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상? 文대통령, G7 사진 앞줄 선 이유 따로 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6. 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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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의전상 대통령이 총리보다 앞줄 위치
지난 12일 영국 콘월에서 촬영한 G7 정상회의 단체 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을 때 맨 앞줄에 섰던 것은 한국의 대외적 위상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영국의 G7 주최측에 문의한 결과, 대통령을 앞줄에 세우고 총리는 뒷줄에 세운 자체 의전 원칙에 따른 차이였다는 회신을 받았다. 정부는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고 홍보했지만 국력이나 위상보다는 대통령제를 선택하는 나라와 내각제를 선택하는 나라의 차이가 작용했다는 얘기다.

이번 G7 단체 사진에서 정상들의 위치를 정한 기준을 묻는 본지의 이메일 질의에 대해 영국의 G7 준비팀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영국은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를 해왔다”며 “대통령을 총리보다 앞줄에 위치하도록 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보통 외교가에서 국가 원수(head of state)는 국왕(king·queen) 또는 대통령(president)을 말하며, 내각제를 채택한 나라의 총리(prime minister)는 국가 원수로 분류하지 않는다.

이번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게스트 국가 포함) 가운데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의 조 바이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등 4명뿐이며, 이들은 모두 주최자(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함께 맨 앞줄에 섰다. 따라서 주최자와 대통령은 맨 앞줄에 서게 했고 총리들은 두번째와 세번째 줄에 서게 한 것이 주최측의 의전 원칙이었다.

보통 다자 회의에서는 재임 기간이 긴 정상을 중심부에 가깝게 위치하도록 하는 관례가 있다. 이 기준에 비춰 보면 맨 앞줄에 선 4명의 대통령 중 2017년 취임한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주최자인 영국의 존슨 총리에 더 가깝게 섰고, 2018년 취임한 라마포사 대통령과 올해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더 바깥에 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만든 홍보 포스터. 맨 앞줄 오른쪽에 있던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삭제돼 보이지 않는다. 논란이 되자 정부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나오는 사진으로 교체했다.

따라서 G7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이 게스트로 초청받은 것은 큰 의미를 부여할 만 하지만 단체 사진 속의 위치는 국력이나 위상과 관련이 적다는 얘기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이 중요한 위치이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정확하게 받고 의전 서열도 그렇게 예우를 받는 것”이라고 했지만 영국측의 설명은 달랐다. 유럽에서 근무하는 한 정부 관계자는 “경제 규모 세계 3위인 일본과 4위인 독일의 정상이 두번째 줄에 있는데 사진 속 정상의 위치로 국력과 위상을 논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홍보 포스터에서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잘라낸 사진을 사용했다가 뒤늦게 원본으로 바꾼 것은 국력과 무관하게 대통령을 앞줄에 세운 의전 원칙을 국민들이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의전 업무를 해본 외교관들은 통상적으로 타이틀이 다른 정상들끼리 만났을 때 국왕, 대통령, 총리 순으로 예우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한다. 특히, 영국은 국왕이 있는 입헌군주제 국가로서 항상 국왕과 총리의 의전 순서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이번 G7에서도 이와 관련한 의전 원칙을 세심히 적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번 G7 단체 사진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마지막 세번째 줄에 선 것은 국가 정상을 우선시한 의전 원칙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총리, 국제기구 수장 순서였다는 얘기다.

총리 중에 유일하게 마지막 줄에 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2월에 취임해 이번 G7에 온 정상들 가운데 가장 재임 기간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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