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돝섬·저섬·도투머리'..전국 돼지 관련 지명은 112곳

2018. 12. 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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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경기 이천시에 있는 산에서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는 효자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하늘이 돼지 울음소리로 효자를 살려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 산의 이름은 '돼지 저(猪)자'에 '울 명(鳴)자'를 붙인 저명산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19년 '황금돼지의 해'(기해년)를 맞아 전국 지명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돼지와 관련된 지명을 국내 총 112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고 3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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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돼지의 해 맞아 전국 지명 분석
제사 많았던 지역에 제물로 쓰이거나
멧돼지 피해 잦은 곳에 돼지 관련 지명
모습 닮은 곳도 '도투머리' 이름 붙여
충남 보령시에 있는 ‘도투머리’의 모습.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옛날 옛적 경기 이천시에 있는 산에서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는 효자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밧줄에 몸을 묶고 절벽 밑에서 약초를 뜯곤 했는데, 어느날 산돼지 울음소리에 절벽 위에 올라가 밧줄이 바위 모서리에 긁혀 끊어질 지경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하늘이 돼지 울음소리로 효자를 살려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이 산의 이름은 ‘돼지 저(猪)자’에 ‘울 명(鳴)자’를 붙인 저명산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19년 ‘황금돼지의 해’(기해년)를 맞아 전국 지명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돼지와 관련된 지명을 국내 총 112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고 30일 밝혔다. 돼지와 관련된 지명은 전남에 27곳 분포해 가장 많았고, 이어서 경남(21곳), 전북(16곳), 경북(13곳) 순이었다, 남쪽 곡창 지대에서 돼지를 가축으로 기르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십이지 가운데 열두번째 동물인 돼지는 시간으로는 해시(저녁 9시~11시), 방향은 북서북, 달로는 음력 10월을 상징한다. 돼지는 예로부터 제사 등에 제물로 사용되는 일이 많았으며 한꺼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습성 때문에 다산과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했다.

전국의 지명 가운데는 이런 돼지의 속성을 차용한 지명이 많았다. 전북 김제시의 ‘사직’, 경북 울진군의 ‘돗진’, 충남 당진시의 ‘이배산’ 등이 그 예다. 김제의 사직은 가뭄이 심할 때 돼지를 잡아 제사를 올리던 단(사직)이 있던 마을이다. 울진의 돗진은 제사에 올릴 돼지머리를 자르는 돛쟁이가 살았던 곳이라는 뜻이다.

황금돼지의 해와 딱 들어맞는 지명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경남 창원시 ‘돝섬’은 가락국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이 황금돼지로 변해 바다로 날아가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섬에 있는 황금돼지상은 이러한 전설을 반영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민들 사이에선 이 섬에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돼지가 상서로운 존재만은 아니었다. 길들여지지 않은 멧돼지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두려움과 근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경북 의성군의 ‘도직골’, 경북 문경시의 ‘돌마래미’, 강원 삼척시의 ‘돗밭골’ 등은 돼지에 의한 농작물 피해에서 유래된 지명들이다.

또 마을의 모습이 돼지머리, 돼지코 등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도 있다. 충남 보령시 ‘도투머리’, 충남 태안군 ‘둔두리‘는 마을 모습이 돼지머리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제주의 오름 가운데서도 돼지와 관련된 곳이 있다. 제주 구좌읍의 ‘돗오름’은 돼지 모양이라서 돗오름이라 불린다. 한자로도 ‘저악’으로 기록돼 있다. 제주 한림읍의 ‘돌오름’은 돼지가 오름에서 내려왔다는 전설에 따라 ‘돗 내린 오름’이라 하다가, 돌오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우리의 역사와 삶이 녹아있는 지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관리·보전하겠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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