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시민들이 IS 같습니까? 가면무도회 된 광장

2015. 12. 6. 21: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꽃과 탈, 권력에 저항하다

“농민 쾌유” “국정화·노동개악 저지”
가면에 담긴 다양한 바람

“저 붙잡아 가시게요?”
고교생 몸에 출석요구서 묶고
시민들 발랄한 손팻말 들어

5일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과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범국민대회)에는 각양각색의 가면을 쓴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정부·여당의 복면금지법 추진에 맞서 시민들은 손수 준비해 온 가면을 쓰고 행진에 참여했다. 농민들의 풍악소리, 곳곳의 노랫소리가 가면 쓴 참여자들과 어우러진 이날 서울 도심은 ‘가면무도회장’을 방불케 했다.

시민들이 쓰고 나온 가면은 위협적이라기보다 유쾌하고 발랄했다. 피부미용용 마스크팩을 붙이고 나온 이들은 ‘복면이 아닙니다, 예뻐지는 중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며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복면금지법’에 가벼운 잽을 날렸다. 분홍색 돌고래 가면을 쓰고 나온 환경운동가 황현진(29)씨도 “정부가 복면을 착용한 시민을 테러리스트로 취급하겠다고 해서 불복종의 의미로 가면을 썼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돌고래 보호활동을 하고 있어 황씨의 가면은 복면금지에 대한 항의와 돌고래 보호 두 가지 의미를 다 담았다.

독특한 가면과 복장은 복면금지법에 대한 저항과 더불어 참여자들이 정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노릇도 했다. ‘범국민’이라는 깃발 아래 5만명(주최쪽 추산, 경찰 추산 1만4000명) 가까운 이들이 모인 만큼, 참가자들이 정부에 하고 싶었던 말들은 노동구조 개혁안 폐기에서부터 백남기 농민 쾌유, 국정교과서 반대 등으로 다양했다.

노란 꽃 모양의 탈을 쓰고 나온 배영란(41)씨는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빌기 위해 부직포를 잘라 1시간 정도 들여 꽃 가면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농민의 건강을 비는 의미인 만큼 밝은 느낌의 가면을 준비해 왔다”는 게 그의 얘기다. 경상북도 청도군 삼평리와 밀양시의 송전탑을 반대해온 한민수(28)씨는 그곳에서 반대 투쟁을 벌이는 할머니들을 형상화한 가면을 쓰고 손에는 삼평리에 특히 많다는 접시꽃을 종이로 만들어 들고 나왔다.

고등학생 김아무개(18)군은 전지 크기로 적은 경찰의 ‘출석요구서’를 몸에 두르고 나왔다. 김군은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우리들이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한데도 집시법을 위반했다며 학교나 집에 경찰이 찾아오는 일까지 벌어져 출석요구서를 묶고 나왔다”고 말했다.

행진하는 시민들 옆 길가에서는 자기만의 생각을 적는 손팻말을 만들어보는 부스가 차려지기도 했다. 미처 손팻말을 준비해 오지 못한 시민들은 이곳에서 ‘한국사 자격증 1급 반납한다’ ‘응답하라 병신(丙申)년 되기 전에’ 같은 기발한 문구들을 적어 들었다.

방준호 권승록 현소은 황금비 기자 whor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 정부, ‘독재자의 딸’ 보도한 미국 언론사에 항의”
2차 민중총궐기, ‘차벽’ 사라지니 ‘평화’가 왔다
지금은 햇볕과 밤 사이, 무진의 안개 같은…
[화보] 80~90년대 여배우들의 과거와 현재
[화보] 1941년 12월 진주만에서는…‘가미카제’ 그 최후의 순간

공식 SNS [페이스북][트위터] | [인기화보][인기만화][핫이슈]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