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강행하더니.. 이번엔 '민주시민학교' 만든다

박세미 기자 입력 2018. 12. 14. 03:08 수정 2018. 12. 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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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내년 초중고 51곳 선정 "학생 자발적 의견표현 중시..
학생 자치 권장, 전과목서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 가르칠것"

민주시민 교육을 시키고 프로젝트 수업을 중시하는 '민주시민학교'(가칭)가 내년부터 시범 운영된다. 기존의 강의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자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돕는 학교 모델이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13일 '민주시민학교' 도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는 입시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내년 51개교에서 민주시민학교를 시범 운영한 후 계속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민주시민학교'가 기존에 전교조 교육감들이 도입한 '혁신학교'와 비슷한 모델이라고 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혁신학교가 도입 10년 만에 사실상 실패했는데 이름만 바꿔 제2의 혁신학교를 만드는 거냐"고 비판했다.

◇국어 시간엔 연설문 쓰고 미술 시간엔 벽보 제작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민주시민학교는 여러 면에서 2009년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 시절 도입한 혁신학교와 비슷하다. 혁신학교는 토론·참여식 수업을 하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들 학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우선 민주시민학교에서는 혁신학교처럼 수업 시간에 학생 참여를 중시한다. 교과 간 통합 수업을 권장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 학교 운영에서 교장 대신 교사나 학부모 권한을 중시하고, 학생회 등 학생 자치 활동을 적극 권장하는 점도 혁신학교와 유사하다. 해당 학교에 교육 당국이 1000만원 이상의 추가 예산을 주는 점도 비슷하다.

교육부는 민주시민학교에서는 학생 평가 방식도 바꾸겠다고 했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을 지양하고 수행평가로 학생을 평가하고, 논·서술형 시험으로 점수를 내겠다는 것이다. 또 국어·수학·영어 등 전 과목에서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을 배우도록 하겠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제2의 혁신학교 만들기냐"

교육부 관계자는 "민주시민학교는 혁신학교의 발전적 형태"라고 했다. 혁신학교 모델을 좀 더 일반화해 전국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1만1000여 곳 초·중·고교 중 혁신학교가 1525곳(13.8%)인데, 여기에 민주시민학교를 추가로 지정해 '범혁신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우려와 반대 여론이 높다. 기존 혁신학교의 경우 학업 성취도가 다른 곳보다 낮아 학부모들 선호도가 낮은데, '제2의 혁신학교'를 만드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혁신학교 고교생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11.9%로 전국 평균(4.5%)의 3배에 가까웠다. 최근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입주 예정자들이 단지 내 새로 생기는 학교 세 곳을 모두 혁신학교로 지정하려고 하자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송례중, 충북 제천고, 서울 중산고 등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육 당국의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강모씨는 "민주시민 개념도 명확지 않은데 대체 뭘 가르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전교조 교사들이 편향된 수업을 할 우려는 없는 거냐"고 했다. 자녀가 중 1인 한 학부모는 "정부가 아이들 기초 체력(학력)을 길러줄 생각은 않고 혁신학교·민주시민학교를 지정한다니 이제 애들 공부를 학원에서 시키란 얘기인 것 같다"고 했다.

민주시민 교육은 기본적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다양한 책과 교과서를 읽으면서 습득하는 것인데, 그걸 따로 학교 모델로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많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거부 정서가 커지자, 정부가 '민주시민학교'라고 문패만 바꿔 달고 혁신학교 모델을 확산시키려는 것 같다"며 "학교가 정치에 흔들리거나 편향 교육의 장이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민주시민학교

민주시민 교육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짜고 협력·통합형 프로젝트 수업을 강조한다. 강의식보다 토론·발표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학교 운영에서는 교장보다 교사·학부모 권한을 중시한다. 입시 교육보다는 민주시민 교육에 중점을 두고 학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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