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최근 방송가에 묘한 매력의 프로그램이 하나 등장했다.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이 그것이다.
한때 잘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나, 앨범은 냈지만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실력자들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인 셈이다.
방송 초반에 “저 노래를 부른 가수가 저 사람이구나”로 시작됐던 호기심은 점차 실력자임에도 그동안 인정받지 못한, 그런데도 열정 하나로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온 가수에 대한 응원으로 연결됐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대형 스타 없이도 시청률 6%가 넘는 성공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출연자들이 ‘패자부활전’에 오른 이유는 다양했다. 자신의 재능을 보여 줄 기회가 없었거나, 사기를 당했거나, 마케팅 부재로 알려지지 못했거나, 너무 유명한 노래에 가수가 묻혔거나. 잘 살펴보면 이 ‘실패의 룰’은 가수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되는 보편적인 이유들이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수많은 한류스타가 쏟아지고 한국 대중가요의 저변의 넓어지면서, 그나마 가수들은 이런 패자부활의 기회라도 생겼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많은 경우는 한 번의 실패가 ‘인생의 나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2년 본지의 ‘사람이 국부다’ 시리즈 취재를 위해 핀란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당시 한국에서는 젊은 창업자의 극단적인 선택 소식이 들려왔다. 오타니에미 사이언스파크 홍보담당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얘기가 나오자 그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그 사람은 아마도 인생을 걸고 창업을 했을 것이다. 창업이든, 취업이든, 모든 진로 선택에서 한 사람이 인생을 걸게 하면 안 된다. 도전이 당연하듯 재기도 당연하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가 예시로 든 사람이 당시 한장 주가를 올리던 게임 ‘앵그리버드’의 창업자였다. 51번의 게임을 실패 한 후 탄생한 게임이 앵그리버드라는 것이다. 성공스토리를 바꿔말하면, 51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계속 기회의 토양이 제공된 셈이다.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이 ‘어게인’의 발판은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일시적인 실패가 한 사람의 패자(敗者)를 남기는 데 끝나지 않고, 새로운 패자(覇者)로 성장시키는 토양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곧 우리 사회의 역량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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