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센다이 추천했을 수도" 통화내역 내밀자 말 바꿨다

김영민.박태인 입력 2018. 8. 13. 00:04 수정 2018. 8. 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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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 역제안' 사실로 드러나면
공직선거법 걸려 기소 가능성
특검 내부선 영장청구 의견 우세
송인배 비서관도 어제 소환 조사
김경수. [뉴스1]
김경수(51)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말을 허익범 특별검사팀 조사실에서 바꾼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김 지사는 지난 9일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팀 사무실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특검팀 등에 따르면 김 지사는 특검팀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하진 않았지만, ‘인사 추천’은 했을 수도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바꿨다. 특검팀이 김 지사를 상대로 드루킹과의 통화 일시가 모두 담긴 통화내역 자료, 모바일 메시지 내역 등을 꺼내 보인 직후다. 특검팀은 경찰로부터 김 지사와 드루킹 간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년치 통화 내역을 전부 넘겨 받았다.

드루킹 역시 최근 특검팀에 워드 파일(.docx)로 작성한 두 사람 간 녹취 정리본까지 냈다고 한다. 김 지사와의 대질 신문에서도 그는 “지난해 12월 김 지사로부터 ‘오사카 총영사는 어려운데, 센다이 총영사직은 어떻겠냐’는 전화를 직접 받았다”고 주장했다.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 지사에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지난해 5월 치러졌던 대선과 달리 김 지사 본인이 출마했던 6월 지방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 공소시효(선거일 후 6개월 이내)가 아직 4개월 정도 남아있다.

특검팀은 오사카 총영사직 문제로 사이가 벌어진 드루킹 김씨를 붙잡기 위해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직을 역제안했고, 이 과정에서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회유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이전인 지난해 12월부터 김 지사가 드루킹 측으로부터 자신의 선거를 도움받고자 했다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해당한다.

드루킹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가 센다이를 분명히 언급했고 도리어 ‘킹님’이 창피해하면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킹님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드루킹 김씨를 부르는 말이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12일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송 비서관은 ’사실 그대로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김 지사와 드루킹 간 연결고리로 지목된 송인배(50)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2일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 드루킹 김씨를 김 지사에게 처음 소개해준 인물이다. 그는 경공모 회원들과 4차례 간담회를 하고 사례비로 200만원을 받았다. 송 비서관은 지난 4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불거진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진상조사를 받았다. 청와대는 5월 말이 돼서야 “자체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송 비서관은 이날 특검팀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지난 3월 드루킹 김씨가 체포된 직후 그의 측근인 도두형 변호사를 만났던 백원우(52)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곧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백 비서관은 드루킹이 경찰에 체포되고 나서 일주일 뒤인 3월 28일,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후보자로 추천했던 도 변호사를 약 40분간 면담했다. 특검팀은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만나기 전 드루킹의 체포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인사비서관이 아닌 민정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만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두 비서관에 대한 조사는 김 지사에 대한 수사를 최종조율해가는 막판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 내부에선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우려해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 다른 특검팀 관계자는 “(드루킹 측) 진술만으로 김 지사를 피의자로 입건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영민·박태인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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