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킹크랩 시연 봤다"는데..사진·영상 증거는 왜 없나

최선욱.김영민 2018. 8. 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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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18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킹크랩 운영 방식에 대한 드루킹의 시연을 지켜본 게 사실인지’ 여부를 놓고 밤 늦도록 공방을 벌였다. 킹크랩은 드루킹(본명 김동원, 구속) 일당이 사용한 댓글 여론조작 자동화 프로그램이다.

드루킹은 5월 공개한 옥중편지에서 “김경수 의원(2016년 11월 당시)이 경기 파주 사무실로 찾아왔고 그곳에서 킹크랩 시연 모습을 지켜봤다”며 “‘(대선 기간에) 사용을 허락해달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팀은 드루킹과 함께 활동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인 ‘둘리’ 우모씨(구속)에 대한 조사에서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왼쪽). 오른쪽 사진은 댓글조작 가상 이미지. [연합뉴스ㆍ중앙포토]

특검팀은 또 같은 회원인 ‘솔본아르타’ 양모씨(구속)로부터 “나는 2층 강연장 문 밖에서 킹크랩 시연하는 모습을 봤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특검팀은 당시 김 지사가 앉아 있던 위치와 행동에 대한 이들의 진술이 거의 일치하는 점을 근거로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그날 파주 사무실에 간 것은 맞지만 킹크랩이라는 댓글 자동화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드루킹 일당의 일방적인 진술이라는 입장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7일 새벽 서울 강남구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지사는 이날 조사에서 특검팀에 “그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느냐”고 되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김 지사가 기자들에게 “저는 유력한 증거를 (특검팀이) 확인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 특검팀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지켜봤다는 내용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녹음파일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 때도 해당 자료 확보를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검팀도 이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다”며 “유력 정치인들과 만날 때 사진 기록을 남겨온 드루킹 일당의 특성과 들어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드루킹이 지난 3월 경찰 수사에 대비해 관련 증거를 파기하는 과정에서,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까지 모두 지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드루킹 일당은 3월 경찰 압수수색 때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변기에 넣기도 했다. 킹크랩 프로그램 역시 구동과 관련된 코드가 모두 파손됐는데,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드루킹 일당이 벌인 일로 밝혀졌다.

검찰 출신의 강민구 변호사는 “현장 사진과 동영상이 없다는 이유로 드루킹과 그 측근들의 진술 효력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며 “특검 입장에선 김 지사가 드루킹 측과 주고 받았던 메시지 등 여러 정황을 활용해 ‘킹크랩 시연’과 관련한 사실을 입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선욱ㆍ김영민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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