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기사·택배 알바 하고 싶어요" 수십만명 줄섰다

김강한 기자 입력 2018. 11. 2. 03:15 수정 2018. 11. 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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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카카오 카풀 기사 모집에 10만명 지원.. 승인받은 사람만 4만명
쿠팡 단기배달에 9만명, 타다 기사에 2000명 '新부업 시장' 몰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있는 택배 물류 창고 안에 승용차 50여대가 우르르 들어와 일렬로 주차했다. 주차를 마친 사람들은 잰걸음으로 물류 창고 직원에게 가서 택배 물품을 수십개씩 받아 자신의 차량에 싣고 배송지로 떠났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지난 8월부터 도입한 서비스 '쿠팡 플렉스'에서 단기 배달원으로 일하는 일반인들이었다.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파트타임 택배 일을 할 수 있다. 한 통신 장비 업체 영업사원 김모(29)씨는 "회사 월급이 350만원인데, 추석 명절이 있었던 지난 9월에 택배로만 23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는 비교적 한가한 오전이나 퇴근 후에 틈틈이 택배 일을 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송파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반인 단기 배달원들이 자신의 차량에 택배 박스를 싣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서비스 개시 두 달 만에 일반인 택배 기사 신청자가 9만4000명을 넘어섰다. /김연정 객원기자

차량 공유나 전자상거래 업체가 만들어낸 단기직·임시직 일자리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서비스 시작 두 달 만에 일반인 택배 기사 신청자가 9만4000명을 넘었다. 쿠팡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뿐이 아니다.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카카오 카풀 기사 모집에도 십만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저녁 시간은 있지만 주머니는 더 가벼워지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존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빚어낸 현상이다. 쿠팡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새 사업을 빠르게 확장시켜 좋고 일반인들은 부수입이 생겨서 좋을 것"이라고 했다.

◇카풀 기사 보름 만에 4만명 넘어···서울 택시의 60%에 육박 IT 기업 카카오는 지난달 16일 카풀 기사 사전 모집을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일반인들이 카카오로부터 카풀 기사 승인을 받은 사람들이 4만명을 넘었다. 보름 만에 서울 지역 택시 대수(7만여대)의 약 60%에 달하는 카풀 기사가 운행 준비를 마친 것이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승인 심사 기간도 계속 길어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초기엔 며칠이면 승인 심사와 통보가 끝났지만 지금은 지원자가 너무 많아 2주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신청자들이 제출한 운전면허증·차량등록증·보험서류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심사하고 있다. 최근엔 일손이 모자라 심사 담당 직원을 추가로 뽑았다고 한다. 카풀 기사 신청 앱(응용 프로그램) 다운로드 건수는 100만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퇴근 길에 카풀 기사로 돈 벌고 싶은 직장인들의 신청이 줄을 잇는다는 얘기다.

카풀 기사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카카오 측에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항의까지 하고 있다. 카카오는 최초 등록일 기준으로 만 7년 이하 차량만 카풀이 가능하게 제한하고 있다. 경차·소형차도 카풀이 불가능하다. 시민들은 "경차와 소형차를 무시하지 말라" "10년 된 차량도 관리만 잘하면 카풀이 가능하다"며 신청을 받아달라고 요구한다.

지난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에도 기사 지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차량 공유 업체 쏘카가 내놓은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택시 호출 서비스다. 현재 타다가 보유한 차량은 300여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사 신청자는 3주 만에 2000여명이다. 서울 지역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정모(50)씨는 "한 달 전부터 타다 기사를 하고 있다"며 "택시와 달리 사납금이 없고 시급(1만원)도 짭짤하다"고 말했다.

◇일반인 배달도 확산…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이 만든 신풍속도 일반인들이 난이도가 더 높은 배달 아르바이트에도 진출했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운영하는 음식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는 지난해 서울 지역 2개 구에서 운영을 시작했지만 현재 13개 구와 인천 송도에서도 서비스 중이다. 이는 일반인들이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배달 앱 배달의민족도 일반인 음식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일자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 때문에 비정규직 채용마저 부담스러운 기업 입장에서는 손쉽게 일손을 구할 수 있어서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한 쿠팡 플렉스 배달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알바 자리도 얻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단비와 같은 일자리"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수당이 줄어든 직장인들이 남는 시간에 1~2개 부업을 하는 것은 필연"이라면서 "대기업도 이젠 평생직장이 아니기 때문에 '주경야경'하는 직장인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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