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도 맛~있다

김형규 기자 2018. 12. 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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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12월 가볼 만한 곳 ‘이색 박물관 여행’

①서울 뮤지엄김치간 -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 선정, 귤·가지로 직접 담그고 맛봐

한겨울 추위가 닥치며 바깥나들이가 부담스러워졌다. 날씨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실내 공간의 매력이 도드라지는 때다. 다양한 주제로 눈요깃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박물관은 빼놓을 수 없는 겨울 여행지다. 한국관광공사가 ‘맛있는 박물관 여행’이라는 주제로 꼽은 전국의 이색 박물관 중 4곳을 골라 소개한다.

■ 김치의 모든 것, 서울 뮤지엄김치간

서울 인사동 뮤지엄김치간(間)은 국내 최초 김치박물관이다. 1986년 김치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삼성동에 문을 열었다가 2015년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뮤지엄김치간으로 재개관했다. 뮤지엄김치간은 김치의 유래와 종류부터 담그는 방법, 김장 도구와 보관 공간까지 모두 보여준다. 2015년 미국 CNN이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관련 유물과 디지털 콘텐츠 전시 내용이 알차다.

박물관은 건물 4~6층을 테마 공간으로 꾸몄다. 4층 ‘김치마당’은 박물관 투어의 시작점이다. 김치 맛을 좌우하는 지역별 옹기를 보여주는데 강원도에서 김치를 보관하던 나무 항아리가 인상적이다. 올해 새롭게 단장한 ‘김치사랑방’은 옛 부엌의 모습을 재현해 각 공간마다 깃든 김치의 사연을 설명한다. ‘과학자의방’은 김치 발효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곳이다. 현미경으로 유산균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5층의 ‘김치움’엔 귤김치, 가지김치 등 계절과 지역에 따라 특징이 다른 다양한 김치 수십 종이 보관돼 있다. 유산균이 발효되는 장면을 소리와 함께 모니터로 볼 수도 있다. 6층은 체험 공간이다. ‘김장마루’에서는 김치 담그는 실습을 한다. 양념을 버무린 소로 전통 김치를 담그는 김치 수업이 진행된다. 어린이 김치학교와 외국인 대상 김치 수업도 이뤄진다. ‘김치맛보는방’에서는 세 가지 김치를 시식하고 다양한 김치 레시피를 챙길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월요일은 휴관.

인사동 나들이 때 함께 들르기 좋은 곳이 있다. 아름다운차박물관은 한옥을 개조한 건물에 국내외 차 60여종과 다기를 전시한 공간이다. 매화, 복숭아꽃, 무궁화 등으로 만든 각종 꽃차의 유래를 살펴보고, 한옥 카페에서 차도 맛볼 수 있다.

②이천 쌀문화전시관 - 벼훑기로 탈곡하고 도정하고 밥 먹을 때 쌀 한 톨도 안 남겨

■ 임금님도 반한 밥맛, 이천 쌀문화전시관

조선 시대 진상품으로 유명한 이천 쌀의 밥맛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쌀문화전시관으로 가보자. 이천 쌀은 쌀알이 투명하고 밥에 윤기가 도는 추청 품종을 선택하고, 생산과 수확뿐 아니라 저장도 깐깐하게 해서 품질을 고급화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한 이천 쌀을 즉석에서 도정해 맛볼 수 있는 게 쌀문화전시관의 자랑이다. 잘 여문 벼를 ‘즉석도정쌀눈쌀자판기’에 넣으면 현미부터 백미까지 원하는 대로 도정할 수 있다. 바로 도정한 쌀알을 입에 넣고 씹으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난다. 특히 보관이 어려워 시중에서 잘 팔지 않는 오분도쌀은 현미보다 부드럽고 백미보다 고소해 인기가 높다. 미리 신청하면 갓 도정한 쌀로 가마솥에 밥을 지어 먹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평소에 밥을 잘 안 먹던 아이도 벼가 쌀로, 다시 밥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단다.

지하에는 벼 이야기와 논의 사계를 설명하는 코너가 있고, 쟁기와 가래 등 옛 농기구를 전시한다. 벼훑이(홀태)로 탈곡하고, 절구로 도정하고, 키질해서 쭉정이를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벼훑이로 힘겹게 낟알을 떨구고, 허리 두드리며 절구질하고, 코가 간지러운 것을 참으며 키질해서 알곡을 고르다 보면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표주박에 알록달록 색칠을 하고, 김홍도의 ‘추수도’를 탁본으로 뜨는 체험도 마련돼 있다. 모두 농업과 쌀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활동이다.

쌀문화전시관은 이천농업테마공원에 자리 잡았다. 이천농업테마공원은 15만㎡가 넘는 부지에 쌀문화전시관, 체험용 경작지인 다랑논, 쌀먹거리촌, 임금님표 이천 농식품 홍보·판매장 등이 있어 산책 삼아 둘러보기 좋다.

③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 메밀 반죽하고 국수틀로 뽑고 즉석에서 만들고, 맛에 놀라고

■ 달콤쌉싸름한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춘천은 한국을 대표하는 면 요리 가운데 하나인 막국수의 고장이다. 메밀을 많이 재배한 강원도에서는 예부터 메밀 요리가 발달했는데, 막국수는 만들기가 쉬워 먹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에 배를 채워준 소중한 음식이었다. 막국수를 테마로 한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은 건물부터 막국수를 뽑는 국수틀과 가마솥을 본떠 지었다. 박물관 1층은 전시관으로 꾸며 춘천 막국수의 유래와 메밀 재배법, 막국수 조리 과정 등을 보여준다. 선조들이 국수를 만들 때 쓰던 디딜방아와 맷돌 등 각종 도구도 전시한다.

문화해설사가 들려주는 막국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름에 흔히 먹던 막국수가 실제론 겨울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설이 있는 춘천 막국수의 유래에 대해서도 재미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박물관 2층은 체험장이다. 관람객이 직접 메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틀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면을 뽑는다. 이 면으로 즉석에서 막국수를 만들어 먹는데 직접 만드는 재미 못지않게 그럴 듯한 맛에 놀라게 된다.

막국수는 춘천에서 태어난 김유정의 소설에도 자주 등장한다. 춘천 신동면에 조성된 김유정문학촌은 생가와 전시관, 연못, 동상 등이 넓게 펼쳐져 천천히 돌아보기 좋다. 김유정문학촌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김유정역이 나온다. 멋들어진 기와지붕을 올리고 궁서체로 간판을 단 기차역 건물 자체가 볼거리다. 역 바로 옆에는 옛 기차역이 있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고즈넉한 풍경에 반해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저녁 무렵 소양강 스카이워크에서 즐기는 노을 지는 풍광은 춘천 여행을 마무리하는 코스로 부족함이 없다.

④금산인삼관 - 인삼의 100가지 매력에 빠져, 김치·타락죽…어디에도 어울려

■ 옹골찬 한 뿌리에 힘 불끈, 금산인삼관

유례없는 여름 폭염으로 고생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파를 걱정해야 하는 겨울이 왔다. 체력을 보충하고 지친 심신의 기운을 돋우는 데 인삼만 한 게 없을 것이다. 1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삼 고을인 충북 금산에는 인삼의 100가지 매력을 알려주는 금산인삼관이 있다.

박물관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인삼주가 담긴 병이 가득한 전시장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역대 금산인삼축제 인삼왕선발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이다. 사람의 모습과 닮았다고 인삼(人蔘)이라 불리지만, 그 자태가 볼수록 신기하고 오묘하다. 인삼역사관은 백제 시대까지 거슬러 오르는 금산 인삼의 역사와 재배 과정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2층 인삼과학관은 인삼의 종류와 제조 과정, 성분과 효능을 과학적인 근거로 설명해준다. 금산인삼관을 찾는 관람객이 특히 좋아하는 곳은 3층 인삼음식관이다. 인삼은 어느 음식에 넣어도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인삼비빔밥, 인삼불고기, 인삼백김치, 인삼타락죽 등 익숙한 음식 외에도 인삼약과, 인삼대추단자 등 전통 후식 상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쇠고기 패티에 편으로 썬 인삼을 얹은 인삼라이스버거, 아삭한 인삼이 씹힐 것 같은 인삼도넛은 조리법이 궁금할 정도로 정말 먹음직스럽다. 금산의 약초와 약초 산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인삼약초관도 흥미롭다.

금산 인삼과 약초 상가가 밀집한 금산읍 중도리의 금산인삼약초시장은 서울 경동시장, 대구 약령시장과 더불어 전국 3대 약초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어디선가 고소한 튀김 냄새가 진동한다. 수삼 한 뿌리를 통째로 튀겨낸 수삼튀김은 노란색에 통통한 모양이 먹음직스럽다. 인삼을 갈아 넣고 숙성시킨 인삼막걸리 한 잔에 바삭한 수삼튀김을 곁들이면 피로가 싹 풀린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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