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무덤 속에서 튀어나온 우주..1600년전 별자리판 첫 발견

2018. 12. 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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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말이산 가야고분 석실서 발견
가야시대 별자리판은 처음 나와
가야인 천체 관측기록 보여줘
아라가야 왕성터도 건물터 다수 확인
말이산 13호분 무덤방의 5번째 덮개돌(개석) 아랫면에 새겨진 채 발견된 별자리 구멍(성혈). 처음 실물로 확인된 가야시대의 천체관측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1600여년전 가야 사람들이 바라본 밤하늘의 별자리들은 오늘날과 어떻게 달랐을까. 4~6세기 육가야 연맹국의 일부였던 아라가야의 땅 경남 함안의 말이산 고분 안에서 4~5세기 가야인들이 관측한 우주 천체의 윤곽이 담긴 별자리 돌판이 발견됐다.

함안군과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최근 군내 가야읍 도항리 말이산 13호분(국가사적)의 내부 무덤방을 조사한 결과 별자리 구멍(성혈)을 새긴 덮개돌과 붉게 채색한 벽면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말이산 13호분은 구덩식 돌덧널무덤(수혈식 석곽묘)으로 말이산 주능선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봉분 규모가 직경 40.1m, 높이 7.5m에 달하는 아라가야의 최대급 고분이다. 이번 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18년 식민사학자 야쓰이 세이이쓰가 무덤을 파서 유물을 수습한 지 100년만에 다시 벌인 것이다.

조사단이 낸 자료를 보면,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성혈은 무덤방을 덮은 덮개돌 아랫면에서 모두 125개가 새겨진 채 발견됐다. 현재까지 전갈자리, 궁수자리(남두육성) 등이 판독됐으며, 성혈들의 크기와 깊이가 각각 달라 별들의 밝기 차이를 뜻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성혈을 새긴 면을 무덤 주인이 안치됐던 무덤방 중앙부를 내려보는 쪽으로 배치한 점에서 무덤을 쌓을 당시 의도적으로 이런 얼개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조사단 쪽의 설명이다.

말이산 13호분 덮개돌 아래 새긴 일부 성혈에 판독된 현재의 별자리 모양을 덧붙인 사진. 고대 동아시아인들이 ‘남두육성’이라고 불렀던 궁수자리, 전갈자리의 윤곽이 파악된다.

성혈 흔적은 청동기시대 암각화에서 주로 확인된다. 후대의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도 종종 별자리들이 나타나지만 가야계 무덤에서 별자리 유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다른 고대 문화권의 경우 고분의 개석 윗면에 드물게 성혈이 새겨지기도 하지만, 말이산 고분처럼 무덤방 안쪽에서 발견된 건 처음 보이는 사례다. 아라가야인들의 천문 사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덤방 내부의 네 개 벽면 전체에 붉은 색이 칠해진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벽면을 진흙으로 바르고 그 위에 적색 안료를 써서 채색해놓았다. 내부 벽면의 붉은 채색은 돌방무덤에서 주로 확인되는데, 가야 유적권에서도 돌방무덤인 경남 고성 송학동 1비(B)-1호분에 드러난 전례가 있다. 말이산 고분은 시기적으로 그보다 앞서는 돌덧널무덤으로, 이런 유형 무덤에서 붉은 색 채색흔적이 확인된 것도 처음이라고 한다. 무덤방은 길이 9.1m, 폭 2.1m, 높이 1.8m로, 발굴 전 도굴꾼들이 판 구덩이에서 거둔 유물의 연대로 미뤄 5세기 후반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도 이날 함안군 가야읍 가야리 289번지 일대의 아라가야 왕성 추정터에 대한 추가 발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망루, 창고, 고상건물(땅 위에 바닥을 띄워 지은 건물), 수혈건물(땅을 약간 파고 그 위에 지은 움막 모양의 건물), 집수지로 보이는 특수목적 건물터를 다수 발견했으며, 건물터 주변에서 드러난 목책터 규모와 토성의 벽체 축조기법 관련 정보들까지 밝혀냈다는 내용이다.

조사로 드러난 건물터는 14동이다. 가운데 빈터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배치된 모양새를 띤다. 왕성터 내부 공간 구조에 대한 의도적 기획의 흔적으로 보인다고 연구소 쪽은 설명했다.

특히 일부 건물터는 판석을 세워 긴 네모꼴의 정교한 건물터를 닦고, 길이 약 5m의 부뚜막을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야권 유적에서 처음 확인되는 건물 얼개로, 고대 건축사 연구에 소중한 근거자료로 평가된다. 또, 길이 8m×6m의 대형건물터 안에서는 다수의 쇠화살촉과 작은칼, 말발걸이 등이 발견돼 무기 등을 갖춘 창고 용도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수혈건물터에서도 쇠화살촉과 쇠도끼, 비늘갑옷(찰갑) 조각, 토기받침(기대)조각, 기호 새겨진 손잡이잔 등 일반 집자리 등에서 나오지 않는 유물들이 많이 나왔다. 출토 양상으로 볼 때 수혈건물터들은 철제무기로 무장한 군사집단이 왕성을 지키기 위해 상시 거주했던 시설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굴 과정에서 촬영한 함안 말이산 13호분 무덤방 내부. 1918년 일본학자 야쓰이 세이이쓰가 먼저 발굴해 유물 상당수를 수습한데다, 그 전후 수차례 도굴당해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물은 별로 없다.

이런 맥락에서 주목되는 유적이 망루와 대형 고상건물터다. 망루는 규모가 4.5m×4.5m로, 기둥구멍의 직경과 깊이가 약 1m에 달해 상당한 높이의 시설로 보인다. 고상건물터는 규모 약 30m×6m로, 발굴된 가야지역 고상건물터 가운데 상당히 큰 규모다. 연구소 쪽은 “일반 생활유적과 다른 용도의 건물터가 다수 드러나 왕성터의 별개 공간에 군사집단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함안 아라가야 왕성터와 말이산 13호분 발굴조사는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중인 ‘가야문화권 조사 연구 및 정비사업’의 일부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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