 괴리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제2의 박상기 법무부장관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거래소 폐쇄 운운하는 것은 시장에 혼란만 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먹거리로 활용을 할 생각은 안 하고 단지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기존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며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 할 것"이라며 "최소한 코인 발행 기업정보 공개, 허위 공시 적발 및 제재, 코인 가격 조작 세력 감독 등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암호화폐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나아가 신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하니 막겠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di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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