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룡에 맞서는 乙의 반란..'脫구글·애플' 가속화

한진주 입력 2018. 9. 4. 11:26 수정 2018. 9. 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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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장악한 구글·애플 수수료 30%·운영 간섭 갑질에 콘텐츠 기업들 분노
HTML5 게임 확산·우회결제 모색 등 탈 구글·애플 시도…중소업체는 의존 심화
플랫폼 정책 수정 의사 없는 구글·애플…공정위 조치 없이는 어려워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김동표 기자] ICT 업계에 구글과 애플 두 공룡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플랫폼을 장악한 두 기업에게 '바쳐야' 하는 수수료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수수료 말고도 시장지배력을 무기로 각종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그러나 개별 업체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 결국 규제당국의 의미 있는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된다.

◆"수수료 못 주겠다" 을(乙)들의 반란= 탈(脫) 구글ㆍ애플을 위한 독립운동은 주로 게임업계에서 활발하다. 소비자가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을 구글의 '구글플레이',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면 앱 자체 가격뿐 아니라 향후 앱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매출의 30%가 구글과 애플로 넘어간다.

그래서 탈 구글ㆍ애플 시도는 주로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를 피해 자체 홈페이지 혹은 웹에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 방식으로 추진된다. 최근 KT는 게임업체 모비게임과 손잡고 HTML5 게임 전용 부가서비스 '팝콘 게임팩'을 출시했다. HTML5 게임이란 앱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구글이나 애플을 통하지 않고 게임 다운로드ㆍ결제가 가능하도록 만든 플랫폼인 것이다.

이에 국내 게임업체들이 HTML5 게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웹젠은 HTML5 게임 '뮤 온라인 H5'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며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HTML5 게임 '올라올라 스푼즈'를 출시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게임즈 역시 HTML5 게임의 접근성과 편의성에 주목하고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시도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본에서도 야후저팬을 중심으로 HTML5 게임 확산을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부당한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보고 일본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6000만명이 이용하는 야후저팬이 독자적 게임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애플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계속돼 온 시도, 강해지는 압박= 탈 구글ㆍ애플을 위한 몸부림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에픽게임즈는 수수료 30%가 비싸다며 자사의 '포트나이트 모바일'을 구글플레이에 출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넷플릭스도 지난 6월부터 애플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막고 별도 모바일 웹에서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면 앱 내 결제를 지원하는 것이 맞지만 장기적 수익성을 고려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카카오의 경우 올 상반기 이모티콘 판매 수수료로만 약 100억원을 구글에 지급했다. 카카오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바일ㆍPC 웹사이트 '카카오 이모티콘샵'을 열었지만 구글의 강력한 반발만 불러왔다. 음원서비스 멜론도 모바일뿐 아니라 PC 결제가 가능토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같은 상품이라도 수수료 부담이 없는 PC 결제가 아이폰에서 살 때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애플이 '우회결제를 안내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보내 급히 공지를 철회해야 했다. 결국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을 안내받지 못하고 애플의 iOS 앱 내에서 비싼 결제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독립운동은 아무나 하나…관건은 공정위 결단= 탈 구글ㆍ애플 시도도 업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나 가능하다. 대부분의 중소 게임업체들은 막강한 전파력을 가진 구글플레이와 애플스토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출시작의 경우 160개 이상 국가에 서비스해야 하기 때문에 구글이나 애플 플랫폼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ICT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구글이 자사 플랫폼에서만 게임 출시를 강요한 혐의를 잡고 최근 3주간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구글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와 앱마켓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 구글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면 자료제출 의무 등 사전규제를 받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시장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시장획정'이 선결돼야 한다. 특정 사업자가 시장지배적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려면 '시장'이 어디까지인지 정해야 하는데, 이런 '시장획정' 작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과 애플은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정책을 수정할 유인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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