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맞은 이용수 할머니,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세계와 여성 평화를 위해 힘내겠다"

백경열 기자 2018. 11. 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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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90)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한 축하행사가 9일 대구에서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90)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한 축하행사가 9일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이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시민단체인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이날 오후 6시부터 대구시 남구 한 호텔에서 사진전과 만찬을 겸한 행사를 마련하고 이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했다. 행사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250여명이 자리했으며, 미국과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벌이는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 8명도 참석했다.

행사에 앞서 이용수 할머니는 “(구순을 맞은)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면서 기자들과 만나 소회를 밝혔다.

이 할머니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걸 모른 채 살아왔는데 오늘, 이렇게 아흔이 돼서 잔치를 하게되어 너무 기쁘다”면서 “여러분들이 힘을 주신만큼 앞으로도 변함없이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90)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한 축하행사가 9일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이 할머니가 토크콘서트 도중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이어 “세계의 여성들이 반드시 기쁘게, 평화롭게 사과를 받을 날이 다가오는 것 같다”면서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믿는다. 세계를 위해서, 여성들을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최근 한국인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 대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마땅히 해야할 일(배상 등)을 하지 않은 그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라도 밝혀져서 잘된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아베 총리에 대해서 의견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는 “때가 되면 (아베 총리가) 잘못을 알고 공식적으로 사죄할거고, 또 법적인 배상도 받을 거라고 믿는다”면서 “죄를 짓고는 살지 못한다. 아직 시작이다. 반드시 공식적인 사죄 등을 하리라 생각하고, 사랑으로 해결하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90)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한 축하행사가 9일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이 할머니가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히로시마네트워크’ 사무국장 오카하라 미치코씨(69·여)는 “지난해 5월 이용수 할머니가 히로시마를 찾아 일주일 동안 4번이나 위안부 피해 상황을 증언하는 집회를 했던 게 기억난다”면서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줬던 게 생각나 (구순잔치에) 꼭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일원으로서 문재인정부의 개선 노력을 기쁘게 생각한다. 박근혜정부 때보다 많이 진전됐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일본 사회에서는 아베정부를 비롯한 많은 일본 국민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비판하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또 “일본정부는 위안부 생존자가 한 분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90)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한 축하행사가 9일 대구 한 호텔에서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나고야에서 왔다는 오노 마사미씨(70)는 “1992년 일본에서 이 할머니가 피해 증언을 직접 준비했던 게 기억난다. 당시 그는 심하게 떨었고 얼굴은 파랗게 질린 상태였지만 당당했다”면서 “이 할머니는 괴로운 체험담을 증언하며 ‘돈이나 받으러 온 게 아니다.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바란다’고 확실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측은 “이용수의 할머니의 굳센 의지와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할머니의 더 큰 용기가 되어 앞으로도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힘찬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또 지난 30여년 간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진실과 정의를 위해 싸워 온 모든 위안부 생존자에게 보내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90)의 90번째 생일을 기념한 축하행사가 9일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보낸 축하메시지.|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이용수 할머니는 1928년 12월13일 대구 북구 고성동에서 태어나, 16세 때인 1944년 대만에 강제동원돼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해방되던 해 귀국했고, 1993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로 등록했다.

이후 25년이 넘는 세월동안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는 수요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와 서울을 오갔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에 맞서 전 세계를 돌며 증언과 강연을 진행하며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공식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90)가 지난 8월3일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 설치된 대구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8월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두고(3일) 이용수 할머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행태를 규탄하고 관련자 처벌 및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10억엔 반환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대구·경북 지역 37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함께 대구시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 설치된 대구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법관이라는 사람이 법을 왜곡한 게 드러난 만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처벌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와 재판 거래까지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2015년 일본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받은 10억엔을 돌려주고 일본의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앞서 2015년 12월28일 박근혜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불가역적 종결을 약속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일본정부와 체결했다. 일본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재단을 설립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에서 진행된 올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참석해 “내일 광복 73주년을 맞지만 이미 고령이 되신 피해자 할머니들께는 여전히 광복은 오지 않았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따라, 할머니들을 문제 해결의 주체로 존중하고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기념사업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 신현순, 김분선 할머니가 1990년대 후반 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모습.|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1년 8월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고백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2007년 7월 미국 연방하원에서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 관련 공청회에 참가해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27명에 불과하다. 평균연령은 91.1세로, 연령별로는 85~89세 8명, 90~95세 17명, 96세 이상 2명 등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7명, 부산 1명, 대구 3명, 울산 1명, 경기 9명, 전남 1명, 경북 1명, 경남 4명 등이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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