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노후 열 수송관' 길이만 686km '백석역'뿐일까 [뉴스분석]
[경향신문] ㆍ고양시 온수관 파열
ㆍ경기 분당, 20년 넘는 배관 77%
ㆍ서울 강남·상암지역 50% 이상
ㆍ정부, 1주일간 긴급점검 실시
지난 4일 경기 고양시에서 발생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열 수송관 파열 사고는 20년이 넘은 낡은 배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가 전국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열 수송관 중 3분의 1가량이 20년이 넘은 노후 배관이다. 특히 경기 분당의 경우 20년 이상 된 노후 배관 비율이 77%에 달하며,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 고양도 노후 배관 비율이 50%를 넘는다.
열 수송관 사고는 한 번 터지면 피해가 막대한 대형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백석역 사고’로 인근 2800가구의 난방·온수가 끊기고 사망자까지 나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 “노후화된 열 수송관 파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수송관은 1991년에 설치돼 올해로 27년 된 것이다. 산업부는 “열 수송관 결함 발생 중 대부분이 20년 이상 된 수송관에서 발생하며 불완전한 초기공법, 구조적 결함, 노후화 등에 의해 결함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열 수송관은 열병합발전소 등 열 생산 시설에서 주택·기업 등으로 열을 내보내는 관이다. 열 수송관의 내구연한은 40년이지만 습도나 온도 등에 따라 조기에 파손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역난방공사가 전국에 구축한 열 수송관은 2164㎞로, 이 중 686㎞(32%)가 20년이 넘은 배관이다. 15~20년 된 열 수송관도 322㎞(15%)나 된다.
특히 20년 넘은 열 수송관 중 상당수가 1990년대 초반에 준공된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에 집중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지역난방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분당은 전체 열 수송관 248㎞ 중 191㎞(77%), 고양은 341㎞ 중 171㎞(50%)가 20년 이상 된 배관이다. 서울도 강남과 상암지역은 20년 이상 된 배관 비율이 각각 54%, 53%에 달했다. 대구, 수원, 청주, 용인에도 20년 넘은 배관이 분포해있다.
공사 측은 매년 1회 열 수송관의 위험 등급을 측정해 보수해 나가는 규정을 두고 있다. 노후 열 수송관 교체와 유지보수를 위해 매년 150억원 이상을 집행한다. 하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장기 사용한 수송관 부식’으로 인한 사고만 11건에 달한다.
올 3월 분당 이매동에서 발생한 열 수송관 파열 사고도 24년 된 낡은 배관이 원인이었다. 올 2월 분당선 서현역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도 24년 된 수송관 부식이 문제였다. 2016년 3월에는 서울 송파구에서 20년간 사용된 열 수송관이 부식돼 아파트 5540가구에 12시간 가까이 열 공급이 중단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역난방공사에서 수시로 점검하고 있지만 지하에 매설된 시설이다보니 기술이 100% 완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은 빠른 시간 내에 교체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20년 이상 된 장기사용 열 수송관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긴급점검을 실시한 뒤 문제가 되는 구간은 한 달간 정밀진단을 실시, 위험예상구간은 조기 교체공사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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