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 7살이 분기점..햇빛은 약, 스마트폰은 독

입력 2018. 10. 10. 10:16 수정 2018. 10. 1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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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의 베이비트리

[한겨레]

안과 의사가 세극등현미경을 이용하여 어린이의 눈 상태를 진찰하고 있다. 아이의 안구는 만 7살이 되면 완성되므로 안과 검진이 가능한 3~4살부터 6개월마다 눈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진하도록 하자.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제공.

최근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근시를 가진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근시는 먼 곳을 바라볼 때 물체의 상이 망막의 앞쪽에 맺히는 굴절 이상으로, 먼 곳은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곳이 잘 보인다. 이윤상 한림대 의과대학 외래교수(씨엔비 안과의원 원장)는 “미국은 최근 20년 동안 근시 인구가 전체 인구의 25%에서 약 42%까지 늘어났고, 우리나라는 중·고등학교 연령대에서 무려 78%가 근시라는 보고가 있다”며 “갈수록 눈이 나빠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근시 시작 나이도 어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국내 근시 환자 수를 5살 구간별로 살펴본 결과, 만 10~14살 근시 환자 수가 30만 6542명으로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근시 환자의 약 25%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많은 구간은 만 5~9살로, 24만 3444명(전체 환자의 18.8%)이었다.

7살까진 원시, 그 후 25살까지 근시

안과 전문의들은 근시가 일찍부터 나타나거나 어린이의 근시 진행 속도가 빠르면 부모가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근시가 생기면 공 모양의 안구가 커지고 앞뒤로 길어진다. 이때 안구 내면을 이루는 신경막 조직인 망막도 함께 얇아진다. 따라서 어려서 고도 근시가 되면 나중에 성인이 돼 노인성 질환인 녹내장·백내장에 걸릴 위험도 커지고, 망막이 찢어지는 망막박리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정상 시력을 ‘0’으로 잡고 근시가 심해질수록 마이너스로 표기하는데, 고도 근시는 마이너스 6디옵터에서 마이너스 10디옵터 미만이다. 초고도 근시는 마이너스 10디옵터 이상을 말한다.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생후 아이의 눈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이해하고 근시 시작 시기를 잘 살펴보자. 아이가 태어나면 시신경은 생후 수주 내 만들어진다. 눈동자의 움직임은 생후 6개월, 눈물 기관은 3개월 뒤면 완성된다. 만 2살이 되면 각막이 완성되고, 만 7살이 되면 아이의 눈은 성인과 거의 유사하게 발달한다. 시력도 생후 6개월이 지나면 0.1, 돌이 되면 0.2, 2살 때는 0.3 정도 되고, 6살쯤 되면 시력이 1.0가량 된다. 안구 발달이 완성되는 만 7살까지 눈은 원시가 진행되고 그 이후부터 근시가 진행돼 25살까지 계속된다. 이윤상 외래교수는 “부모가 둘 다 눈이 나쁘면 거의 대부분의 자녀에게 근시가 발생한다. 또 6~7살에 생긴 근시는 12살 전후에 생긴 근시에 비해 진행 속도도 빠르고 예후도 좋지 않다”며 “안과 검진이 가능한 3~4살부터 6개월마다 눈 검진을 꼼꼼하게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고등학생 열에 7~8명이 근시
갈수록 악화 빨라지고 시작 어려져

10~14살 근시, 전체의 25%로 최고
5~9살도 24만 명 넘어 그 다음

6~7살 생긴 근시는 12살 전후보다
근시 진행 속도 빠르고 예후 나빠

부모 둘 다 근시면 대부분 유전
야외 공놀이, 원근운동으로 눈에 좋아

잠자기 들쭉날쭉하면 시력 조절 문제
스마트폰 블루라이트 수면 망쳐

5분 눈 감기, 핫팩 눈 찜질 등 도움
잠자는 동안 끼는 드림렌즈 해볼 만

둘째, 눈이 나빠지는 습관과 환경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올바른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유전적 요인 말고도 환경적 요인으로 눈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의 잠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야 한다. 이혁재 한의학 박사는 <습관만 잡아도 시력이 좋아진다>라는 책에서 “잠자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항진된 교감신경이 눈 근육을 지배하는 동안 동안신경(뇌와 안와의 신경)에 영향을 주어 시력 조절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성장기 어린이라면 밤 10시 이전에는 자고 잠자는 시간에 누워서 책이나 스마트폰을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막·수정체 흡수 안 되고 망막까지

적당한 햇빛은 좋은 시력의 자양분이다. 2008년 대규모 연구에서 야외 활동이 근시 진행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야외 활동으로 특히 공놀이가 좋다. 농구나 배구, 축구, 배드민턴처럼 공을 가지고 노는 운동은 자연스럽게 원근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보습학원 계단에서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이처럼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눈의 피로도가 높아져 눈 건강에 해롭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책을 읽는 자세나 스마트폰 등과 같은 전자기기를 볼 때의 습관도 중요하다. 어두운 방에서 스탠드만 켜 놓고 책을 읽는 것은 눈에 부담을 준다. 책을 볼 때는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넣고 앉아야 하고 두 발바닥이 땅에 닿도록 한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은 가급적 멀리(30cm 이상) 떨어뜨려 놓고 보도록 한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각막과 수정체에서 흡수되지 않고 망막까지 도달한다. 그래서 눈을 피로하게 만들고 수면 리듬을 망친다. 일본 안과 전문의 아라이 히로유키는 저서 <스마트폰 노안>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를 밤에 사용하지 말고, 블루라이트를 줄여주는 안경, 필름, 앱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한다. 그는 또 전철이나 버스 등 흔들리는 공간이나 보행 중일 때, 그리고 누운 자세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눈의 피로도가 올라간다고 말한다. 눈 관리 방법으로 그는 5분 눈 감기, 따뜻한 손수건이나 눈 전용 핫팩으로 눈 찜질해주기, 한 시간 공부한 뒤 창 밖 간판 등 먼 거리 사물 보기를 추천했다.

착용 가능 기준 까다로워

마지막으로 근시 진행 속도가 빠르면 이른바 ‘드림 렌즈’라고 불리는 수면착용교정렌즈(또는 각막굴절교정술 렌즈) 착용을 통해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도 방법이다. 수면착용교정렌즈는 잠자는 동안(7시간 이상) 하드 타입 콘택트렌즈를 착용해 낮 동안 맨눈 시력을 회복시키는 교정법이다. 이 렌즈를 착용하면 각막의 중심을 눌러 굴절력을 낮게 만들어준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소아안과센터 김대희 교수는 “잘 처방 받으면 렌즈 자체가 눈 뒤로 들어간다거나, 렌즈가 각막에 상처를 입힌다든가 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렌즈 세척을 잘하고 관리를 잘하면 각막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면착용교정렌즈는 근시 진행을 늦춰 준다는 보고가 많다”며 “안전하고 적절하게 이용하면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수면착용교정렌즈는 착용 가능 기준이 까다롭다. 어린이마다 각막 형태나 굴절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가능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실제 착용해서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면착용교정렌즈는 환자 눈에 맞게 렌즈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제작된 렌즈 중에 환자 눈에 가장 잘 맞는 렌즈를 고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시가 너무 심하면 각막을 눌러야 하는 양이 많아지므로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용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100만 원 내외이며, 교체 시기는 환자마다 다른데 1~2년에 한 번 정도 갈아야 한다. 수면착용교정렌즈의 절대적인 나이 기준은 없으나, 렌즈 착용 뒤 보이는 것이 이상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의사표시가 가능해야 하므로 일반적으로 만 6살 이상을 대상으로 본다. 최근엔 유튜브에 어린이들의 착용 후기나 착용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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