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 전 빙상 부회장 "심석희 폭행사건 폭로, 내가 막아"

2018. 10. 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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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정감사]
손혜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폭행사건 관련 '전명규 녹취파일' 공개
국정감사 출석한 전 전 부회장, 녹취에서 "얘는 정신병원 갈 정도로 힘들어져야"
손 의원 "강단, 빙판 아니라 이제 재판정 설 때"

[한겨레] “심석희가 국제시합 성적이 좋지 않을 때면 저는 인천공항으로 귀국하자마자 한체대 교수 연구실로 불려가 (전명규 교수에게) 항상 개××, 씨×× 등의 욕을 먹었고, 작전이 그게 뭐냐며 하루가 멀다 하고 압박하고, 괴롭히고,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편지 일부

“그 전에 (심석희가)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 맞자마자…. 그 다음날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 내가 그거 막은 거야. 새벽 1시까지 얘기를 하면서.”

-전명규 한국체육대 교수(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발언 녹취 일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쇼트트랙 선수 상습 폭행사건의 배후에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었던 전명규 한국체육대 교수가 있다는 주장이 23일 제기됐다. 손혜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전 교수의 음성 녹취 파일을 공개하면서다. 이 파일에서 전 교수는 ‘내가 심석희의 폭로 기자회견을 막았다’거나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선수들을 압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국감장에서 녹취 파일 속 발언자가 자신임을 인정했다. 사진은 폭행사건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쇼트트랙 기대주인 심석희 선수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23일 오후 국회 본청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선 전명규 한국체육대 교수(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쇼트트랙 대표팀 폭행사건’이 전 교수의 폭압적 지시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편지가 낭독될 때만 해도 전 교수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가 심석희 선수의 폭로 기자회견을 막았다’거나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선수들을 압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전 교수 본인의 음성 녹취 파일을 공개하자 그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2018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쇼트트랙 간판스타인 심석희 선수가 선수촌을 무단이탈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대표팀 내 폭행사건은 4명의 선수를 상습 폭행해온 조재범 전 코치의 법정구속으로 일단락됐었지만, 이날 전 교수의 개입을 주장하는 손 의원의 질의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와이티엔>(YTN) 뉴스 갈무리.

손 의원은 이날 전 교수의 쇼트트랙 대표팀 폭행사건 개입 여부를 가늠할 만한 두 개의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먼저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상습상해 등)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원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조 전 코치의 옥중편지다. 이 편지에서 조 전 코치는 “전명규 교수님이 한국체대가 무조건 (다른 학교보다) 더 잘 나가야한다면서 시합때 마다 저를 매우 압박하였다”며 “한국체대 빙상장 교수 연구실에 불러서 분이 풀리실 때까지 몇 시간이고 세워 놓고 ‘개××야, 저 ××야, 이 ××야. 이번에 심석희 1등 못하면 각오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또는 승부를 조작해서라도 1등 시켜라’는 등, 아니면 ‘너는 대표팀에서 짐 싸서 나가 개××야, 대표팀에 있을 자격이 없다. 너 같은 놈은 도움이 안돼’ 라고 압박하시고 욕을 하셨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체벌 문제만큼은 제가 너무나도 잘못했다”면서도 “윗사람의 압박에 직업도 잃고 설 자리가 없어질까봐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고 돌이켰다. 조 전 코치는 전 교수가 자신을 폭행한 적도 있다고 편지에 적었다. 이런 편지 내용을 공개하며 손 의원이 “이런 사실이 있느냐. 증인의 폭압적인 지시와 압박 때문에 조 전 코치가 심석희 선수를 때린 거라는데 어떤가”라고 묻자 전 교수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부인했다.

이에 손 의원은 전 교수 본인의 음성 녹취 파일을 공개하며 거듭 전 교수를 압박했다. 공개된 녹취에서 전 교수는 “쟤 머리 더 아파야 해. 얘는 지금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힘들어져야 ‘나 이거 못하겠어, 석희야’라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압박은 가야 된다는 거야.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라고 말했다. 또다른 녹취에서 전 교수는 “그전에 (심석희가)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 맞자마자…. 그 다음날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었어”라며 “내가 그거 막은 거야. 새벽 1시까지 얘기를 하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전 코치에게 폭행당한 선수들이 이를 폭로하려 하자 입막음을 시도한 것은 물론 송사를 이어갈 수 없도록 압박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대목이다.

전 교수는 “본인 목소리가 맞냐”는 손 의원의 질문에 “그런 것 같다”면서도 “석희에게 그런 얘길 한 적이 없다. 막았다고 하는 부분은 좀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손 의원은 “증인은 다시는 얼음판에 나가선 안 된다. 강단이나 빙판이 아니라 이제 재판정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가 녹취 속 발언자가 자신임을 인정한 만큼 정부 차원의 재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이날 국감장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은 살펴 보겠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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