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 마지막날..'현실'과 '이상' 둘로 나뉜 옛 노량진시장 상인들

입력 2018. 11. 9. 20:36 수정 2018. 11. 1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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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과 갈등을 빚어온 옛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9일 퇴거 '최후통첩'에 둘로 나뉘었다.

수협은 이날 저녁 6시께 "옛 시장 소매점포 258곳 중 127곳이 새 시장 이전 신청서를 제출했고, 131곳은 그대로 남기로 했다"며 "신청을 하지 않은 상인들에 대해선 강제 퇴거 절차를 진행해 새 시장 입주가 끝나는 오는 17일 이후 옛 시장 폐쇄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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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 "옛 시장 점포 258곳 중 127곳 새 시장 이전 신청"
상인 대책위 "이전 신청 효력 없어 집회 계속 이어갈 것"

[한겨레]

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옛 노량진수산시장 내 한 점포가 어둠을 밝히기 위해 촛불을 켜놓고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수협과 갈등을 빚어온 옛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9일 퇴거 ‘최후통첩’에 둘로 나뉘었다. 지난 5일 수협이 ‘최후의 수단’으로 단전·단수 조치를 취한 뒤 벌어졌던 것과 같은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협은 이날 저녁 6시께 “옛 시장 소매점포 258곳 중 127곳이 새 시장 이전 신청서를 제출했고, 131곳은 그대로 남기로 했다”며 “신청을 하지 않은 상인들에 대해선 강제 퇴거 절차를 진행해 새 시장 입주가 끝나는 오는 17일 이후 옛 시장 폐쇄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수협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옛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새 시장 이전 신청 접수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옛 시장 상인들이 채우지 못한 남은 공간은 추가 접수를 받지 않고, 일반에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후 옛 노량진수산시장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평소보다 역한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수협이 단전·단수 조치를 취한 뒤 5일 동안 물청소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생선을 팔아 이 시장을 일궜는데, 물청소를 못해 벌레와 구더기가 버글버글 끓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수로 인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화장실’이었다. 손을 씻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변기 물도 내려가지 않았다. 시장 상인 최아무개(62)씨는 “물이 안 나오니 화장실이 너무 힘들다”라며 “이건 해도 너무 한 것 아닌가. 인권침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기 문제는 8일 오후 늦게 상인 대책위원회가 발전기를 들여와 시장 내 서너곳에 조명을 켤 수 있게 됐지만, 점포 대부분은 여전히 촛불을 켜 어둠을 밝혔다.

올해 수협의 4차례 명도집행 시도를 무력으로 막아섰던 옛 시장 상인들은 물과 전기가 끊긴 뒤 각각 ‘현실’과 ‘이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옛 시장을 지키고 있던 김아무개(53)씨는 “단전·단수된 뒤 5일 동안 전혀 장사를 하지 못했다”며 “손님이 없어 사람의 온기도 없는데다 전기방석 같은 온열기를 쓸 수도 없으니 더욱 춥다”고 말했다.

‘실리’를 위해 옛 시장을 지켜야 한다며 마지막 투쟁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옛 시장에서 20년 장사를 한 상인 전창배(60)씨는 “수협이 옛 시장 상인들과 협상을 하는 중에 새 시장 상인들이 좋은 자리로 옮기도록 했다”며 “지금 새 시장에 들어가 봐야 우리는 안 좋은 자리에 가야 하는 거다”라고 수협을 비판했다.

같은 시간 새 시장 건물 6층 시장관리부에선 옛 시장 상인 10여 명이 수협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판매자리 입주 신청서’를 쓰고 있었다. 신청서를 작성하는 상인들의 표정에는 착잡함이 묻어났지만, “○층 ○부류 판매자리 ○○번” 식의 ‘희망자리’ 선택란을 놓고 어떤 자리가 더 좋을지 논쟁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옛 시장을 28년간 지켰던 김아무개(54)씨는 새 시장 입주를 신청하는 자신을 “배신자”로 부르며 “내년에 아들을 결혼시켜야 하는데, 수협이 오늘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집을 가압류한다고 해 억지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윤헌주 노량진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새 시장 이전 신청 마감됐지만) 실제 계약을 해야 입주인거지 그 전까지 효력은 없다”며 “수협의 단전·단수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고, 내일과 모레도 집회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선담은 이주빈 오연서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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