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3000만명이 몰려도..日'스시' 장인은 폐업한다

강기준 기자 2018. 12. 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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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30만원 오마카세·1000원 스시 양분화돼 폐업 속출..지나친 장인정신에 젊은이들 떠나

올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3000만명을 넘었습니다. 5년새 3배나 늘어난 규모인데요. 이들이 1인당 쓰는 돈만 해도 우리 돈으로 150만원 정도. 게다가 전 세계에서 스시 열풍입니다. 일본 식당들은 쾌재를 부를 법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을 대표하는 스시 장인들은 가업을 승계한다는 자부심에도 속속 폐업하고 있습니다. 왜 스시의 본고장 일본은 홀로 거꾸로 가고 있을까요. 왜 그들은 '전쟁'을 선포할 만큼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인스타 찍힐 만큼 비싸거나, 부담없이 아주 싸거나
/사진=Flickr.

일본내 모든 스시야(すしや·초밥집)들이 망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외국인 관광객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의 유행을 좇는 이들은 1인당 30만원이 넘는 오마카세(셰프가 알아서 음식을 내주는 것)를 즐기고 있습니다. 반면 평범한 일본 젊은이들은 한 접시에 100엔(1013원)짜리 회전초밥에 몰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주 비싸거나 혹은 싸거나. 둘 중에 하나만 먹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들 틈새에 낀 스시야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이터통신은 도쿄 메다카 쇼핑거리에 위치한 스시야 에이라쿠(Eiraku)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35년의 세월을 한 자리서 지킨 에이라쿠는 이 동네 마지막으로 남은 스시야입니다. 주인장 마사토시 후쿠츠나(76)씨와 아내 미쓰에씨 부부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10명의 손님만 받을 수 있는 작은 곳입니다. 수년 전만 해도 인근에는 가업을 이어 스시야를 운영하는 자부심 가득한 주인장들이 3명 더 있었지만, 어느샌가 모두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 10여년새 도쿄내에서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스시야는 절반 넘게 줄어 750여곳만이 남았습니다. 도쿄에 스시야가 총 4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부분은 초저가를 무기로 한 회전초밥집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본내 9인 이하의 종업원을 둔 스시야 숫자는 총 1만8764개로 5년새 20%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야말로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중간급 스시야들이 몰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에이라쿠의 주인장 마사토시씨는 "사람들은 스시를 100엔으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거나, TV에 나온 긴자거리의 유명 식당으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같이 중간에 낀 가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그가 이 자리를 홀로 지킬 수 있던 이유도 건물을 임대하지 않고 자가 소유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사진=스시로 홈페이지.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 건너온 회전초밥집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일본 내에서 이들의 성장세는 무섭습니다. 일본 최대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는 전국에 511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대형 회전초밥 체인 쿠라스시도 전국 419개 매장이 있습니다. 쿠라스시는 7년새 매장이 60% 늘었습니다. 현재도 한달에 점포를 2~3개씩 열 정도로 외형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들의 매출도 연평균 10% 성장에 달할 정도로 빠릅니다.

회전초밥이 크게 성장한 건 일본 외식업계가 전반적으로 정체 상태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외식을 안하다보니 서로 손님을 뺏기 위해 '가격 전쟁'을 선포한 것입니다. 이 전쟁은 10여년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 외식업체 전체 매출은 1997년 29조7000억엔으로 최고 전성기를 기록한 후 매년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는 23조9000억엔으로 전년보다 2.3% 줄었고, 전성기에 비해선 20%나 나빠졌습니다. 이후엔 매년 300~500억엔(3035~5060억원)씩 서서히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 전성기에 도달하기엔 벽이 높아 보입니다.

회전초밥집들은 매장 정중앙을 빙글빙글 도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스시를 올려놓고 손님들이 직접 집어 먹도록 해 인건비를 아끼고, 그만큼 가격을 낮추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합니다. 일본인들도 그사이 외식할 때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가격(65%)'을 꼽기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이 위치(44%)였고, 음식의 질은 3순위로 밀려났습니다.

마사토시씨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은 매일 새벽 수산시장에 직접 가 재료를 공수하면서 10년째 가격 동결로 경쟁을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니들이 스시맛을 알아?" 지나친 장인정신, 젊은이들 내쫓다

/사진=도쿄스시스쿨.

게다가 일본은 스시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도 없어 고민입니다. 창업 열기에 불타 개업을 하고 창작성을 가미한 요리들을 선보여 음식 트렌드를 주도할 차세대들이 부족한 것입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이를 엄격하고 긴 도제식 교육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일본에선 이타마에상(스시 만드는 사람)으로 인정받기까진 적어도 10년의 긴 수련시간이 필요합니다. 1년차는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2년차부터 야채 써는 법을 배웁니다. 3년차가 돼야 생선 손질을 시작하고, 6년차가 되면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니기리 스시(현재 우리가 먹는 스시 형태)를 쥐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립니다. 여기서 또 2년간 스시를 만들다 10년을 채워야만 손님상에 자신의 스시를 올릴 수 있습니다. 사실상 20~30대에 개업하는 게 힘들다는 것이죠. 게다가 갓 이마마에상으로 인정받은 이들의 연봉은 보너스까지 전부 포함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300~500만엔(3035~5060만원)에 불과합니다. 10년동안 고생하고 받기엔 좀 억울한 액수입니다.

뉴스에서 계속 나오지만, 요즘 일본은 낮은 실업률로 인해 사실상 완전고용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젊은이들 입장에선 마음만 먹으면 취업할 수 있는 길이 많은데, 굳이 10년씩 힘들게 고생할 이유가 없는 시기입니다. 일본은 그래서 제조업이나 편의점 등 몸이 고생하는 직종은 외국인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지난 10일엔 일본 정부가 앞으로 5년동안 외국인 노동자 34만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이민 국가'로의 전환까지 선포한 상태입니다.

일본의 스시 스쿨들은 그래서 1~2개월짜리 속성 코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86만엔을 내면 기초적인 스시 쥐는 법 정도는 배울 수 있게 되는거죠. 2002년에 개업한 도쿄 스시 아카데미는 여태껏 긴 도제식 교육 때문에 500여명의 졸업생밖에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지나친 장인정신이 개입합니다. 스시를 예술로 바라보는 경험 많은 이타마에상들을 '쇼쿠닌(장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2개월 가지고 스시를 제대로 알수냐 있냐며 차별적인 시선을 보냅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한 쇼쿠닌의 사례를 전했습니다. 야마카타(68)씨는 100년 넘은 초밥집의 쇼쿠닌으로 불리는데요. TV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개업 11개월만에 미슐랭 별 한 개를 받은 셰프와 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미슐랭을 딴 젊은이는 스시 스쿨에서 단 3개월동안 배운게 전부였습니다. 야마가타씨는 "그 셰프에게 스시에 대해 깊은 질문을 해봤는데 하나도 대답을 못하더라"면서 "그의 스시는 원래 모습과 달랐다. 밥에 그냥 생선을 찍어누른듯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야마가타씨가 스시를 예술로 생각하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통을 계승하고, 오랜기간 배우고 경험하면서 음식의 숭고하게 바라보는 건 대단한 일이지요. 그도 "특정 고객에 따라 최적의 스시 사이즈는 어떤지, 밥은 어느정도 식감을 내야하는지, 고객이 또 음료를 마시는지, 나이가 들었는지 등 이런 고객 경험이 쌓여야 제대로된 스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지나친 장인정신이 후배들을 내쫓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후쿠에 스시 컨설턴트는 "스시 산업의 기준은 좋거나 나쁘거나 두 가지 뿐"이라면서 "초반 3~4년차에 99%의 사람들이 그만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일손이 부족한 일본에서 이러한 분위기는 자칫 스시 산업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미슐랭 별을 받거나 값비싼 오마카세로 명성을 날리는 스시야들도 주방을 보조할 젊은 직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판국이기 때문이지요.
전세계 스시 열풍 바라만 보는 일본

/AFPBBNews=뉴스1
당장 일본 스시업계는 전세계적으로 부는 스시 열풍을 바라만 보며 배 아파 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총 8만여개에 달하는 스시야들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작 일본인이 운영하는 업장은 10%도 안되기 때문입니다. 막상 후회를 하면서 '스시의 예술성'이란 굴레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전세계에 개업한 스시야들, 그런데 이중 95%는 아예 날생선을 먹거나 다루는 문화가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레 생선 위생 관리가 제대로 안될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특히 생선을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관리 부실로 기생충이 생길 여지가 큽니다. 물론 누군가의 입에 들어갈 땐 기생충을 칼로 잘 도려낸 채 겠지만요.

물론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자며, 세계 스시 기술 학교나 일본 스시연합회 등의 기관에서 국제 인증을 내주긴 합니다. 인증을 받으려면 일정기간 수강을 하고 시험까지 쳐야하는 등 과정이 험난합니다. 그런데 누가 굳이 쇼쿠닌들의 차별 대우까지 감수하면서 인증서를 받으려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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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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