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분석]"비핵화는 제자리 걸음, 경협은 과속" "김정은 육성 비핵화 언급은 의미"

양승식 기자 입력 2018. 9. 19. 13:57 수정 2018. 9. 1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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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정상회담을 열고 남북한 군축과 경제협력·민간협력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긴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비핵화 관련 합의는 선언문 6가지 과제 중 말미인 5번째에 담겼다. 비핵화의 구체적 방안이 담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질적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전 판문점 선언의 답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양 정상은 합의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조건부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지난 6·12 미북정상회담 당시 미국에 약속했던 동창리 시설의 폐기를 재확인하고, 미국의 ‘성의’를 본 뒤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신고·검증 등 새로운 의미 있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더욱 큰 문제는 북한이 주장하는 살라미식 단계적 비핵화 방안을 우리가 수용해 줬다는 것"이라며 "미사일 실험장, 영변 핵시설 등 북한이 대상을 정한 뒤 비핵화 조치를 하고 국제 사회의 보상을 받는 실효성 없는 ‘셀프 비핵화’를 받아줬다"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비핵화는 제자리걸음, 경협과 민족 공조는 과속"이라며 "동창리 시설 폐기는 구문이고 영변 핵시설 폐기조차도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야 해주겠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했다. 남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철도 연내 착공식 등 한미 관계 갈등 요소는 더욱 많아졌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표방했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더 이상 다룰 수 없는 구조적 숙명만 절감한 셈"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결국 북한이 확실하게 약속한 것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 폐기뿐이고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할 때 이루어질 수 있을 전망"이라며 "남북 정상 간의 이 같은 합의는 물론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일정 부분 기여하기는 하겠지만,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을 얼마나 만족시킬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국의 종전선언 없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이미 북한은 지난 2007년 ‘영변 냉각탑 폭파쇼’를 벌였지만 아무 실효성이 없었다는 게 입증됐다"며 "또 어떤 영변 핵시설을 어떻게 폐기하겠다는 구체성도 없다"고 했다.

다만, 김정은이 처음 육성(肉聲)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언급한 것은 진전된 성과라는 말도 나왔다. 정부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한 적이 없었고 오로지 전언(傳言)뿐이었다"며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김정은의 이번 핵관련 발언은 이미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도 나와있던 내용"이라며 "정작 중요한 핵폐기 목록과 타임테이블 관련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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